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인. 2017. “동·서비교 사회관계론의 기여와 한계: 조긍호, 『사회관계론의 동·

동・서비교 사회관계론의 기여와 한계
조긍호, 사회관계론의 동・서비교: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모색 II
(서울: 서강대학교 출판부, 2012) *1)

강정인
서강대학교

I. 글머리에
조긍호 서강대 명예교수는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1970년대 초부터 서구의 현대
심리학을 공부하는 한편 언젠가는 “동양사상의 심리학화 작업”을 하기로 다짐한 바 있었다. 이
러한 다짐은 1984년에 서강대학교로 부임하면서 “심리학도의 안목으로 유학 경전들을 읽고,
이를 바탕으로 서구의 현대심리학을 대치할 수 있는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하는 작업으로 태동하였다(5).1) 이 작업은 논어(論語) 맹자(孟子) 순자(荀子) 등 선진
유학(先秦儒學)의 고전에 대한 독해와 당시 새롭게 대두한 문화비교심리학에 대한 연구를 병
행하면서 유학사상의 심리학적 함의를 발굴하고 체계화하는 ‘유학심리학’으로 구체화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1998년 유학심리학: 맹자 순자 편을 출간하는 것으로 최초의 결실을 맺었고
이 책으로 대한민국학술원상을 수상했다. 그 이후 2015년에 정년퇴임하기까지 15여 년 동안
유학심리학 또는 한국심리학에 대한 역저를 연이어 출간했다. 대표적으로 동양심리학: 서구
심리학에 대한 대안 모색(공저: 지식산업사, 1999), 한국인 이해의 개념틀(나남출판, 2003),
이상적 인간형론의 동 서 비교: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탐색 I(지식산업사, 2006), 동아시
아 집단주의의 유학사상적 배경: 심리학적 접근(지식산업사, 2007)), 선진유학사상의 심리학

* 이 글은 제9회 아산서평모임(2016/7/20)에서 발표한 서평을 논문형식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이 논문은 2014년 정부
(교육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이다(NRF-2014S1A3A2043763).
1) 이 글의 성격상 조긍호 교수의 사회관계론의 동・서비교: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모색 II(서울: 서강대학교출판
부, 2012)를 빈번히 인용할 터인데, 인용의 편의상 괄호 안에 쪽수만을 기입하도록 하겠다.

서평 – 사회관계론의 동 서비교: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모색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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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함의(서강대학교 출판부, 2008), 사회관계론의 동 서비교: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탐색
II (서강대학교 출판부, 2012), 사회계약론 연구: 홉스 로크 루소를 중심으로(공저: 서강대
학교 출판부, 2012)를 들 수 있다.
저자는 서구 심리학과는 다른 유학심리학의 구조를 유학사상의 인성론 군자론 도덕실천
론 수양론으로부터 도출한다. 그는 이 네 가지 요소를 각각 심리구성체론 이상적 인간형론 사
회관계론 자기발전론으로 전환하고 체계화함으로써 그 골격을 완성한다(9). 무엇보다도 이러
한 시도는 얼핏 보기에는(완성된 관점에서 보면) 평범하고 당연한 것 같지만, 근대 서구학문과
달리 이론과 실천의 합일을 지향하는 전통 학문의 맥을 계승하면서 유학사상을 심리학적 측면
에서 혁신하고 재구조화하려는 독창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골격에 기초해서
유학심리학의 체계화에 몰입해 왔는바, 그 첫 결실로 이상적 인간형론의 동 서비교를, 두 번

째 성과로 사회관계론의 동 서비교를 출간했다. 저자의 목표에 따르면 일련의 이러한 작업은
심리구성체론의 동 서비교와 자기발전론의 동 서비교를 통해 완성될 것으로 기대된다(9).
사회관계론의 동 서비교는, 무엇보다도, 유학사상의 도덕실천론에 담긴 심리학적 함의
를 사회관계론의 관점에서 정리하면서 서양 심리학과 비판적으로 비교 대조한 것이다. 독자의
편의를 위해 이 책의 구성을 일별해 보면, 먼저 1부는 책 전체의 서론으로서 동아시아와 서구에
각각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문화가 꽃피게 된 역사적 배경과 각 문화권의 특징적인 인간관을 대
조하여 앞으로 전개될 논의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현대 동아시아인과
서구인의 특징적인 사회관계 행동의 차이를 문화심리학의 연구성과에 의존하여 정리한다. 2부
에서는 서구 개인주의 사회의 지배적인 사회관계론을 사회계약론과 사회교환론을 중심으로 검
토한다. 3부는 동아시아 집단주의 사회의 사회관계론을 선진유학과 성리학에 나타난 도덕실천
론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 책 전체의 결론에 해당하는 4부는 지금까지 논의된 서구와 동아시
아 사회관계론의 제반 차이가 동 서 인간관의 차이로부터 직접 도출된 것이라는 점을 확인하
는 한편, 새로이 구성될 유학심리학의 체계가 제기하는 연구문제를 역할심리학, 분배정의의 문
제 및 경영관리정책의 문제(승진과 보수체제 등)를 중심으로 검토한다(9-12).
유학심리학을 창시하고 개척하는 데 바쳐온 저자의 학문적 삶은 정년퇴임 후에도 현재진행
형이며, 이 점에서 그는 이 분야의 독보적인 학자이자 또 세계적인 학자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의 이러한 작업은 동서 비교정치사상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평자에게도 비옥한 영감과
성찰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좁은 식견이지만, 춘추전국 시대 중국 고대사상의 백화제방적 분출,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학문의 융성, 근대 서구 학문의 번영 등을 돌이켜 볼 때, 다른 문화유산과 마찬가지로 학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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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상연구 제23집 1호, 2017 봄

업적 역시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따라서 저자의 학문적 업적 역시 귀중한
문화유산(문화재)으로서 우리의 후손에게 전승될 것이라고 평자는 굳게 믿는다. 동시에 이런
식의 찬사가 단순한 덕담이나 빈말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당대의 후배학자들은 물론 미래의 학
문후속 세대가 그의 학문적 유산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엄숙한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 아무리
소중한 문화재라 할지라도 잘 보존하고 가꾸지 않으면 사장되어 그 가치를 발할 수 없기 때문
이다. 나아가 학문적 업적의 계승과 발전은 단순한 보존으로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비
판을 통한 정련과 쇄신 및 확충을 필요로 하는바, 비록 심리학 전공은 아니지만 동시대 후학으
로서의 평자 역시 오늘의 논평을 통해 이러한 작업에 미력이나마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을 소중하게 받아들인다.

II. 논평의 방법과 정신(ethos): 두 개의 미러링(mirroring) 2)
평자는 이 서평의 기본적인 방법과 정신으로 두 개의 ‘미러링’을 제안하고 이를 통해 서평의
비판적 논점을 발전시키고 평자의 학문적 자세를 반추하고자 한다. 하나는 ‘가지 않은 길을 상
상하고 이를 통해 이미 간 길을 성찰하기’로, 다른 하나는 ‘저자의 완성된 작업에 대한 비판을
통해 평자의 초보적 작업을 반성하기’로 이름 붙인다.
먼저 ‘가지 않은 길을 상상하고 이를 통해 이미 간 길을 성찰하기’는 저자가 유학과 자유주
의 심리학이 상정하는 사회관계를 집중적으로 비교하는 작업에 몰두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공
간을 달리하는) 다른 문화권의 심리학이나 사회관계의 풍성한 차원을 소홀히 함으로써 빚어진
오류나 한계를 탐색하는 작업을 지칭한다. 다른 한편, ‘저자의 완성된 작업에 대한 비판을 통해
평자의 초보적 작업을 반성하기’는 평자 역시 (비록 초보적인 차원에서지만) 동서양의 비교작
업을 정치사상 연구와 관련하여 간혹 수행한 적이 있었는데, 자신의 작업을 충분히 타자화하거
나 객관화하지 못함으로써 자신의 오류나 한계를 간과하는 경향이나 습성이 있었다는 인식에
서 출발한다. 따라서 비슷한 작업을 보다 원숙한 차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저자의 작업을 비판
하는 과정에서 평자 자신의 작업을 암묵적으로 반성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정신(ethos)을 지칭

2) 최근 한국사회의 여성운동에서 성행하는 미러링(mirroring)은 한국의 남성중심적 가부장제에 의해 생산된 여성혐
오적 언어를 공격하기 위해 거울이 반사하듯이 여성혐오적 발화의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전복시킨 언어를 만들어
냄으로써 남성들에게 그 반전된 여성혐오적 언어들이 담고 있는 억압성이나 불편함을 ‘유희’적으로 상기시키는 것
이다. 이 글에서 평자는 ‘반사’와 ‘유희’에 착안하여 이 용어를 사용한다.

