박근혜 지지율 숨은뜻 "소통하라"
100일 지지율로는 김영삼 이후 ‘3위’… 57.3%는 고평가 아닌 ‘지지-거부의 경계선’
2013-06-05 오후 2:27:16 게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만족도 6.2점을 통상의 5분위 지지율로 환산하면 국정운영 지지율 57.3%가 된다. 60% 안팎을 기록한 다른 여론조사 기관의 지지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5명의 대통령 취임 100일 지지율로는 3위. 낮지 않은 순위다.

하지만 이를 ‘고평가’로 해석하면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기 다른 상황과 조건을 담고 있는 100일 지지율은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처한 환경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랐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비교대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정도가 가장 근접하다고 꼽고 있다. ‘노무현의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는 뜻이다.

김영삼·김대중 100일은 ‘구조적 성공 =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100일 국정운영 지지율은 5분위 환산점수로 57.3%였다. 80% 안팎이었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에 비해서는 크게 낮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22.2%) 보다는 크게 높고 노무현 전 대통령(54.1%)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지율 격차는 시대적 상황과 국민 요구의 절박함에 따라 달라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부가 물러난 이후 첫 문민정권으로 높은 기대감을 안고 출범했다. 기대감을 반영하듯 그는 취임 100일 동안 청와대 안가 철거,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하나회 해체 등을 추진하여 ‘개혁대통령’으로 자리를 잡았다.

노태우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불황이 발목을 잡긴 했지만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구악’을 척결하는 모습 속에서 국민들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다. 시대정신과 국민요구가 분명했던 상황에서 이를 힘 있게 밀어붙이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에 대해 국민들은 100일 지지율 80.8%로 보답한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100일 지지율이 74.0%를 기록했던 것도 시대적 상황에서 기인한바 크다. 당시 한국사회는 외환위기의 깊은 수렁에서 허우적댔다. ‘준비된 대통령’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통령은 국민과 기업을 상대로 고통분담을 호소했다. 정부조직을 개편하고 대대적인 규제개혁도 단행했다. 금융과 재벌에 대한 구조조정을 이끌었다. 그러면서 그는 ‘위기극복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해 나갔다.

물론 김종필 총리 인준 실패 등의 정치적 혼란이 없지 않았지만 시대의 요구에 충실함으로써 100일 고비를 무난하게 돌파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으로 상징되는 인사 참사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으로 촉발된 촛불시위로 거의 모든 정치적 자산을 잃어버렸다. ‘명박산성’으로 상징되는 소통부재와 "미국을 위한 정부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했던 정부불신이 모든 것을 잠식했다. 당시 여론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의 흔적을 찾아내기 어려울 정도였다.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 수준인 지지율 22.2%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다른 절반의 국민이 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위주의 청산과 자주외교 등을 둘러싼 호평과 불황, 국정혼란이라는 악평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100일을 맞았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처럼 이념과 지역, 세대를 뛰어넘는 시대정신이 공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해집단 사이의 갈등도 커진 상황이었다.

이른바 카리스마적 리더십 대신 소통하고 통합하는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됐다.

100일 지지율 54.1%는 노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국민이 전체의 절반이라는 의미와 함께 그에게 거부감을 갖고 있는 또다른 절반의 국민이 있다는 의미다. 이념적으로 진보, 지역적으로 호남, 세대로는 20~40대에 속하는 노무현 지지층과 ‘나머지’의 존재가 수치로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100일 이후 노 전 대통령은 국민 전체로 지지를 확산시키기는커녕 기존 지지층의 이탈까지 경험해야 했다.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에 부합하지 못했던 탓이다.

전문가들은 역대정권의 100일에서 박 대통령이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라고 보고 있다. 구조적 상황이 전혀 다른 양김이나, 정권초기 붕괴를 경험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달리 참여정부 초기는 다양해진 국민적 요구, 이념·지역·세대를 가로지르는 정치적 균열, 장기간 지속된 경제위기와 양극화,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위기 등 정권환경 측면에서 유사점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 지지율 57.3%는 노 전 대통령 지지율과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지호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정치경영학과 교수는 "박근혜 지지층과 거부층은 대선 이전부터 뚜렷했고 지금도 비슷하다"며 "지지율은 지지층과 거부층의 경계선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노 전 대통령이 정치를 풀어낸 방식과 달리 박 대통령이 소통과 통합 측면을 강화한다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소통하고 통합하라는 지지율의 숨은 의미를 읽어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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