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중. 2016. “라틴아메리카의 탈식민적 전회(De-colonial Turn)와 트랜스모더니티(

http:/dx.doi.org/10.21210/KJHS.9.1.5

라틴아메리카의 탈식민적 전회(De-colonial
Turn)와 트랜스모더니티(Trans-modernity):
유럽의 비판이론과 해방철학을 중심으로*

1)

김은중
단독/ 서울대학교
Kim, Eun-Joong(2016), De-colonial Turn and Transmodernity in Latin
America, The Korean Journal of Hispanic Studies, 9(1), 117-143.
Kant’s critical method is double. Kant’s transcendental critique is focused
primarily on the system of reason and knowledge, but his critique open the
possibility of reading the Enlightenment injunction against the grain. “Dare to
know” means at the same time “know how to dare.” Whereas the major Kant
provides the tools for stabilizing the transcendental ordering, the minor Kant
presents an alternative to the command and authority of reason. When
Foucault argues that modernity must be understood as a power relation, that
is, domination and resistance, sovereignty and struggles for liberation, he
carries forward the banner of the minor Kant who not only dares to know but
also knows how to dare. European critical theory and Latin American
philosophy of liberation provide complementary perspectives on resistance and
liberation. Missing in European critical theory’s celebration of the
Enlightenment and modernity was the fact that its concept of Man and
humanity was based on the European concept of Man, and not on those that
populated the world beyond the heart of Europe. The philosophy of liberation
not only takes aim (with critical theory) to retain negative materiality and
includes communitary intersubjectivity, but also (against and beyond critical
theory) affirms exteriority and critical discurvity, which emerges from the
consensus of the commnunity of the victims. Under the aegis of globalization,
the totalizing ambitions of Western modernity are reveled in the opposition
between the hegemonic North and the dominated South. The philosophy of
liberation is a philosophy born in the periphery but with global aspirations.
The project of liberation is neither anti- nor pre- nor post-modern, but is
trans-modern. Transmodernity presents itself as a decolonial and pluriversal
option, instead of offering itself as a new universal mission.
* 이 논문은 2014년 정부(교육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14S1A3A2043763).

118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9권 1호

Key Words: Philosophy of Liberation/ Transmodernity/ Pluriverse
김은중(2016), 라틴아메리카의 탈식민적 전회와 트랜스모더니티,
아메리카연구 , 9(1), 117-143.

스페인라틴

칸트의 비판적 방법은 이중적이다. 칸트의 초월적 비판은 우선적으로 이성과
지식 체계에 초점을 맞추지만 계몽의 권고를 반대로 읽을 수 있는 비판의 가능성
도 제시한다. ‘과감하게 알라’는 계몽의 권고는 ‘과감할 줄 알라’는 의미이기도 하
다. 다수자 칸트가 초월적 질서를 유지하는 방법을 제시한다면 소수자 칸트는 이
성의 명령과 권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푸코는 소수자 칸트를 따라서 근대성
을 권력 관계, 즉 지배와 저항, 주권과 해방을 위한 투쟁의 관계를 이해한다. 유럽
의 비판이론과 라틴아메리카 해방철학은 저항과 해방에 대해 상보적인 관점을 제
시한다. 계몽과 근대성에 대한 유럽의 비판이론은 유럽의 인간 개념에 토대를 둔
인간과 인간성의 계몽과 근대성을 말할 뿐 유럽 외부의 사람에 대해서는 언급하
지 않는다. 해방철학이 부정적 물질성을 수용하고 공동체적 상호주체성을 포괄하
는 점에서 비판이론에 동의하지만, 희생자의 공동체의 합의로부터 출발하는 외부
성과 비판적 담론성을 긍정한다는 점에서 비판이론을 넘어선다. 세계화의 기치아
래 서구 근대성은 헤게모니를 잡은 북부와 피지배의 남부를 대립시킴으로써 총체
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해방철학은 주변부의 철학이지만 전 지구적 차원의 열망을
갖는다. 해방의 기획은 반근대도 아니고 전근대도 아니며 탈근대도 아니라 트랜스
모던이다. 트랜스모더니티는 새로운 보편성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탈식민적이고
복수의 세계를 제시한다.
주제어: 해방철학/ 트랜스모더니티/ 복수의 세계

냉전은 끝났고, 양극 체제는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이론의 여지없이
미국의 군사적 헤게모니가 들어섰고 미국 주도의 경제적, 문화적, 정치
적 세계화가 확산되었다. 파산한 혁명적 유토피아는 더 이상 대안을 내
놓지 못하는 듯하다. 세계를 통치하는 것은 하이에크 식의 신자유주의
의 형이상학적 도그마이다. 이제 ‘해방’은 실용적이고, 개혁적이며, 현실
적으로 가능한 방식으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이 오늘날 공적 여론에
서 철학적으로 유효한 지배적인 견해이다. 이러한 모든 상황에도 불구
하고, 20세기 말 인류의 대다수를 빈곤으로 몰아갈 뿐만 아니라 제어불
가능하고 파괴적인 환경오염이 가속화되는 무시무시한 공포 속에서 ‘희
생자’의 위치에서, ‘가난한 자’의 위치에서, ‘배제된 자’들의 ‘외부성’의
위치에서 해방 윤리학이 더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 엔리케 두셀(1998)