서평 – 사회관계론의 동 서비교: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모색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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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이러한 발상은 평자가 저자의 작업에 대해 감행하는 비판이 역으로 평자 자신의 작업 역
시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깨닫고 있다는 점을 지시한다. 이는 학문적 도덕적 경륜과 수
양이 부족한 평자와 같은 사람이 맹자가 말하는 반구저기(反求諸己:모든 것을 자기에게 돌이켜
구하는 태도)를 직접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타자에 대한 비판을 통해 반사적으로(reflexively)
수행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III. 가지 않은 길을 상상하고 이를 통해 이미 간 길을 성찰하기
이 책에서 저자는 서양의 자유주의와 동아시아의 유학사상을 근간으로 사회관계론의 동서
를 비교한다. 양자에 대한 집중적인 비교는 양자의 차이를 발견하고 이를 설명하는 데 탁월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비교의 지평이 협소해지면서 사회관계론에 대한 풍성하고 비옥한 성찰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나아가 양자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한계 등이 사상되거나 간과되는 문제
점이 발생하는 듯하다. 다시 말해 두 사상의 대조에 주목하다 보니, 두 사상이 공유하고 있는
공통적인 결함이나 한계에 대해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만약 그 공통점이 다른 종교
나 사상에도 공통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과는 현저하게 다른 특징으로서 일정한 결함이나 한
계를 내포하고 있다면, 저자의 사회관계론에 대한 논의 역시 그러한 문제를 떠안게 된다. 비록
자유주의나 유학 사상이 인류가 성취한 뛰어난 사상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겠지만, 아무리
뛰어난 문화나 사상도 인간의 생각이나 경험을 총체적으로 담아낼 수 없다는 자명한 논점을 우
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통찰은 인간이 영위하는 사회생활 또는 사회관계에도 물론
적용된다. 이와 관련하여 평자가 책을 읽으면서 발견한 양자의 공통적인 한계는 ‘인본주의’/‘인
간중심주의’(humanism/anthropocentrism) 그리고 ‘세속주의와 합리주의’다.3) 비록 양자가 인
류 문명이 도달한 탁월한 경지라는 점은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그것이 안고 있는 오류와 한계
에 대한 명철한 인식 역시 필요하다. 특히 인간중심적 관점에 편향하여 고도로 발전된 과학기
술문명이 가져온 생태계의 파국은 물론 세속주의와 합리주의가 초례한 인간 삶의 황폐함에 대
한 심각한 우려와 반성이 요구되는 21세기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은 매우 절박하다. 이하에
서 평자는 양자를 차례대로 논하겠다.

3) 물론 인본주의와 세속주의・합리주의는 매우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고 중첩된 측면이 적지 않지만, 여기서는 따로
분리해서 논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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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상연구 제23집 1호, 2017 봄

1. 인본주의/인간중심주의
저자는 인간과 여타 동물을 구분 짓는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으로 서구의 심리학(자유주의
철학)은 합리성을 제시하고 유학 심리학(사상)은 도덕성을 제시한다고 반복해서 지적한다
(815-16, 823, 825, 827, 835, 851).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에 대한 동서 사상의 지속적인 관심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그 긍정적인 의미를 인정하지만, (다양한 동
식물의 멸종 등 생태계 파괴에 일상적으로 직면하면서 이를 우려하는 21세기의) 평자에게는
이러한 구절이 줄곧 인본주의/인간중심주의(인간우월주의)를 전형적으로 강조하는 구절로 읽
혀 매우 불편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서구 자유주의 사상과 유학사상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인간
우월주의를 기본값으로 설정하고(인간우월주의에 대해서는 양자의 입장이 일치한다는 점을
수용하고) 단지 이를 정당화하는 논거에 있어서는 양자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역설한
다. 궁극적으로 저자의 결론은 인간의 선험적 도덕성을 전제하고 이를 근거로 여타 동물과 구
분되는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으로 도덕성을 강조하는 유학사상의 설명이 합리성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서구의 자유주의 철학보다 더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평자의 반론은 두 가지로 구성된다. 먼저, 인간과 여타 생명체 및 자연계와의 질
적 차별성을 강조하는 인간중심주의가 인간의 존엄성을 확립하는 데 일정한 진보적인 기여를
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제 그 폐해가 우려스러운 수준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인간중
심주의는 폐기 철회 약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4) 따라서 인간우월주의를 상정하는 자유주의
와 유학의 인간관(우주관)은 점진적으로 폐기되거나 또는 축소 수정되는 방향으로 (재)해석되
어야 한다. 둘째 저자 역시 서양의 이성 개념을 반드시 합리적 계산능력만으로 환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교환론의 틀에 따라) 주로 그렇게 해석하면서 이성과 도덕의 배타성 또는 질적
차별성, 이성의 도구성 또는 욕망 종속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5) 평
자는 저자와 달리 서양 이성 개념의 풍성하고 초월적인 차원을 중시하며,6) 이성과 도덕성은 중

4) 물룐 평자는 인간 이하의 삶을 영위하는 지구상의 빈곤한 인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또한
현대사회에서 극도에 달한 인간소외를 타개하는 과정에서 출현한 애완동물/반려동물 페티시즘을 우려하기도 한
다.
5) 근대 서구문명이 중시하는 이성에 대한 저자의 일방적인 해석에서는 역오리엔탈리즘 또는 옥시덴탈리즘의 혐의가
느껴진다.
6) 평자는 플라톤 이래 서양철학에서 단순히 도구적・계산적 차원을 넘어선 이성의 비판적・초월적인 차원이 저자가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인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근대 자유주의 철학자라 할 수 있는 루소나
칸트는 물론 에드먼드 버크와 같은 보수주의자에게도 이성은 비판성과 초월성을 보유하고 있다.

서평 – 사회관계론의 동 서비교: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모색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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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적이고 호환적인 차원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본다. 이 점에서 저자의 이분법은
경직되고 과장된 대비로 읽혀진다. 이성이 없는 도덕성은 공허하고, 도덕성이 없는 이성은 맹
목이다.
먼저 평자는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 짓는 표지로서 인간의 이성이나 도덕성을 강조하는
자유주의나 유학의 입장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이 동물이나 여
타 생명체, 나아가 자연계를 단순히 열등하고 도구적인 존재로 간주하게 만들어 그것들에 대한
무분별한 살해나 학대 및 파괴를 정당화하고 조장하는 인간행동을 누적시켜 왔기 때문에 평자
는 이러한 구분에 대해 저어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러한 인간우월주의가 인류가 현재 직
면하고 있는 생태계 파괴라는 위기의 바탕에 깔려 있는 세계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제 인
간우월주의는 철회되어야 한다. 나아가 저자는 자유주의와 유학사상에서 나타난 이러한 인간
우월주의를 공통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다 보니, 유학을 포함한 동서양의 거의 모든 전통사상이
보유하고 있는 생태학적 차원을 소거해 버린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맹자에서 사랑의 발

현은 친친 인민(仁民) 애물(愛物)로 확장된다(孟子集註, 盡心章句上 , 411).7) 여기서 애
물은 다른 동물이나 자연을 포함하는 생태학적 차원에 관계되는 것으로 확장하여 해석될 필요
가 있다. 그러나 유학과 자유주의 사상을 비교하면서 양자의 인간중심주의를 공통된 것으로 받
아들이는 과정에서 유학사상이 담고 있는 생태학적 사유가 저자의 논의에서는 무시되는 경향
이 있다. 평자의 비판에 대해 이러한 인간우월주의, 생명체나 생태계에 대한 그 발현 양상은 인
간의 사회관계를 논하는 데 있어서 구성적 요소가 아니라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평
자는 인간우월주의가 지배하는가 아니면 생태주의(ecocentrism)가 지배하는가에 따라 인간의
사회 구조와 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리 조형될 수 있다고 믿는다.8)
이 점에서 이미 19세기에 동물에 대한 학대를 반대했던 벤담(Jeremy Bentham)의 입장은
주목을 요한다. 벤담 역시 공리주의적 자유주의자로서 인간을 자기이익의 최대화를 추구하는
합리적 계산자로 받아들였지만, 동시에 인간과 동물을 쾌락과 고통의 주체라는 점에서 공통적
으로 파악함으로써 자유주의의 도도한 인간중심주의에 제동을 걸고자 했다. 그는 동물이 이성

7) 논어에서도 다양한 생태학적 언급이 발견된다.
8) 이에 관한 대표적인 사례로 인간과 자연환경 및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생태도시(ecopolis)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생태도시는 특성에 따라 생물 다양성 생태도시, 자연 순환성 생태 도시, 지속가능성 생태 도시로 구분된다. 저자가
중시하는 자유주의와 유학 사상이 담고 있는 인간관의 차이를 떠나, 자동차로 꽉 막힌 도로와 빼곡히 들어선 높은
빌딩으로 숨 막히는 현대의 거대도시(metropolis)와 이러한 생태도시에서 인간의 사회관계가 달리 구성될 것임은
분명하다. 다음에 논할 주제와 연관된 것이지만, 가령 소・코끼리・원숭이 등이 신성시되는 힌두교 문화에서 관찰되
는 사회관계가 그렇지 않은 사회의 사회관계와 커다란 차이가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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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상연구 제23집 1호, 2017 봄

을 사용할 수 없다거나 아니면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동물학대를 정당화하는 주
장이 궁극적으로 자기파괴적이라는 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완전히 다 자란 말이나 개는 생후 하루, 일주일, 또는 한 달된 유아(幼兒)보다 비길 바 없이 더 이성적이
거나 대화를 더 잘한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지 않다고 가정한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문제는 동
물들이 이성적으로 사고하는가도 아니며, 말을 할 수 있는가도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동물들이 고
통을 느낄 수 있는가이다(테렌스 볼・리처드 대거 2013, 436에서 재인용).