라틴아메리카의 탈식민적 전회(De-colonial Turn)와 트랜스모더니티(Trans-modernity):
유럽의 비판이론과 해방철학을 중심으로⋅김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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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진보와 발전은 근대의 상징이었다. 근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전쟁보다
는 평화를 상상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두 번의 세계대전 이후 근
대성의 위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세계대전이 가져온
파괴적 참상은 근대성의 발원지로 여겨졌던 유럽의 위기를 의미했고 유
럽의 위기는 적어도 세 가지 변화를 가져왔다. 첫째, 제2차 세계대전 이
후 근대 세계체제의 권력 축이 서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했다. 이와 더불
어 아메리카주의,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9세기 말 미국이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세력을 키운 미국의 우월주의와 동화주의 이데올
로기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었다. 동화주의 이데올로기의 대상은 유럽
출신의 비기독교도 이민자들이었고, 이들 중에는 유색인종도 포함되었다.
둘째, 냉전과 더불어 소련 공산주의가 미국 헤게모니의 대항 세력으로 등
장했다. 소련식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는 파시즘과 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제시하는 미래와는 다른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다. 사회주의의 등장으로
유럽은 두 개의 진영으로 갈라졌다. 세 번째 변화는 탈식민적 전환이다.
탈식민적 전환은 유럽 내부와 외부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건이 결합된 결
과였다. 유럽 내부의 역사적 사건이 나치즘의 발호였다면, 유럽 외부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건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식민지의 독립이었다. 유럽의
권력 구도가 남부 유럽에서 북부 유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라틴아메리카의 독립 투쟁과는 대조적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식민지의
독립은 나치즘의 등장으로 유럽 전체가 도덕적으로 추락하는 역사적 사
건 속에서 발생했다. 에메 세제르의 말을 빌리면, 유럽의 도덕적 추락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indefensible)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프랑스의 인류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브루노 라투르
(Bruno Latour)는 근대 시기 내내 인류는 광포한 전쟁 상태에 있다고 단언
한다(2003). 전쟁은 평화가 깨진 예외적 상태가 아니라 일상적 상태라는 것
이다. 라투르와 같은 시각에서 푸에르토리코 출신 학자인 말도나도-토레스
(Nelson Maldonado-Torres)는 1492년에 시작된 에피스테메와 사회적 질서
를 “전쟁의 패러다임”(a paradigm of war)으로 규정했다(2008, 3). 전쟁의
패러다임이란 지정학적 공간, 상호주체적 관계, 경제활동, 지식 생산에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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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9권 1호

배와 통제를 우선시하는 근대적 지식과 사회적 관계를 의미한다. 다시 말
해, 전쟁의 패러다임은 지배와 통제를 통해 개별적 특이성(singularity)을
일반성(generality)과 총체성(totality)으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네
그리와 하트는 최근의 저작에서 근대성을 합리적 이성과 계몽주의로 묘사
하기 이전에 권력관계로, 즉 지배와 저항, 주권과 해방을 위한 투쟁으로 이
해한다(2014).
본 논문에서는 근대성을 권력관계로 이해하는 관점을 통해 유럽의 비판
이론과 해방철학을 중심으로 라틴아메리카의 탈식민적 전회와 트랜스모더
니티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2. 정치적 문제로서의 계몽의 태도
칸트는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에서 계몽이란 인간이 스스로
초래한 미성년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칸트 2009). 칸트가
규정하는 미성년 상태란 우리의 이성이 요청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권위를 수용하려는 의지의 상태이다. 그리고 “과감히 알려고 하라! 너 자
신의 오성을 사용하려는 용기를 가져라!”는 표어를 계몽의 모토로 내세웠
다. 푸코는 「
계몽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칸트의 답변은 근대 철학이
결코 해결하지도 못했고 동시에 제거하지도 못했던 질문이 사상사의 전
면에 부각되는 계기가 되었고, 헤겔로부터 니체와 베버를 거쳐 호르크하
이머와 하버마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철학은 직·간접적으로 이 문제와 대
결하지 않을 수 없었음을 지적했다. 계몽이라는 사건은 오늘날까지 여전
히 상당 부분 우리의 모습과 사유와 행위를 규정짓고 있으며, 근대철학이
란 2세기 전에 제기된 “계몽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고자 하는
철학이기 때문이다.
푸코가 판단하기에 칸트의 글은 철학자가 지식과 역사에의 성찰, 그리
고 자신이 글을 쓰고 있는 특정한 시점과 이유에 대한 분석을 스스로의
저작이 갖는 의의와 밀접하게 결합시키고 있는 최초의 예이다. 여기서 최
초라는 표현은 시기적으로 최초가 아니라 방식에서 최초를 뜻한다. 칸트
가 계몽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랐다는 것이다. 칸트에

라틴아메리카의 탈식민적 전회(De-colonial Turn)와 트랜스모더니티(Trans-modernity):
유럽의 비판이론과 해방철학을 중심으로⋅김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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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계몽은 세계사의 특정 시기도 아니었고, 미래의 사건에 대한 전조(前
兆)도 아니었으며, 새로운 세계의 새벽을 향한 전환점을 의미하지도 않았
다. 칸트는 계몽을 부정적인 방식으로 정의해서 ‘출구’(Ausgang)로 해석
했다. 즉 계몽이라는 사건을 기원의 문제나 역사 과정의 내적 목적으로
보지 않고 ‘차이’로 보았다. 칸트는 ‘오늘이 어제와 비교해 무엇이 다른
가?’를 물었던 것이다.
칸트는 어제와 오늘의 차이를 이성의 사용 방식에 두었다. 여기서 이성
에 대한 칸트의 독특한 구분이 등장하는데 이성의 사적 사용과 공적 사
용이 그것이다. 칸트에 의하면 인간이 ‘기계 속의 나사’ 역할을 할 때 이
성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이성 자체의 목적을 위
해서 사유할 때, 이성적 존재자로서 사유할 때, 그리고 이성적 인류의 일
원으로서 사유할 때, 이성의 사용은 공적이 된다. 개인적인 사유의 자유
가 보장되는 과정만이 계몽의 전부는 아닌 것이다. 계몽은 이성을 공적으
로 사용하는 것이며 동시에 이성의 공적인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계몽은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이다.
이성의 공적 사용이 어떻게 하면 적극적인 방식으로 확보될 수 있겠는
가? 계몽은 모든 인류에 영향을 미치는 일반 과정으로 단순히 간주되
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계몽을 개인들에게 과해진 의무로 이해해
서도 안 된다. 계몽은 정치적인 문제인 것이다. 이성의 사용이 어떻게
공적인 형태를 취할 수 있는가? 또 앎에의 용감한 의지가 어떻게 환한
대낮에 실천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말이다(Foucault
1984, 37. 강조는 필자).

칸트가 정의하는 계몽이란 인간이 아무런 권위에도 이성을 종속시키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리고 환한 대낮에 이
성을 공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비판이다. 계몽의 목표는 이
성의 내용이나 내재적 완결성이 아니라 이성의 사용 방법이다. 푸코가 강
조하듯이 계몽이란 비판의 시대를 의미한다. 비판은 계몽이 낳은 이성의
사용 방법이다. 어제와 비교해 (칸트가 살았던) 오늘이 다른 것은 비판의
시대이기 때문이다.1)
1) 근대성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비판이다. 근대는 종교, 철학, 도덕, 법률, 역사, 경제,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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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9권 1호

칸트의 글에 대한 푸코의 해석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푸코가 계몽에
대한 칸트의 문제 제기 방식을 근대성에 적용하는 점이다. 칸트가 계몽을
역사의 한 시기로 보지 않고 철학함의 태도로 보았듯이 푸코는 근대성을
역사상의 시기가 아니라 태도로 이해한다. 여기서 태도란 에토스(ethos)
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지금의 현실에 관계되는 양식이며 자발적
선택이자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이다. 근대성은 흔히 전통과의 결별, 새로
움의 감정, 현기증 나는 변화 같은 시간의 단절에 대한 의식이라는 관점
에서 파악된다.2) 근대성의 전통은 이전의 전통과는 다른 전통이다. 근대
성의 전통은 분리이다. 분리는 어떤 것과 갈라지는 것이며 단일성이 깨지
는 것이다. 근대성은 초시간적 원리를 긍정하지 않으며 다시 태어나기 위
해 끊임없이 자문하고, 검증하고, 파괴하는 비판적 이성의 전개 과정이다.
근대성의 모순은 초시간적 원리 대신에 변화의 원리 위에 과거의 종교와
철학의 견고함에 못지않게 튼튼한 체계를 세우려는 모든 시도 속에 나타
난다. 근대 철학과 근대 예술은 이 지점에서 갈라진다. 보들레르는 근대
성의 태도는 이 순간을 넘어서거나 다음에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 순간에 내재하는 영원한 그 무엇을 포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영웅적’인 측면을 포착하는 태도가 근대성인 것이다. 푸코가 강조했듯이,
근대성의 태도를 규정하기 위해 보들레르는 매우 의미심장한 “현재를 경
멸할 권리가 우리에겐 없다”는 수사법을 동원하고 있다. 근대 예술과 달
고 정치에 대한 비판과 함께 시작되었다. 근대성은 비판을 통한 전통과의 단절이었다. 근
대를 형성하는 모든 것은 비판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며, 비판은 탐구와 창조, 그리고 행
동의 방법론으로 이해되었다. 근대의 핵심적 개념이자 이념인 진보, 진화, 혁명, 자유, 민
주, 과학, 기술 등은 모두 비판의 산물이다. 계몽적 이성은 세계와 자기 스스로를 비판함
으로써 고대의 이성주의와 고전주의 기하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비판은 역사 속에
서 미국독립전쟁, 프랑스혁명, 라틴아메리카독립운동으로 구현되었다. 근대 역사의 토대
가 된 위대한 혁명들이 18세기 사상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2) 근대성은 순간적이고, 유동적이며, 우연적인 것에 대한 인식이다. 보들레르는 낭만주의
예술L’art romantique 에서 근대성의 전통을 단절이라고 말했다. 보들레르가 언급한 근
대적 미학은 시간과 주체성, 경험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것이다. 단절은 변화의
특권적 형태이다. 즉 근대성은 ‘과거의 부정’이면서 동시에 ‘무엇인가 다른 것의 추구’이
다. 그래서 보들레르는 “아름답다는 것은 언제나 기이한(bizarre) 것이다”라고 말했다
(Baudelaire 1863). 근대성은 결코 자기 자신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언제나 다르다. 근대
성의 특징은 새로움이며 이질성이다. 근대성은 늘 다름을 표방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
다. 과거의 전통이 늘 동일함을 유지하는 것이었다면, 근대의 전통은 끊임없이 달라지는
것이다. 근대성이 ‘전통의 단절’(una ruptura de la tradición)이라면 근대성의 전통은 ‘단
절의 전통’(una tradición de la ruptura)이다(파스 1999).