따라서 우리에게 건전한 우주관은 인간과 동물의 차이에 주목하는 요소 못지않게, 양자의
공통점이나 연속성을 강조하는 요소를 포함해야 하고, 나아가 사회관계를 구성함에 있어서 후
자가 전자를 압도할 수도 있는 영역과 차원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미숙아나 중증 장애인에
대한 인도주의적 배려, 말기환자에 대한 안락사 반대 등에 나타난 문명화된 배려는 현대사회가
인간의 존엄성을 단순히 이성이나 도덕성의 차원에서만 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더욱이 알파고(인공지능과 첨단 로봇) 시대에 접어들어 알파고가 이성이나 도덕성은 물론 감
성에 있어서도 비교를 불허할 만큼 인간보다 훨씬 더 우월한 존재로 판명될 때, 저자의 인간중
심주의가 어떻게 정당화될지 궁금해진다. 인간에 의한 동물의 도구화(지배와 학대)가 정당화
되었듯이, 이제 알파고에 의한 인간의 도구화(지배와 학대) 역시 허용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볼 때, 평자는 인간과 여타 동물 사이에 존재하는 이성이나 도덕성의 차이를 단절적
이고 질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연속선상의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미래에 사회관계를 기획하고
구성함에 있어서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면관계상, 여기서는 유학심리학이 강조하는 인
간의 도덕성만을 검토해 보기로 하자. 유학사상이 인간에게는 도덕성이 선험적으로 존재한다
고 가정할 때, 우리는 맹자가 언급한 측은지심의 대표적 사례인 ‘어린 아이가 갑자기 우물에 빠
지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이를 측은히 여기고 구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떠올린다. 그러나
저자도 잘 알고 있듯이 그러한 정도의 측은지심은 일부 영장류에게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2016년 5월 미국 신시내티의 한 동물원에서 관람객이 데려온 어린애가 오랑우탄의 우리에 떨
어져서 위급한 상황에 몰리게 되었을 때 어린애를 구하기 위한 긴급조치로 어린애에게 접근한
오랑우탄(고릴라 하람비)을 사살한 사건을 놓고 그 당부당에 대해 열띤 논쟁이 일어난 적이 있
었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에 대해 오랑우탄 전문가들은 오랑우탄이 어린
애를 보호하려 행동한 것이기에 동물원의 조치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과거에 그
러한 비슷한 사건이 있었을 때 오랑우탄이 어린애를 잘 보호했다는 일화도 있기 때문이다.

서평 – 사회관계론의 동 서비교: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모색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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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에게 인의 발단이 되는 측은지심(또는 불인지심[不忍之心])이 오랑우탄과 같은 영장류
에게서 발견된다는 사실은 원초적인(원시적인) 도덕의식이 인간은 물론 포유류를 포함한 다른
척추동물들 사이에서도 일반적으로(의미심장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발견되는 것은 아닌
가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평자는 도덕심리학(또는 진화생물학)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지만,
근본적으로 서구의 사회계약론자들이 인간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가정으로 제기한 자기보존본
능이 인간이 다른 동물과도 폭넓게 공유하는 중요한 특징이라고 믿는다. 나아가 종(種)과 개체
의 차원에서 존재하는 자기보존본능이 원초적인 도덕의식의 발단이라고 상정한다. 평자는 이
러한 자기보존본능에 쌍무적인 보은의식과 복수의식(응보적 정의관), 나아가 이타적인(타자지
향적인) 배려의식과 타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측은지심 또는 동정심) 등 원초적인 도덕의
식이 배태되어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인간은 이를 기초로 하여 선과 악에 대한 문명화된 개념,
세련된 도덕철학을 발전시켰다고 여겨진다.9) 이처럼 인간과 (일부) 동물이 원초적 도덕의식을
공유한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평자는 도덕성을 이유로 인간과 동물 사이의 단절적인 구
분을 강조하는 저자(또는 유학)의 인간중심주의를 받아들이기 어렵고, 이러한 입장은 자유주
의 심리학에도 적용된다.

2. 세속주의와 합리주의
저자는 자유주의가 인간을 이성의 주체로 파악하고 유학사상이 인간을 도덕의 주체로 파악
한다는 점에서 양자는 결정적으로 구분된다는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평자는 자유주의나 유학
이 대단히 세속적이고 합리적인 사상체계라는 공통점에도 주목하고 싶다. 전통사상이나 종교
가운데서 기독교 불교 힌두교 이슬람 등과 비교해서 유학은 사회현상이나 자연현상을 설명함
에 있어서 (음양사상, 재이론[災異論], 역[易]사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초월적인 것, 영적인
것 또는 주술적인 것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대단히 합리주의적인 서사를 발전시켜 왔다. 이는 
논어에서 공자가 초월적인 명(命), 귀신을 섬기는 일, 또는 사후의 세계에 대해서는 매우 드물
게 언급했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論語集註, 雍也 , 119; 述而 , 138; 子罕 , 164; 先
進 . 209). 이 점에서 유교사상은 다른 전통종교와 비교하여 대단히 세속적이고 현세중심적이
며 합리주의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서구의 근대사상인 자유주의 역시, 초기 로크의 사상의 경

9) 이 점에서 본능적 욕망과 이를 규제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도덕 사이의 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멀
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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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상연구 제23집 1호, 2017 봄

우와 같이 기독교(와 그것에 근거한 자연법사상)에 배태되어 있었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
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대단히 세속적이고 합리주의적이다.
이 점에서 유학사상이나 자유주의 사상은 사회생활과 인간 내면의 삶을 설명함에 있어서
영적 측면이나 초월적 측면을 최소화한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동아시아가 세속적이고 합리주
의적인 서구의 근대 물질문명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측면이 개입되
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저자 역시 이러한 가정에 입각해서 자유주의와 유학사상을 비교하
다 보니, 사회관계를 중대하게 구성하는 영적 측면이나 초월적 측면에 대한 논의가 빈약한 것
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를 돌아볼 때, 이슬람 불교 힌두교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다른 문명
권의 사회는 여전히 영적 초월적 내세적 측면이 강하게 사회관계를 구성하고 있다. 비록 이런
사회가 유학이나 자유주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비합리적이고 부조리한 면이 많은 것으로 보이
고 그렇게 보이는 것이 타당한 점도 있겠지만, 반면에 영적 초월적 내세적 측면이 빈약한 사회
는 인간의 삶과 경험 및 사회관계를 황폐하게 조형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한편, 자유주의나 유
학 사상이 지배적인 사회라 할지라도 그 사회에서 실제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피폐함이나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서 빈번히 초월적이고 영적인 요소에 호소한다.10)
물론 그러한 역할은 대부분 기독교, 불교 등 기성의 종교가 수행하고, 또 동아시아 사회에서는
각종 점, 풍수 및 무교 등이 추가적으로 감당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사회관계를 구성하는 중
요한 측면이기도 하고, 또 중요한 사회심리학적 현상이다. 그러나 자유주의와 유학의 사회관계
론을 주로 세속적이고 합리주의적인 관점에서 서술하는 저자의 심리학에서 이러한 차원을 탐
색할 수 있는 이론적 도구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것으로 보인다. 나중에 논할 것처럼, 저자는 현
대심리학(=서구의 심리학)은 서구의 문화특수적인 심리학이지 보편심리학은 아니라고 합당하
게 지적하면서 그 보완책으로 동아시아의 심리학을 제안한다. 그러나 동서양의 두 심리학은 사
회관계의 영적이고 초월적인 차원에 대한 탐색을 소홀히 하는 공통된 한계가 있다. 더욱이 세
계화 정보화와 함께 서구사회는 말할 것도 없고 동아시아 사회 역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주
민의 유입이 증가함에 따라 다종교사회이자 다문화사회로 급속히 이행하고 있다. 이처럼 새로
운 종교적 문화적 정체성을 지닌 새로운 이주민이 유입 정착함에 따라, 동아시아 사회 역시 유
학심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월적이고 영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사회관계와 사회현상의 증

10) 한국에서 일반 시민은 말할 것도 없고 유명한 정치인이나 기업인들 역시 자신의 정치적 성공이나 사업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점을 치거나 굿을 하고, 또 조상의 묘를 이장하는 현상은 우리사회에서도 매우 흔하게 관찰된다. 또 합
리주의적인 서양인들이 동양의 요가나 명상에 몰입하거나 불교에 귀의하는 현상 역시 적지 않게 발견된다.