라틴아메리카의 탈식민적 전회(De-colonial Turn)와 트랜스모더니티(Trans-modernity):
유럽의 비판이론과 해방철학을 중심으로⋅김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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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근대 철학은 변증법을 통해 분열을 치유하려고 했다. 헤겔은 자신의
철학을 분열에 대한 치유라고 불렀다.
변증법적 모순 해결 방식은 해결과 동시에 또 다른 모순을 낳을 수밖
에 없다. 서구가 이룩한 최근의 위대한 철학적 체계는 단지 분열되기
위해 탄생한 체계로서 사변적 열광과 비판적 이성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으며, 결국 분열에 의해 분열을 치유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근
대성의 한 극단에는 헤겔과 그를 계승한 유물론자들이 자리 잡고 있으
며, 또 다른 극단에는 유물론자들에 대한 비판과 분석철학에 대한 흄의
비판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대립이 서구의 역사이며 존재 이유이다.
또한 어느 날인가 서구의 사망 원인이 될 것이다(파스 1999, 45-46).

칸트의 대부분의 역사적 논술과 소론(小論)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의 차이점은 그가 역사적 논술들에서 시간의 내적 목적론을 규정하
면서 인간의 역사가 움직이는 방향을 포착하려고 노력했다면,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에서는 계몽을 부정적 방식의 ‘출구’로 해석함으로
써 비판적 성찰과 역사에의 성찰 사이의 교차점에 위치하려고 시도했다
는 점이다. 네그리와 하트는 칸트의 이러한 위치를 ‘다수자 칸트’와 ‘소수
자 칸트’의 이중성으로 표현한다. ‘다수자 칸트’가 견고한 유럽 합리주의
전통에 참여하여 사회 질서를 보존하고 그것을 지탱하는 방향으로 ‘이성
의 개선’을 이루려고 하는 반면에, ‘소수자 칸트’는 그 질서의 토대를 부수
고 삶정치적인 내재성의 평면에서 변이와 자유로운 창조로 가는 길을 연
다(네그리·하트 2014). 계몽주의의 완성자임을 자처했던 칸트의 계몽의
태도는 유럽 계몽주의 내의 대안적 노선이었다. 계몽주의는 근대성을 끊
임없는 진보, 도덕과 사회적 질서의 합리적 발전으로 규정함으로써 전통
과 맞선 근대성의 손을 들어주었다(Habermas 1997). 미학적 근대성은 전
통의 단절을 통해 미래를 향한 문을 열었지만 그것이 진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3) 근대 미학이 과거나 어떠한 확고부동한 원리에 의지하지
3) 근대성과 근대 예술의 관계는 동맹 관계이면서 동시에 적대적이다. 근대 예술은 비판적
이성에 대한 비판으로 직선적인 역사의 시간에 반대하여 역사 이전의 태초의 시간을, 유
토피아가 기다리는 미래의 시간에 반대하여 열정과 사랑과 죽음의 순간적인 시간을 내세
웠다. 근대 예술, 특히 낭만주의는 18세기에 비판적·유토피아적·혁명적 이성의 산물로 받
아들여졌던 근대성에 대한 거대한 부정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근대적인’ 부정이었다. 즉
근대성을 벗어나지 않은 근대성 안에서의 부정이었다(Paz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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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9권 1호

않고 오로지 변화 속에서 자신의 근거를 찾고 있는 서양 문명의 극적인
상황의 표현이라면, 근대 철학의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근대인
의 역사의식이다. 근대인의 역사의식은, 한편으로 과거와 전통에 대한 비
판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 유일한 원리 위에 전
통을 세우는 것이다. 계몽의 태도가 현실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현실을 다
르게 상상하는 것이라면, 계몽주의는 현실을 폐기하고 변증법적 모순 해
결 방식을 통해 합리성의 본질적 핵심을 추적한다.

3. 미완의 기획, 근대성인가 탈식민성인가?
하버마스가 「근대성, 미완의 기획」에서 지적한 것처럼, 계몽주의는 계
몽의 태도와의 결별이었다. 칸트의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 이후
계몽의 태도는 계몽주의에 자리를 내주었고, ‘다수자 칸트’는 ‘소수자 칸
트’를 억압하거나 배제했다. ‘다수자 칸트’를 계승한 사회민주주의 이론가
들은 초월적이고 형식적인 도식에 기반을 둔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달리 말하자면, 사회민주주의 이론가들은 합리성을 토대로
한 진보의 믿음을 가지고 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러한 기획
과 관련하여 토대를 구축한 사람으로 막스 베버를 꼽을 수 있다. 베버는
사회적 진화를 본질적으로 지적 진보로, 즉 지성과 윤리가 조화를 이룬
인간의 합리성이 발전되어온 과정으로 이해했다. 베버는 진화의 단계에서
사람들이 점차 더 발전된 형태의 국가나 법률 체계, 관료제, 도시 같은
새로운 사회제도를 만들어왔으며, 당시의 유럽 자본주의를 이러한 사회적
진화의 정점으로 확신했다(블로트 2008). ‘유럽의 기적’을 가능하게 한 것
은 ‘오직 서구만이 가진’ 합리성 때문이라는 베버의 주장은 유럽문명을
합리성으로, 다른 문명들을 비합리성으로 설명하는 기본 모델이 되었다
(베버 2010). 그러나 19세기 후반부터 1930년대까지 부르주아 사회와 유
럽 정치의 중심적 이데올로기를 구성했던 사회민주주의적 개혁이 보여준
것은 계몽의 자기 파괴이자 총체화된 이성의 도구화로 요약될 수 있는
근대성의 역설이었다. 비판이론 1세대 학자들은 자신들의 시대를 더 이상
인간 해방을 실현하는 진보의 과정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인간의 노동이

라틴아메리카의 탈식민적 전회(De-colonial Turn)와 트랜스모더니티(Trans-modernity):
유럽의 비판이론과 해방철학을 중심으로⋅김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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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개념적 사유는 이제 더 이상 자연과 인간의 자기실현 행위도 아니며,
이성이란 자기보존의 행위가 갖는 효율성을 판단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
하다고 생각되었다. 근대적 합리성이란 타자에 대해서, 더 나아가 자기
자신에 대한 지배의 지침이 되는 도구적 이성일 뿐이다(김원식 2007). 죽
음을 목전에 두고 있었던 푸코가 200여 년 전에 칸트가 던졌던 ‘지금 무
엇이 진행되고 있는가? 우리에게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가? 우리가 살
고 있는 이 세계, 이 시기, 바로 이 순간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다시
던진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사회학자로서 베버는 근대성에 대한 하버마스의 성찰에 좌표를 제시했
다. 하버마스가 보기에 근대성의 문제는 세계를 인식하는 독자적 영역들
이 전문화되고 절대화되기 때문이다. 4) 인식적-구조적, 도덕적-실천적, 미
학적-표현적 합리성의 세 가지 차원으로 분할된 생활세계는 전문가의 등
장으로 각 영역의 내적 논리를 강화시키는 쪽으로 나아갔다는 것이다. 베
버는 합리화의 편벽성이 초래하는 이성의 도착현상을 근대성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보았고, 그 결과 근대사회를 일종의 ‘쇠우리’에 비유했
다. 5) 각 분야의 자율적이고 내재적인 논리를 발전시키고 구체화함으로써
근대성을 완수하려는 계몽주의의 과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하버마스
는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했다. 계몽의 과제가 실패했음을 선언
해야 하는가? 아니면 계몽의 의도가 아무리 허약하더라도 그것에 충실해
야 하는가? 하버마스의 선택은 후자였다.
하버마스는 베버와 프랑크푸르트 1세대 학자들이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던 도구적 합리성에 대한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사소통적 합리성
을 제시했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사회의 합리화는 도구적 합리성과 의사
소통적 합리성의 보완적 관계 속에서 진행된다. 도구적 합리성이 국가 경
제와 행정의 영역에서 주된 역할을 한다면, 의사소통적 합리성은 생활세
4) 베버는 근대성을 점진적 합리화 과정으로 이해했는데, 합리화 과정을 통해 종교와 형이
상학에서 통전되어 있던 세계관이 붕괴되고 과학, 도덕, 예술의 세 자족적 영역으로 분화
된다. 근대인이 세계를 보는 합리적 관점은 진리성, 규범적 정당성, 성실성과 미(美)의 독
립적 영역으로 분화되는 것이다. 진리성은 지식의 문제이며, 규범적 정당성은 정의와 도
덕의 영역이고, 성실성과 미는 취향과 관련된다. 그리고 각각의 영역은 과학적 담론, 도
덕과 법률 이론, 예술의 생산과 비평으로 제도화된다.
5) 막스 베버의 이러한 생각은 그가 말년에 했던 두 번의 강연(‘직업과 소명으로서의 학문’
과 ‘직업과 소명으로서의 정치’)에 잘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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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9권 1호

계의 지배적 원리이다. 근대화의 역설인 ‘생활세계의 식민화’는 도구적 합
리성이 생활세계의 의사소통적 합리성을 침범할 때 발생한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의사소통 행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언어를 매개로 상호이해와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
하버마스의 의사소통적 합리성은 착취와 지배가 없는 해방된 삶의 정
형이 의사소통 행위 안에 구조적으로 내재한다는 보편화용론으로 구체화
되었다. 하버마스의 보편화용론은 자유로운 ‘이상적 담화 상황’을 전제하
는 담론 윤리학(discourse ethics)이다. 하버마스의 담론 윤리학은 도구적
합리성이 가져온 수단과 목적의 도착(倒錯)을 벗어나 근대성이라는 미완
의 기획을 완수하려는 시도이다. 이를 위해서 그는 의식을 토대로 하는
형이상학과 인식론에 대한 대안으로 이상적 담화 상황을 전제하는 담론
윤리를 제안한 것이다. 하버마스에 의하면 생활세계의 합리화는 상호주관
적 합리성을 통해서만 수행될 수 있으며, 상호주관적 합리성은 처음부터
언어 구조 자체의 내재적 원리임을 전제한다.
여기서 푸코가 계몽이란 비판이며 정치적인 문제라고 규정했던 지점으
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푸코는 계몽의 태도란 계몽에 포함되는 ‘좋은’ 요
소와 ‘나쁜’ 요소를 변증법적으로 분별하는 것이 아니며, 더 나아가 계몽
의 목표가 ‘합리성의 본질적 핵심’(the essential kernel of rationality)을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바꿔 말하자면, 계몽의 태도란
역사적으로 계몽에 의해 스스로를 규정한 존재인 우리 자신에 대한 분석
을 통해 ‘필연적인 것의 현재적 한계’(contemporary limits of the
necessary)를 해명하는 것이다.
비판은 더 이상 보편적 가치를 갖는 형식적 구조의 탐구라는 형태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자신을 형성하고 우리 스스로를 우리의 행
위, 언술, 사유의 주체로 파악하게 만든 사건에 대한 역사적 탐구로서
비판이 실천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판은 더 이상 선험적이 아니
며, 형이상학을 가능케 하는 것이 비판의 목표가 될 수도 없다. 비판은
계보학적으로 설계되며 고고학적으로 실천된다. 고고학적 비판은 모든
지식이나 도덕적 행위의 보편 구조를 밝히려 하는 대신에, 우리의 사유
와 언술과 행동을 형성한 담론을 역사적 사건으로 취급하는 태도이다.
계보학적 비판이란 현재의 우리 모습으로부터 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것을 연역해내는 대신, 우리의 현실을 만든 우연성과 우리의 존재와 행