서평 – 사회관계론의 동 서비교: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모색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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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11) 이러한 상황을 예상 고려할 때, 나중에 논할 것처럼, 자유주의 심
리학과 유학 심리학의 보완적 종합인 새로운 심리학이 이러한 과제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는지
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IV. 비교의 비대칭성, ‘평등’의 문제
저자는 8장에서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으로 유학심리학 체계를 본격적으로 탐색한다. 그
러나 이 장의 서술에 제시된 서구의 현대심리학(자유주의 심리학)과 유학심리학의 비교는 상
당한 비대칭성을 띠고 있어 서술의 균형성 또는 형평성에 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서구심
리학의 이론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치밀하게 비판하면서 유학심리학의 결함에 대해서는 거의
논하지 않는 편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편향성은 자신이 심정적으로 옹호하는 유
학심리학은 이상화시켜 서술하고 자신이 비판하는 서구의 현대심리학은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서술하는 저자의 태도와 연관된 것으로도 보인다. 저자의 이러한 편향성은 유학사상의 평등에
대한 논의에서도 과도하게 드러나는 바, 평자는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나중에 논
할 것처럼, 저자의 이러한 비대칭적 비교는 서구의 현대심리학에 대한 유학심리학의 모호한 위
상 및 장차 양자를 보완하여 종합할 새로운 심리학의 불확실한 역할과도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다.

1. 비교의 비대칭성
저자는 8장에서 서구 사회관계론의 문제점과 그 보완책을 논할 때, 서구 사회관계론의 문

① “개체적 독립성 중시와 사회적 존재 특성의 무시”, ② “쾌락적 이기성 중시와 도덕
적 관심의 무시”, ③ “보편적 일관성 중시와 상황가변성의 무시”를 논한다. 여기서 서구 사회관
계론의 문제점은 ‘∼의 결핍/부재’(저자는 ’무시‘로 표현)로 특징지어지는데, 이러한 서술은 평
제점으로

자가 서구중심주의를 넘어서에서 서구가 발명한 오리엔탈리즘의 이론적 특징을 ‘부재와 일
탈의 신화’로 파악한 것과 비슷한 논조를 보여준다. 그리고 서구 사회관계론에서 부재한 것은

11)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서남아시아는 물론 남아시아 사회에서는 종교적 정체성이 개인의 정체성에 핵심적이다. 유
교사상의 영향권에 있는 동아시아 사회에서는 기독교를 제외한다면 학연・혈연・지연이 개인의 정체성에 핵심적이
고 사회관계의 중요한 연결망인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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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상연구 제23집 1호, 2017 봄

당연히 유학심리학에 의해 보충되어야 하는 것으로 서술된다.12) 저자의 이러한 주장을 수긍한
다 할지라도 유학심리학에 대한 저자의 논의에서 유학적 사회관계론의 한계나 문제점을 명시
적으로 논한 구절은 찾아보기 힘들다. 서구의 사회관계론에 대한 저자의 서술로부터 유학적 사
회관계론의 문제점을 추론해 본다면, 그것들은 혹시 “개체적 독립성의 무시”, “쾌락적 이기성의
무시”, 및 “보편적 일관성의 무시(결여)”가 될 법하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는 않으며 오히려 유학심리학은 개인의 자율성, 개인의 사적 이익(의 충족)을 존중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보편적 일관성 중시와 상황가변성의 무시’를 논할 때에 저자는 예외적으로 유
학심리학이 보편적 일관성도 존중한다는 논변을 제출하지 않는다. 그러나 저자의 전체적인 논
조를 따르면 유학심리학은 서구 심리학의 문제점을 타개하고 보완해 줄 수 있는 이론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은 물론 서구심리학의 장점을 수용할 수 있는 이론적 자원을 본래부터 겸비하고
있는 것으로, 일견 무결점의 오롯한 이론체계로 나타난다.
이러한 평자의 해석을 좀 더 구체적으로 부연해 보면, 먼저 저자는 서구의 사회관계론의 특
징과 문제점으로서 “개체적 독립성 중시와 사회적 존재 특성의 무시”를 논할 때, 인간의 사회적
존재 특성을 개체성보다 우선시하는 동아시아의 사회관계론이 전반적으로 더 우월하고 적절하
다고 주장한다. 동아시아의 사회관계론이 인간의 공동체 지향의 도덕성을 중시하는 것은 물론,
“도덕적 주체로서의 개인의 자발성을 인간의 사회성의 근거”로 봄으로써 “인간의 개체성을 도
외시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819). 이어서 “쾌락적 이기성 중시와 도덕적 관심
의 무시”을 논할 때에도, 유학적 사회관계론에 담긴 통찰로 “조화로운 관계의 형성이 개인 사이
의 차이를 뛰어넘어 모두의 이익을 보장하는 길[이]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826).13) 다시 말해

“ 진정한 개인의 이익은 공동의 이익 속에서도 찾아질 수 있다는 것이 유학자들의 관점”이라
는 것이다(826). 따라서 집단주의적인 유학적 사회관계론은 서구의 사회관계론이 소홀히 하고
있는 도덕적 관심을 중시할 뿐만 아니라 (서구의 개인주의적 사회관계론의 관점에서 비판적으
로 지적할 법한) ‘개인의 이익에 대한 무시’가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유학적 사회관계론에서
는 개인의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 또는 사익과 공익의 절묘한 조화가 발견된다. 다시 말해 유학
적 사회관계론은 서구의 자유주의적 사회관계론이 결여하고 있는 도덕적 관심을 중시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이익도 존중한다.

12) 이 점에서 저자의 논조는 서구중심주의를 역으로 재생산하는 역오리엔탈리즘 또는 옥시덴탈리즘의 혐의를 비켜
가기 힘들다.
13) 이러한 통찰은 저자가 자유주의자로 분류하는 루소의 일반의지론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대목이다.

서평 – 사회관계론의 동 서비교: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모색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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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서구의 사회관계론의 특징과 문제점의 세 번째 항목인 “보편적 일관성 중시와
상황가변성의 무시”를 논할 때, 저자는 “각자가 자기이익의 최대화를 추구하는 것을 사회관계
의 목표”로 규정한 서구의 사회관계론에서는 개인들 사이에 “이익 갈등”이 필연적으로 빚어지
는 바, 교환이론가들은 이러한 갈등을 제거하고 사회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보편적인 “규범체
계”, 보다 구체적으로는 “공정한 교환의 규범”을 개발하고 이의 준수를 사회 성원들에게 강제한
다고 설명한다(828). 저자는 이러한 공정한 교환규범을 그 보편성과 강제성의 측면에서 우선적
으로 비판한다. 이를 위해 먼저 “공정 교환의 원칙은 모르는 사람들 사이 또는 이익의 교환관계
에서는 잘 통용되는 것일지라도, 모든 사회관계의 기초인 부모-자식이나 부부 사이에서도 이
원칙이 관계유지의 유일한 규범이 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일견 저자의 이러한 비판은 설
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사회관계를 가족관계의 연장으로 보는 유교사회와 달리, 근대 서구의
사회관계론은 원칙적으로 가족과 (시민) 사회의 영역을 분리된 영역으로 구분한다는 것이 평
자가 이해하는 바다. 서구의 사회관계론 역시 가족을 친밀성이 지배하는 사적인 영역으로 보
고,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영역에 공정 교환의 원칙을 주장하지 않는다. 공정교환의 원칙은 시
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시민사회 영역에 적용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가족과 사회의 관계를 어
떻게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난해한 논쟁을 일단 접어둔다면, 저자의 반박은 설득력
이 없어 보인다.
이와 연관된 비판으로 저자는 “공정 교환 규범의 준수를 성원들에게 요구하기 위해서는 외
적인 강제력이 필수적으로 요청될 텐데, 이러한 외적 강제력의 효과가 어느 정도나 지속성을
가질까?”(829)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와 달리 유학의 사회관계론은 외적 강제력에 크게 의존
하지 않고서도 자발적인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저자는 상정하는바, 이는 유학의 사
회관계론이 “관계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쌍무적으로 수행하면서
“일상생활에서 도덕성을 실천”하기 때문이다(830). 이에 대해 자세히 논하지 않겠지만, 비록 법
치의 폐해를 강조하고 덕치의 효용성을 강조한 공자(나아가 유학 일반)의 경우에도 통치의 수
단으로 ‘예악형정(禮樂刑政)’을 포괄적으로 고려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예악’
이 사회관계의 자발적인 규율에 기초한다면, 형정은 사회관계의 유지에 외적 강제력이 필수적
으로 요구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처럼 유학사상 역시 외적 강제력에 의존해서 사회관계를 규
율해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였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외적 강제력에 대한 의존은 ‘존부’의 문제
라기보다는 ‘정도’의 문제인 것으로 밝혀진다. 그렇다면 ‘정도의 차이’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이
없이, 마치 서구의 사회관계론은 외적 강제력에 의존해야 하고, 유학의 사회관계론은 그럴 필
요가 없는 듯이 서술하고 있는 저자의 논의는 충분한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한 편향적인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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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상연구 제23집 1호, 2017 봄