라틴아메리카의 탈식민적 전회(De-colonial Turn)와 트랜스모더니티(Trans-modernity):
유럽의 비판이론과 해방철학을 중심으로⋅김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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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사유를 넘어 설 수 있는 가능성을 분리해내는 작업이다. 비판은
과학에 기초를 둔 형이상학을 수립하는 대신에, 아직 규정되지 않는 자
유의 영역을 최대한도로 확장시키는 것이다(Foucault 1984, 45-46).

푸코에 따르면 계몽의 목표는 선험적이고 형이상학적 비판을 통해 보
편적 가치를 갖는 형식적 구조를 탐구하는 것이 아니다. 계몽적 비판의
대상은 인식의 보편적 구조나 궁극적으로 형이상학을 구축하려는 과학이
아니며 ‘지식’ 또는 ‘담론’과 권력의 상관관계이다. 푸코가 고고학적-계보
학적 접근방식을 통해 밝히려고 한 것은 인간의 자유를 발명했다는 계몽
주의 시대가 규율권력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예속 메커니즘을 수반한 시
기였다는 사실이다. 6) 따라서 푸코의 계보학적 비판은, 한편으로는 담론이
어떤 경로를 따라 규제, 통제형식 및 권력관계에 예속되는지를 밝히는 것
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지식과 담론 분석을 통해 근대성의 태도가 형성된
이래 반근대성(countermodernity)의 태도와 어떻게 싸워왔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푸코의 계보학적 비판은 역사를 어떤 기획의 실현으
로 해석하는 헤겔적 역사주의의 관점을 비판하면서 역사란 지식과 권력
간의 복합적인 연관관계임을 보여준다. 반복하자면, 계몽은 정치적인 문
제인 것이다.
근대성은 언제나 둘이다. 근대성은 이성, 계몽주의, 전통과의 단절, 세
속주의 등의 관점에서 묘사되기 이전에 하나의 권력관계로, 다시 말해
지배와 저항, 주권과 해방을 위한 투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네그리·하
트 2014, 113).

‘근대성은 언제나 둘이다’라는 명제에서 ‘둘’은 근대성과 반근대성을 가
리킨다. 푸코의 계보학적 연구가 보여주었고 네그리와 하트가 강조하듯이
“근대성을 권력관계로 정의할 때 도출되는 한 가지 최종적인 귀결은 근대
성을 끝나지 않은 기획으로 여기는 일체의 관념의 토대를 허무는
6) 푸코의 고고학은 모든 담론에 이미 존재하는 주체나 대상 같은 것은 없고 오히려 담론이
대상의 영역을 구성하는 것임을 보여주려는 시도이다. 푸코의 고고학적 관점에서 보면
주체와 대상이 모두 특정한 방식으로 담론을 조직하는 역사적 에피스테메에 의해 구성된
다. 푸코의 고고학이 ‘진리’를 자처하는 시대적 장치들의 담론적 특징을 밝히는 것이라면,
계보학은 이러한 장치들의 탈-담론적 특징들을 드러내는 것이다. 따라서 계보학은 지식
과 권력이 뒤얽혀 있는 투쟁의 연대기를 기록하는 것이다(신충식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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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9권 1호

것”(2014, 118)이며, 근대성을 지배와 저항, 주권과 해방을 위한 투쟁으로
보는 것이다. 근대성을 미완의 기획으로 여기는 사회민주주의 이론가들은
근대성과 반근대성을 동일한 사태의 양면으로 보지 않는다. 더 나아가 합
리적 이성에 토대를 둔 근대성이 유럽에서 출현해서 ‘나머지 세계’로 확
산되어 간다고 본다. 예컨대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전체에서 18세기 내내
그리고 19세기에 이르기까지 공화주의적 국가의 핵심적 토대를 이루었던
흑인 노예제는 근대성의 ‘일탈’이나 ‘부작용’ 정도로 취급된다. 공화주의자
들은 노예제를 전근대적 세계의 잔여물로 여기고 미완의 기획인 근대성
이 역사로부터 추방하게 될 역사의 오점으로 인식한다. 근대성과 반근대
성을 동일한 사태의 양면으로 보지 않는 관점이 진정으로 근대적인 최초
의 혁명인 아이티혁명이 근대 역사에서 그토록 무시되어 왔던 이유의 일
부이다. “아이티혁명은 적어도 한 가지 핵심적인 측면에서, 즉 모든 인간
이 평등하고 자유롭다면 분명 어느 누구도 노예가 될 수 없다는 측면에
서 영국, 미국, 프랑스의 혁명들보다 훨씬 더 공화주의 이데올로기에 충
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티는 저 ‘혁명의 시대’에 대한 역사적 서
술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네그리·하트 2014, 123). 역사에서 아이티
혁명이 침묵당하고 삭제된 또 다른 이유는 근대 노예제의 본질을 이루고
있는 인종주의이다.
사실상, 노예화된 아프리카인들과 그들의 후손이 자유를 얻고 보장
받을 수 있는 전략들을 구상하는 것은 고사하고 자유를 마음에 그
릴 수조차 없었다고 하는 주장은 경험적인 증거에 기초하기보다는
세계와 세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암묵적으로 조직하는 형이상학
에 기초하고 있었다. 이러한 세계관은 결코 획일적으로 똑같지는 않지
만 유럽과 미 대륙 백인들 간에, 그리고 백인이 아닌 많은 농장주들 간
에 널리 공유되어 있었다. 이들이 가지고 있던 세계관에는 차이의 여지
가 있기는 했지만 그 어떤 세계관도 노예 농장들에서 혁명적 봉기가
일어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은 포함하고 있지 않았고, 그 봉기가 성공
적으로 독립국가의 탄생을 가져오리라는 가능성은 더더욱 포함하고 있
지 않았다(트루요 2011, 140-141. 강조는 필자).