다가온다.14)
또한 저자는 서구의 사회관계론이 추구하는 “공정 교환의 규범은 보편성을 띠는 일반원칙
으로서, 상황의 변이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는” 데 반해, “유학자들은
상황과 관계의 양상이 달라지는 데 맞추어 유연하게 따라 변하는 상황가변성을 적응의 핵심”으
로 삼는다고 대비한다(829-30). 그러나 평자는 저자의 이러한 대비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관
해 의문이 간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보편적인 원칙을 추구하는 이유는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

하는 인간상황을 이해하고 규율하기 위한 ‘거시적인 틀’ 조감도, 프레임, 패러다임 등 이 필
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단 발견된/발명된 보편적인 원칙은 그 구체적인 적용과정에서 인간
상황의 가변성과 복잡성에 대처하기 위해, 곧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교한 분류(사
례 나누기)와 세부적인 해석의 수순을 밟는다. 따라서 보편적 원칙의 추구와 구체적 타당성의
확보는 상호 배타적인 관계라기보다는 상호 의존적인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의 입장
은 두 개념의 상호 의존적인 계기를 심도 있게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상황과
관계의 양상이 달라지는 데 맞추어 유연하게 적응하더라도 그 적응이 ‘적응’으로서 일정한 ‘의
미’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해석과 개방적인 수정에 열려 있는) 잠정적으로 보
편적인 원칙이 필요하지 않을까?

2. 평등의 문제
저자는 “쾌락적 이기성 중시와 도덕적 관심의 무시”를 다루는 대목에서 “함께 관계를 맺고
있는 타인과 더불어 몸담아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 기초하여 조화로운 사회관
계를 지향하는 유학사상이 중시하는 역할의 쌍무적 수행을 논하면서 평등에 대해서도 언급한
다(824-25). 평자는 평등에 대한 저자의 논의를 위의 절에서 검토할 수도 있었지만, 그 중요성
을 고려하여 이 절에서 독립적으로 논하겠다.
특히 예를 통한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강조할 때, 저자는 순자의 군거화일론을 즐겨 인용하
는데, 평등에 관심을 갖는 평자에게 이 구절은 과거부터 매우 불편하게 다가오곤 했다.

무릇 귀(貴)하기로는 천자가 되고, 부(富)하기로는 천하를 차지하는 것, 이것은 사람의 성정으로 똑같

14) 이와 관련하여 19세기 유럽의 대부분의 자유주의적 사회이론가들이 사회를 자율성의 영역으로 국가를 강제성(폭
력)의 영역으로 구분하여 대비시켰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서평 – 사회관계론의 동 서비교: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모색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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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라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의 욕구에만 따르면, 그 세(勢)는 용납할 수가 없고, 자원은 넉넉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선왕이 그것을 … 감안해서 예의를 제정하여, 각자의 몫과 할 일(分)을 나누었다. 그리
하여 귀천의 등급, 장유의 차이, 지혜로운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智・愚), 유능한 사람과 무능한 사람
(能・不能)의 구분(分)이 있도록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자기의 일을 하도록 맡기고, 각각 그 합당
함(宜)을 얻도록 하였다. 그런 뒤에 보수(穀祿)를 많거나 적게 하고, 후하거나 박하게 하는 알맞음(稱)
이 있도록 하였다. 이것이 대체로 ‘더불어 모여 살면서 조화롭게 통일을 이루는 길’[群居和一之道]이다
(825-26에서 재인용).

저자는 이 구절에 대해 “타인에 대한 배려를 기초로 하여 일상생활에서 도덕성을 실천하게
되면 사회관계에 조화와 통일이 이루어지며, 이것이 사회관계의 목표라고 순자는 주장하는 것”
이라고 언급한다(826). 이어서 저자는 유학자들이 이러한 군거화일지도에 기초한 조화로운 관
계의 형성을 통해 “개인 사이의 차이를 뛰어넘어 모두의 이익을 보장하는 길”을 발견했다고 주
장한다. 그러나 평자의 해석은 이와 다르다. 평자는 평소 이 구절을 순자가 예의를 명분으로 하
여 무릇 모든 인간이 탐하는 희소한 재화인 귀와 부에 대한 차등적인 분배를 합리화하는 진술
로 받아들였다. 이렇게 본다면, 순자에게 예의란 궁극적으로 귀천, 장유, 지 우(智 愚), 능 불
능(能 不能)의 차이를 인위적으로 설정하여 등급화하고 사회의 기초적인 재화의 불평등한 분배
는 물론 유교사회의 세습적인 신분제도를 정당화하는 기제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순자 당
대는 물론 유교사회 일반에서 바로 사회관계의 조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이러한 예의를 통해 여

성, 종 (노예와 하인), 서인(庶人)들이 감당하는 불평등하고 열악한 지위가 정당화된 것 아닌가?
그러나 저자의 해석은 평자의 입장과 다른 듯하다. 이어지는 대목에서 저자는 정명론에 대
한 공자 맹자 순자의 진술을 연이어 인용하면서, 유교사회에서는 인간관계가 일방적인 관계
가 아니라 쌍무적인(상호호혜적인) 역할수행을 요구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부모-자식 간
의 관계에 관해서도 자식의 일방적인 효도만을 강조하는 불평등한 관계가 아니라 그에 상응하
는 부모의 자애의 의무(역할)를 역설하는 쌍무적인 관계라고 주장한다. 이를 토대로 하여 저자
는 “유학사상은 인간관계를 평등한 관계로 상정하되 각자의 역할이 다른 것으로 인식할 뿐, 절
대로 상 하나 주 종의 불평등관계로 설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변한다(830-31). 그러
나 사회관계에서 요구되는 역할을 관계당사자들이 일방적으로 수행하는가 아니면 쌍무적으로
수행하느냐를 기준으로 하여 인간관계의 평등을 논하는 저자의 논변은 현대의 지배적인 평등
이념에 비추어 볼 때 그 설득력이 대단히 의심스럽다. 이른바 주인과 종(노예와 하인)의 관계
역시 종이 신공(身貢)을 바치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주인 역시 종에 대해 일정한 의무(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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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유지가 가능한 적절한 물질적 정신적 조건을 제공해 주는 것을 포함한)를 부담하는 쌍무적
관계이다. 그러나 유교사회에서 주인과 종의 관계는 교환되는 서비스의 불평등뿐만 아니라 도
덕적인 불평등을 수반하는 매우 불평등한 관계였다. 마찬가지로 삼종지도에 얽매어 있는 여성
들 역시 자신이 복종해야 하는 남성들(부모, 남편, 자식)과 쌍무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온
갖 불평등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저자의 해석에 따르면 이는 자발적인 것이고 평등한 관계
로 치부된다.
저자의 이러한 입장은 저자가 유학심리학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현대심리학이 소홀히 해온
(현대심리학의 공백으로 남겨진) 역할심리학을 순자 사상에 기대어 논할 때 좀 더 정교한 논리
로 전개된다. 저자의 해석에 따르면 순자는 인간의 사회적 역할을 “귀천(貴賤)으로 대표되는
‘사회등급’, 장유(長幼)로 대표되는 ‘사회윤리’, 그리고 지 우(智 愚)와 능 불능(能 不能)으로
대표되는 ‘사회직분’의 차이”로 나눈다(878). 여기에서 평등과 관련하여 평자의 주목을 끄는 대
목은 “귀천(貴賤)으로 대표되는 ‘사회등급’”, 곧 ‘사회신분’과 “지 우(智 愚)와 능 불능(能 不能)
으로 대표되는 ‘사회직분’”의 차이다. 저자는 순자를 좇아 “사회적 신분에 따른 역할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도덕적 수양의 결과에 따라 주어지는 것”이고 사 농 공 상 같은 “사회적
직분에 따른 역할의 차이도 개인이 개발한 능력의 차이를 근거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880). 저자의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사회적 신분과 사회적 직분에 따른 역할의 차이는 우연한
출생에 의해 불평등하게 세습된 것이 아니라 도덕적 수양과 능력의 차이에 근거한 합당하고
(산술적이 아니라 비례적으로) 평등한 것으로 현대사회에서 서구의 평등 원리의 하나로 승인
되고 있는 능력주의(meritocracy)에 근거한 것으로 해석된다.15) 그러나 역사적 경험과 사실을
통해 우리는 순자 등과 같은 유학자들의 주장과 달리 (가장 고귀한 군주의 지위는 말할 것도 없
고) 귀천에 따른 사회적 신분의 차이가 도덕적 수양이 아니라 (사회윤리와 마찬가지로) 선천적
으로 세습된 것이 지배적인 관행이고, 마찬가지로 사 농 공 상으로 구성된 사회적 직분상의
차이도 지배계급인 ‘사’와 피지배계급인 ‘농 공 상’ 사이에서 불평등하게 세습되어 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사회윤리에 근거한 역할배분을 “개인이 하기에 따라 달라지지 않
는 항구적인 역할”로 보지만, 사회신분과 사회직분상의 역할 차이에 대해서는 그것이 개인이
하기에 따라, 곧 (일견 모든 개인에게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었다는 가정 위에) 개인의 도덕적
수양과 능력 개발의 결과에 따라 달라지는 유동적이고 개방적인 결과로 보는 듯하다(880). 그

15) 능력주의는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기 위해 형식적이고 실질적인 차원에서의 기회의 평등을 전제로 한다(화이트
2016). 그러나 저자는 유학이론이 그러한 기회의 평등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는지에 관해 논하지 않는다.

서평 – 사회관계론의 동 서비교: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모색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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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고 유학자들은 이처럼 차등적인 역할을 인식하고 제안함으로써 “사회관계의 조화와 통
일”(881)을 추구했다고 서술한다. 그렇다면 평자가 지적한 대단히 불평등한 유교사회의 현실에

대해 저자는 그런 사회란 유학이론과 배치되는 현실로서 공자 맹자 순자 등이 발전시킨 유학이
론은 그렇게 가르친 적이 없고, 따라서 그런 현실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이 결백하다고 항변할
것인가?
저자는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저자는 8장의 말미에서 ‘분배정의’의 문제로서 “역할 구분
의 근거: 덕과 능력에 따른 형평”을 논할 때, 재차 공자 맹자 순자를 연이어 인용하면서 유학사
상에서 사회적 지위나 직분, 곧 사회적 역할의 근거는 “태어날 때부터의 출신성분에 의해 결정
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을 통해 후천적으로 이룬 “덕(德)과 능(能)”을 기준으로 나누어진다고
재강조한다(913-15). 그러나 역사적으로 공자 맹자 순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유학자들은 당대
사회에서 사회적 지위나 직분의 세습을 어느 정도 당연시하면서 살아왔고, 저자가 인용하는 구
절은 다소 예외적인 언급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세습된 사회적 지
위나 직분이 도덕적 수양이나 능력의 개발에 달려 있다는 점을 예외적으로 강조함으로써 진보
적인 논조를 전개한 점도 있지만, 다른 한편 그렇게 세습된 지위와 직분에 명시적이고 적극적
으로 반대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그들의 의도와 달리 아니면 그들의 대세적 의도에 따
라) 세습된 사회적 지위나 직분에 도덕적 수양과 출중한 능력이라는 외피를 씌워 정당화한 결
과에 기여한 것은 아닌가? 마지막으로 설사 ‘도덕적 수양’의 결과에 따라 다스리는 직책을 맡는
다는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 나름 일정한 타당성을 갖는다는 점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정치적 평등과 다수결을 주장하는 민주주의의 원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은 분명히 할 필
요가 있다. 서양 정치사상의 전통에서 정치적 평등의 구현인 민주주의는 플라톤의 철인통치론
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니, 그것은 저자가 신봉하고 있는 유덕자 통치론과 배치되는 것임도
분명하다. 다시 말해 저자의 유덕자 통치론은 선거 등 별도의 민주적인 정치기제에 의해 보완
되지 않는 한, 그 자체로는 민주주의와 정치적 평등에 반한다. 요컨대 덕과 능을 기준으로 하여
사회적 지위나 직분을 배분한다는 유학적 사회관계론이 다른 원칙에 호소함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용인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로 인해 유학적 사회관계론이 “유학사상은 인간관
계를 평등한 관계로 상정하되 각자의 역할이 다른 것으로 인식할 뿐, 절대로 상 하나 주 종의
불평등관계로 설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830-31)라는 저자의 논변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이러한 유교사회의 역할 배분과 수행을 긍정하고 승인하는지 아니면 비판하고 부정
하는지는 일견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저자가 서구 현대심리학이 상정하는 사회관계론에 대해
서는 치밀하고 신랄한 비판을 가하는 데 반해, 유학이 전제하는 이러한 역할심리학에 대해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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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인 비판 없이 서술하고 있다는 사실은 저자가 이를 사실상 승인하고 있다는 인상을 평자에
게 심어준다. 설사 백보를 양보해서 저자가 서술하고 있는 유학의 역할심리학을 당대의 역사적
한계를 감안하여 승인한다고 해도, 유교사회에 지배적인 관행이었던 군(君)과 신(臣), 사대부
(양반)와 평민은 물론 주인과 하인의 역할상의 차별 그리고 남성과 여성의 차별을 현대의 심리
학자인 저자는 유학 심리학의 틀에서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가? 저자가 제시한 유학자들의 역
할심리학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 주인과 하인의 역할 차이는 사회적 신분, 사회윤리 또는 사회
직분 가운데 어디에 속하는가? 그것들은 도덕적 수양, 태어날 때부터 따라오는 선천적 지위, 능
력개발의 차이 가운데 무엇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남성 지배계급의 일원인 공자 맹자 순자
의 침묵을 시대적 한계의 결과로 일단 용인한다고 해도 평등한 인간관계에 기초한 현대 심리학
에 익숙한 저자의 무의식적인 동조적 침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지금까지 검토한 저자
의 해석에 따르면, 철인통치자, 전사(보조자 계급) 및 생산자 계급으로 구성되었지만 남녀평등
(비록 지배계급에 한정된 것이지만)을 포함하여 훨씬 더 개방된 능력주의와 계층상의 이동을
명시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플라톤의 국가에 서술된 계급구조가 훨씬 더 평등한 것으로 여겨
진다.16) 그러나 플라톤의 국가에 서술된 사회가 평등한 사회라고 옹호하는 서양의 이론가들
이 거의 없다는 점은 두말을 요하지 않는다.

V. 유학심리학의 모호한 위상, (보완적으로 종합된) “새로운” 심리학의 불확실한 역할
이 책에 제시된 저자의 논의에서 서구의 현대심리학과 저자가 검토하고 제안하는 유학심리
학의 상호 관계와 위상은 다분히 모호하고 유동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 앞에서도 인용한 것처
럼, 저자는 ‘책머리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심리학의 목표를 “서구의 현대심리학을 대치할 수 있는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하는 작업”이라고 규정한다(5; 강조는 평자). 이 구절

만 보면 저자가 추구하는 “새로운 심리학”은 서구의 현대심리학을 대치(代置)하거나 대체(代
替)하는 것이다. 제8장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유학심리학 체계의 모색”의 모두에서도 저자
는 “심리학은 연구되고 있는 사회에서 실제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탐
구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구에서 발달한 현대심리학”은 “서구의 문화특수적인 심리학”에 불

16) 심지어 플라톤이 구상한 이상국가의 지배계급에게는 사유재산과 가족제도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들은 유교사회
의 지배계급만큼 부귀를 누리지 못한다.

서평 – 사회관계론의 동 서비교: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모색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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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할 뿐, “보편심리학”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813),17) 그 논거와 함께 새로운 심리학의 필요
성과 가능성을 아래와 같이 제기한다.18)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서구와 다른 입장에서 인간을 파악하는 동아시아의 관점에 서면, 서구에서
발달할 것과는 다른 심리학의 내용이 도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인의 삶과 경험에
바탕을 둔 새로운 심리학이 요청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813).19)

…이상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서구와 동아시아에서 인간을 파악하는 관점이 달라짐에 따라 사회관계를
파악하는 이론체계가 달라지고, 그에 상응하여 두 사회인들이 사회관계의 장면에서 실제로 드러내는
행동에 차이를 보인다면, 서구에서 서구인의 인간관을 바탕으로 하여 발달할 현대심리학과는 달리 동
아시아에서 동아시아인의 인간관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심리학의 체계를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
다…(813-14).