하버마스가 생활세계의 식민화 테제를 통해 근대를 미완의 기획으로
규정하고 본래적인 근대의 기획을 완성하려고 노력한다면, 라틴아메리카

라틴아메리카의 탈식민적 전회(De-colonial Turn)와 트랜스모더니티(Trans-modernity):
유럽의 비판이론과 해방철학을 중심으로⋅김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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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탈식민적 전회(de-colonial turn)는 식민성의 논리를 통해 근대성의 수
사학을 비판함으로써 미완의 기획인 탈식민화를 완성하려고 시도한다. 미
완의 기획은 근대성이 아니라 탈식민성이라는 것이다. 탈식민적 전환은
19세기 초에 정치적 독립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측면뿐만 아
니라 인식론적이고 문화 자본의 측면에서 신식민주의 상황에 놓여 있었
던 라틴아메리카가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는 틀/관점이었다. 유럽중심주의
는 추종해야 할 매혹의 대상이 아니라 환멸의 대상이 되었다. 즉 탈식민
적 전환은 유럽중심주의적 근대성으로부터의 이탈이면서 동시에 라틴아
메리카가 달성해야 할 역사적 기획은 근대화가 아니라 탈식민화라는 각
성이었다. 막스 베버가 ‘전통’ 혹은 종교의 미몽에서 깨어나는 것을 근대
성으로 정의했다면, 탈식민적 전환은 두셀이 ‘근대성의 신화’라고 불렀던
유럽중심주의적 근대성의 미몽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탈식민화는 두 번에 걸쳐 일어났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의 미국의
독립혁명, 아이티혁명, 라틴아메리카의 독립혁명이 첫 번째 탈식민화였다
면, 20세기 중반의 아프리카와 아시아, 쿠바혁명이 두 번째 탈식민화였다.
두 번째 탈식민화의 계기가 된 유럽의 위기/쇠퇴는 근대 세계체제의 위기
를 반영하는 것이었고, 근대 세계체제의 위기는 첫 번째 탈식민화의 시기
에 독립을 이루었던 라틴아메리카에 여전히 식민주의가 구조적으로 지속
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라틴아메리카의 탈식민적 전환을 통해, 한편으로
는 라틴아메리카의 자생적 사유와 이론 —종속이론, 해방신학, 해방철학
등—이 등장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식민의 역사를 공유하는 지역 간에 탈
식민화를 위한 대화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7)

4. 유럽의 비판이론과 라틴아메리카 해방철학
탈식민적 전환은 라틴아메리카에 등장한 계몽의 태도였다. 해방철학은
탈식민적 전환의 전위(vanguard)에 위치했다. 1970년대에 시작된 라틴아
메리카 해방철학은 유럽의 비판이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럽의 비판
7) 식민지 역사를 공유하는 지역들의 대화와 대안 모색의 대표적인 경우는 트리컨티넨탈리
즘(Tricontinentalism)이다(영 2005; 김택현 2012).

130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9권 1호

이론은 해방철학이 출현했던 시점부터 해방철학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라틴아메리카 해방철학은 유럽 비판이론과 지속적인 대화를 나누려고 시
도했다.8) 유럽의 비판이론가들과 라틴아메리카 해방철학자들 사이의 대화
와 논쟁은 평등을 전제했지만 타자성(차이)에 대한 인정이 결핍되어 있었
다는 점에서 비대칭적이었다. 이 때문에 대화 과정에서 해방철학자들에게
던져진 질문은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주체성의 문제였고, ‘우리가 말하는
곳은 어디인가?’라는 발화 위치(locus enuntiationis)의 문제였다. 예컨대
주변부였던 라틴아메리카에서 발생한 1968혁명은 중심부인 유럽이나 미
국의 경우와는 달랐다. 파리와 버클리와는 달리 멕시코시에서는 400명 이
상의 학생과 노동자가 시위가 벌어졌던 틀라텔롤코(Tlatelolco) 광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옹가니아(Onganía) 군부독재 정권에 저
항하는 노동자와 학생들에 의해 코르도바시가 점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방철학자들이 깨달은 것은 자신들이 전 지구적 남부
(global South)의 포스트식민 주변부(post-colonial periphery)에 살고 있
다는 사실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비판이론은 해방철학에 많은 영
향을 미쳤고 해방철학의 전개 과정은 비판이론의 전개 과정과 밀접한 상
관관계를 이룬다. 군부독재 정권이 라틴아메리카 전역을 장악하고 있던
시점에서 해방철학자들이 유럽의 전체주의를 비판했던 마르쿠제의