얼핏 의미가 비슷하면서도 중복되는 두 인용문에서 저자는 동아시아와 서구는 인간관이 서
로 다르기 때문에 (이론적 이유), 또 그러한 인간관의 차이가 빚어내는 ‘삶과 경험’이 서로 다르
기 때문에 (현실적 이유)20) 적어도 “동아시아인의 인간관을 바탕으로 한” “동아시아인의 삶과
경험에 바탕을 둔 새로운 심리학”의 체계가 요청되고 또 구성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

17) 이 지적은 당연한 것 같지만, 서구인이 서구사회(서구인)를 대상으로 연구한 심리학을 전제로 할 때 대체로 합당
할 것이다. 서구인(인류학자 등)이 비서구사회(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등)에 살면서 비서구인의 심리에
대한 연구를 한다든지 아니면 비서구인이 서구사회에 살면서 서구인의 심리에 대한 연구를 한다든지 하면서 발전
시킨 심리학에 대해서는 이러한 지적이 합당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지적은, 예를 들어, 서구인이 비서구사
회를 대상으로 하여 발전시킨 심리학 역시 서구중심주의에 따라 서구의 문화특수적인 심리학의 아류로 재생산될
수도 있다는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비교문화적 심리학 연구를 객관적으로 수행한다면 오히려
좀 더 보편적인 심리학을 생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18) 저자가 자주 언급하는 ‘새로운’ 심리학이 무엇을 지칭하는지는 평자에게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어떤 때는 저
자가 유학고전을 재해석하여 체계화한 유학심리학을 의미하는 것 같고, 어떤 때는 저자가 발전시킨 유학심리학을
현대심리학이 받아들인 결과 출현한 “통합적이고 보편적인 사회관계론”에 기초한 심리학을 지시하는 것 같기 때문
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심리학은 저자가 마음에 품고 있지만 (서구중심주의의 위엄과 위세에 눌려)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심리학, 곧 (평자가 15쪽에서 지나가면서 언급한 바 있는) 유학심리학을 중심으로 하여 서구의 현
대심리학을 통합적으로 포섭한 그런 심리학일 법도 하다. 만약 평자의 이러한 혼란이 근거가 있다면, 저자는 이 구
분을 좀 더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19) 그러나 이제 동아시아인의 삶과 경험은 지난 100년 동안 산업화・근대화・세계화・정보화와 함께 과거와 다른 근본
적인 변혁을 겪어 왔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저자의 체계적 논의는 이 책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저자의 심
리학은 ‘문화 본질주의’로 흐르는 편향을 보인다.
20) 여기서 이론과 현실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상호 구성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한데 엮어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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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 논지에 따르자면 이른바 ‘동아시아적 심리학’ 그것이 유학심리학이든 아니면 다른 무엇

이든 역시 “문화특수적인 심리학”일 뿐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문화특수적인 동아시아적 심리
학이 다른 또 하나의 문화특수적인 심리학, 곧 현대심리학을 ‘대치’하는 것은 곤란한 것처럼 여
겨진다. 이러한 상황은 문화상대주의의 입장에 따라 서구인에게는 서구인의 삶과 경험에 바탕
을 둔 서구의 현대심리학이, 동아시아인에게는 동아시아적 심리학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시사
하는 것 같다. 이런 결론을 따른다면 서구의 현대심리학과 동아시아적 심리학(유학심리학 등)
은 상호 대치(대체)할 수 있는 대체제 관계도 아니고, 서로의 한계와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보완재의 관계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양자는 동아시아와 서구라는 상이한 문화적 지형(인간관
+ 삶과 경험)에 바탕을 두고 적용영역을 달리하면서 공존하거나 병존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동서의 사회관계론을 비교하는 저자의 입장이 서구 특수적
심리학이나 동아시아 특수적 심리학이 각각의 사회에 안주하면서 공존할 것을 제안하는 것으
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저자의 의도도 아니고, 식견 있는 독자가 기대하는 바도 아닐
것이다. 이어지는 논의에서 저자는 자신이 추구하는 도덕실천론에 입각한 유학심리학이 “서구
사회의 대표적인 사회관계론인 사회교환이론,” 나아가 “현대 서구심리학이 갖는 일반적인 문제
점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한다고 주장한다(814). 그 점에서 저자가 말하는 “새로운 유학심리학”
은 이제 서구의 현대심리학에 대한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이러한 보완을 통해 “통합적이고 보편적인 사회관계론이 추구해야 할 점들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817). 다시 말해 “사회관계의 제반 행위를 전적으로 개인의 특성에
환원시켜 이해하려 함으로써, 인간 삶의 공동체적 특성을 무시하는 경향을 띤” 사회교환이론에
기초한 서구의 사회관계론은 “인간의 삶의 의의를 사회적 관계체로서의 인간 존재의 사회성에
서 찾아,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단위를 사람들 사이의 관계라고 인식하는 유학적 사회관계론의
도덕실천론을 그들의 이론체계” 속에 받아들임으로써 ‘통합적이고 보편적인 사회관계론’을 발
전시켜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834; 817).
일단 저자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전제할 때, 저자는 이렇게 구성된 통합적이고 보
편적인 사회관계론에 기초한 심리학을 어느 사회에 적용할 것으로 의도하는가? 먼저 한국 중
국 일본 타이완 북한 등 동아시아 사회에 적용할 것을 의도하는가? 그렇지만, 앞에서 평자가
비대칭적 비교를 논하면서 살펴본 것처럼, 유학에 기초한 동아시아의 사회관계론이 서구의 사
회관계론보다 훨씬 더 우월한 것이라면, 마음의 습관으로 유학에 익숙한 동아시아인들이 굳이
서구의 사회관계론을 ‘기본’으로 하되 동아시아의 사회관계론을 보완하여 종합한 심리학을 받
아들여야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도 우리는 유학적 사회관계론을 기본으로 하되 유학적 사회관

서평 – 사회관계론의 동 서비교: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모색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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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론의 결함을 서구의 사회관계론을 통해 보완한 심리학을 발전시키고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닌
가? 그 경우 우리는 유학적 사회관계론이 인간의 개체성(개인의 자율성, 개인의 이익 등)이나
평등한 인간관계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하고 그러한 결함을 서구의 자유주의적 사회관계론에
의해 보완하자고 제안할 법한데, 저자는 유학적 사회관계론에 그러한 결함이 없다는 점을 이미
소상하게 설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지난 70년 동안 급속하게 자본주의에 기초한 산

업화 근대화 세계화 정보화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대다수의 한국인들 서구심리학을 보편적

인 심리학으로 철저히 학습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심리학자들을 포함한 이 삶과 경
험에서는 물론 인간관에 있어서도 유학적 사회관계론을 망각하고 서구의 사회관계론을 체화했
기 때문인가? 그리하여 이처럼 유감스럽고 잘못된 결과를 치유하기 위해 서구의 사회관계론을
기본으로 하되 그 결함을 유학적 사회관계론으로 보완하는 역의 과정을 제안하는 것인가?
아니면 통합적이고 보편적인 사회관계론은 이제 서구의 사회관계론을 부분적으로 수정 대
치하여 서구인들의 삶과 경험을 조형하고 해석하는 데 적용되어야 하는가? 그런데 그들이 개인
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사회관계론의 결함을 굳이 유학적 사회관계론을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을까? 서구 문명 역시 획일적이고 단조로운 문명이 아니라 다양하고 풍성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복합문명이라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서구 문명 내에서 다른 이론적 자원을 찾아 그 결함
을 보완할 수 없는가? 이러한 발상에 따라 서구문명의 전통을 검토할 때, 먼저 플라톤과 아리스
토텔레스 등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인간의 사회성과 도덕주체성을 강조하지 않았는가? 예
를 들어, 그리스인들의 일반적인 관념에 따라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을 ‘정치적 동물’(political
animal; zõion politikon)이라고 규정했을 때, 그는 폴리스(polis)라는 도시국가의 두텁고 친밀
한 공동체적 속성을 강조한 것이었고, 오직 폴리스에서의 삶을 통해 인간이 정치적 덕의 최상
의 형태인 ‘정의’의 관념을 획득할 수 있다는 신념을 표현한 것이었다. 한편, 고대 로마에서는
이처럼 친밀한 공동체적 유대를 담고 있는 폴리스로부터 파생된 정치적 동물에 직접 대응하는
단어를 라틴어에서 찾을 수 없어서 부득이 그에 가까운 의미를 찾아 ‘사회적 동물’(social
animal; animal sociale)로 번역했다.21) 따라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철학자들은 인간의 개체
성이 아니라 정치성과 사회성을 인간의 규정적(defining) 요소로 받아들였다.
마찬가지로 서구의 근대 철학을 예로 들더라도, 저자가 자유주의자로 묶어서 다루는 프랑
스의 정치철학자 루소 역시 사회계약론에서 인간이 자연상태에서 사회계약을 통해 시민사

21) 이 점에서 오늘날의 용례와 달리 고대 그리스-로마 문명에서 ‘정치적’과 ‘사회적’은 그 발상과 의미에서 거의 비슷
한 뜻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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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로 이행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인간의 행위가 본능이나 욕망 대신 정의와 도덕성을 따르게
되고, 육체적 충동 대신 이성에 귀를 기울인다고 주장함으로써 인간의 사회성과 도덕주체성을
강조하고 양자를 결부시켰다(Rousseau 1978, I, viii, 55-56). 또한 그는 인간의 자유를 인간의
도덕성에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으로 설정함으로써 자유와 이성이 단순히 자기 이익의 극대화
를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Rousseau 1978, I, iv, 50). 그의 유명한 일반의지 개념 역시
인간의 사회성과 도덕성의 실현을 가능케 하는 핵심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이론적 자
원은 에드먼드 버크 등 근대 보수주의 사상가는 물론 가톨릭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
을 것이다.
이러한 보완적 자원은 서구의 현대 정치철학에서도 당연히 발견되는바, 20세기 후반에 출
현한 사조로서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Alasdair MacIntyre), 마이클 월저(Michael Walzer), 찰
스 테일러(Charles Taylor), 마이클 샌델(Macihael Sandel) 등으로 대표되는 서구의 공동체주
의를 가까운 예로 제시할 수 있다. 공동체주의는 “근대 개인주의의 보편화에 따른 윤리적 토대
의 상실, 즉 고도산업사회화에 따른 도덕적 공동체의 와해와 이기적 개인주의의 팽배에 의한
원자화 등의 현상에 대한 불만의 이론적 표출”로서 자유주의와 달리 인간의 덕성, 곧 “자유보다
는 평등의 이념, 권리(right)보다는 책임(responsibility), 가치중립적 방임보다는 가치판단적 담
론을 중시”한다.22) 사회 이전에 존재하는 개인의 자율성에 절대적인 우선성을 부여하는 자유
주의와 달리 공동체주의는 유학과 비슷하게 인간의 정체성이 그가 속하는 가족, 계급, 공동체,
국가, 민족의 구성원이라는 의식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을
포함한 비서구사회에서 공동체주의는 종종 유학 등 전통사상과 비슷한 것으로 쉽게 오해되기
도 하지만, 서구의 공동체주의 역시 계몽주의의 산물로서 전통사상이 담고 있는 권위주의적
집단주의적 전통을 거부한다는 점은 주목을 요한다(송재룡 2001).23) 그렇기 때문에 무연고적
개인의 절대적 자율성에 기초한 사회관계론을 (저자와 마찬가지로) 거부하거나 비판하는 서구
의 심리학자들은 자유주의적 사회관계론의 결함을 유학적 사회관계론을 통해 보완하기보다는
공동체주의에 의존하여 보완하기를 원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가 제기된다. 저자가 서구
의 사회교환이론의 결함을 도덕실천론에 입각한 유학의 사회관계론으로 보완하여 제시한 “통
합적이고 보편적인 사회관계론”은 공동체주의를 통해 보완한 사회관계론보다 어떤 이론적 실

22) https://ko.wikipedia.org/wiki/%EA%B3%B5%EB%8F%99%EC%B2%B4%EC%A3%BC%EC%9D%98.
23) 그렇기 때문에 송재룡은 ‘미국의 공동체주의자들은 한국의 자유주의자들보다 더 자유주의적이며, 한국의 자유주
의자들은 미국의 공동체주의자들보다 더 공동체주의적’이라고 꼬집는다(송재룡 2001).

서평 – 사회관계론의 동 서비교: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모색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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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인 이점이나 우위를 가지고 있는가? 토마스 쿤(Thomas Kuhn)의 통찰에 따라 자유주의 패
러다임에 낮선 패러다임인 유학심리학을 도입하여 자유주의를 수정하고 교체하는 비용
(retooling expenses), 곧 전환의 비용이 서구인들에게는 매우 높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들은 유학사상보다는 공동체주의에 의존하여 혁신을 꾀하는 대안을 선택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앞에서 유보했던 질문을 제기하고 간략히 논함으로써 이 장을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서구의 사회관계론에 유학적 사회관계론의 도덕적 실천론을 접목하여 종합한 ‘통합적이

고 보편적인 사회관계론’은 과연 얼마나 보편적일 것인가? 평자가 앞에서 논한 것처럼 물론

― 유학과 자유주의 사회관계론

평자가 논하지 못한 다른 한계도 추가하여 고려해야 하겠지만

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 곧 인간중심주의와 세속주의 및 합리주의 등이 안고 있는 한계를 인정
한다면, 동아시아와 서구의 사회관계론을 상호 보완하여 종합한 사회관계론이 동아시아와 서
구를 제외한 여타 많은 비서구사회(이슬람,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에도 두루 적용될 수 있는 ‘통합적이고 보편적인 사회관계론’을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평자는 회의적이다. 어떤 주어진 문화도 인간의 삶과 경험을 총체적으로 담아낼 수 없기 때문
에 교차문화적인 지양과 종합에 대해 평자는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각각의 심리학의 터전을
이루고 있는 동아시아와 서구의 문화는 저자의 대조와 달리 공통점(장점은 물론 단점을 포함
한)이 많기 때문에 이종교배라기보다는 동종교배와 가깝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문화권의 사회
관계론을 폭넓게 담아서 풍성한 결과를 엮어내기 어렵다는 것이 평자의 잠정적인 결론이다.

VI. 글을 맺으며
지금까지 평자는 동과 서의 비교연구에 기초한 유학심리학 또는 ‘새로운 심리학’에 대한 저
자의 여러 저작을 전체적으로 읽지 못한 상태에서 사회관계론의 동 서비교;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모색 II을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으로 두서없이 논평했다. 논평을 마무리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평자의 논평을 좀 더 간략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가지 않은 길을 상상하고 이를 통해 이미 간 길을 성찰하기”에서 평자는 동서 사회관
계론의 비교를 통한 저자의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탐색작업이 양자의 공통적인 한계, 곧 인
본주의/인간중심주의 그리고 세속주의와 합리주의의 틀에 갇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로 인

해 저자가 제안하는 사회관계론이 생태학적 사유 21세기 생태계의 위기가 인류에게 부과하

고 있는 가 사회관계의 쇄신(또는 재조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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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상연구 제23집 1호, 2017 봄

있고, 또 세속주의와 합리주의에 매몰된 사회관계론이 인간존재의 영적 초월적 차원에 대한
탐색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궁극적으로 평자의 이러한 비판은 바람직한 사회관
계론이 단순히 인간 본위의 사회관계론으로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며, 유학사상 본연의 체계로
돌아가 인간존재에 내재하는 영적이고 초월적인 요소, 인간존재에 내재하는 물질적 생태학적
요소, 인간에 고유한 요소, 곧 천 지 인(天 地 人)을 한데 아우르는 체계를 구상하고 구성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24) 이러한 비판은 저자가 제안하는 사회관계론이 ‘통합적이고 보편적인
사회관계론’의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마지막 논점을 추가적으로 강화하는 면이 있다.
둘째, “비교의 비대칭성, ‘평등’의 문제”에서 평자는 서구 사회관계론의 문제점으로 저자가

― ① “개체적 독립성 중시와 사회적 존재 특성의 무시”, ②
“쾌락적 이기성 중시와 도덕적 관심의 무시”, ③ “보편적 일관성 중시와 상황가변성의 무시”―
제시하고 치밀하게 비판한 항목들

이 논의의 구도에 있어서 비대칭적이고 편향된 이항대립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서구중심
주의의 한 요소인 오리엔탈리즘을 역으로 재생산하고 있으며, 아울러 유학적 사회관계론의 문
제점에 관해서는 침묵을 지키거나 오히려 예상 가능한(친숙한) 비판을 반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서 저자가 유학사상이 인간관계를 평등한 관계로 상정한다는 자신의 해석을 정

당화하기 위해 제시한 두 가지 논변 곧 인간 상호간의 ‘쌍무적인 역할수행’ 그리고 세습적인
신분이 아니라 “도덕적인 수양의 결과”와 “지 우(智 愚)와 능 불능(能 不能)”에 따라 귀천을 가

르는 사회적 지위(또는 사회등급)와 사회직분이 배분된다는 주장 이 설득력이 없다는 점을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유학심리학의 모호한 위상, (보완적으로 종합된) 새로운 심리학의 불확실한
역할”에서 평자는 사회관계론의 관점에서 유학심리학이 서구의 현대심리학에 대한 대체재인
지 아니면 보완재인지를 검토하면서 전체적으로 보완재의 위상을 갖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
나 이 책에서 명시적으로 제시된 저자의 논의에만 따른다면 양자를 보완적으로 종합하더라도,

왜 서구심리학이 ‘주(主)’, 유학심리학이 ‘보(補)’가 되고 그 반대가 아닌지는 평자에게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을 비판했다. 또한 평자는 양자를 보완적으로 종합한 결과 출현한 ‘통합적
이고 보편적인 사회관계론’이 동아시아를 제외한 다른 비서구사회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동
아시아나 서구사회에도 적실성 있는 이론체계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24) 이러한 제안은 정치사상을 하는 평자 역시 감당할 수 없는 거창한 작업을 주문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당장 실천에 옮기지 못하더라도 큰 그림의 필요성에 대한 상상은 필요할 것이다.

서평 – 사회관계론의 동 서비교: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모색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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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검색일: 2017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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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상연구 제23집 1호, 2017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