일차

원적 인간 을 읽었다는 것은 이론적인 면에서 유럽의 비판이론에 의지하
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해방철학자들에게 영향력을 미친
또 다른 원천은 종속이론과 프란츠 파농이었다. 두셀은 해방철학 의 서
문에 이렇게 썼다.
헤라클레이토스로부터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와 키신저에 이르기까지
전쟁은 모든 것의 근원이다. 여기서 ‘모든 것’은 세계 지배자들이 그들

8) 그 중심적인 위치에 있는 인물이 철학자 엔리케 두셀(Enrique Dussel)이다(송상기 2008).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엔리케 두셀은 1970년대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시기에 멕시코로 이주했다. 유럽 비판이론의 산실인 프랑크푸르트학파의 1세
대 학자들은 모두 유태인 출신이었다. 초기 프랑크푸르트학파에게 연구를 위한 재정지원
을 한 사람은 호르크하이머의 친구였던 아르헨티나 출신의 유태인 펠릭스 와이스(Felix
Weiss)였다. 와이스의 아버지는 아르헨티나의 대지주였고 밀 수출업자였다(Dussel 2011).
본 논문에서는 두셀의 작업을 통해 해방철학을 서술하되 해방철학을 두셀의 개인적 성취
로 한정하지 않는다.

라틴아메리카의 탈식민적 전회(De-colonial Turn)와 트랜스모더니티(Trans-modernity):
유럽의 비판이론과 해방철학을 중심으로⋅김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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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권력과 군대로 통제하는 질서나 체제를 의미한다. 세계는 전쟁 중이
다. 전쟁을 벌이는 사람들은 냉전이라고 말하지만 전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는 열전이다. 무기를 제조하는 사람들은 평화로운 공존이라
고 말하지만 무기를 구매하고 사용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피투성이
의 실존이다. 전쟁터가 되는 공간, 전략적이고 전술적으로 적에게 승리
하기 위해 연구되는 지리적 공간, 국경선으로 갈라지는 공간은 뉴턴 물
리학의 추상적으로 관념화된 텅 빈 공간이나 현상학이 문제 삼는 실존
적 공간과는 매우 다르다. […] 따라서 문제는 지정학적 공간이다. 북극
이나 멕시코의 치아파스에서 태어나는 것은 뉴욕에서 태어나는 것과
다르다(1996, 1-2).

해방철학이 1세대 비판이론과 공유한 것은 살아 있는 신체의 물질성이
었다. 계몽 개념 자체에 그 당시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퇴보의 씨
앗이 내장되어 있다고 믿은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는 마르크스주의 사
상의 목적론적 근대화 노선과 결별하고 마르크스주의 전통에서는 자주
언급되지 않았던 살아 있는 신체의 관점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전환은 초
월적 형식의 관점에서 소유를 착취로 분석했던 과거의 관점에서 자본주
의 사회의 생산과 재생산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신체의 물질적 조직화
의 관점에서 착취를 분석하는 데로 이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해방철학은
이러한 전환을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인류학적 유물론으로의 이행이라고
부른다. 9) 살아 있는 신체의 물질성이란 생명의 유지와 재생산을 위해 필
요한 “빵, 자유, 그리고 일자리”를 의미한다(Dussel 2001).10) 비판이론과
해방철학의 관점에서 살아 있는 신체의 물질성은 착취 받고 종속된 사람
들의 ‘부정적’(negative) 물질성이다. 해방철학은 주체성과 발화 위치의 관
점을 통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해방철학이 포착하는 부정적 물
질성은 중심부의 자본주의와 근대성, 유럽중심주의에 의해 착취 받고 종
속된 식민주의의 물질적 부정성이다.
우리에게 희생자는 더 이상 호르크하이머, 하버마스, 혹은 3세대 비판
9) 네그리와 하트는 이를 “비판의 현상학화(phenomenologization)”, 즉 ‘마르크스주의적 소유
비판에서 신체의 현상학으로의 이행’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이행은 “비판과 그 대상의 관
계를 신체들의 집단적 차원 내에 존재하는 물질적 장치(dispositif)로 간주하는 데로 옮겨
가는 것을 의미한다”(2014, 56).
10)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외쳤던 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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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9권 1호

이론이 주목하는 노동자,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된 유태인, 나치 치하의
시민, 여성, 혹은 복지국가의 위기에 직면한 노동계에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들과 더불어 1492년 이래 전지구화된 세계체제(WorldSystem)의 희생자들도 생각한다. 라틴아메리카의 아시엔다(hacienda)
체제에서 착취당한 원주민들, 볼리비아의 포토시 광산에서 식민주의 자
본주의의 첫 번째 세계통화였던 은을 캐기 위해 노예노동을 했던 원주
민과 흑인, 아열대 지역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혹사당한 아프리카 노예
들, 정복자들의 첩 역할을 해야만 했던 원주민 여성들, 기독교의 세례
를 받아야만 했던 어린 아이들이 그들이다(Dussel 2011, 17).

두셀이 언급하는 희생자들은 호르크하이머로부터 마르쿠제, 아펠, 하버
마스에 이르기까지 비판이론의 총체성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 비판이론
의 존재론적 총체성에 대한 협소한 이해를 확장시킨 사람은 레비나스였
다. 그는 총체성과 무한 Totality and Infinity 에서 타자성의 다면적 모
습을 보여주었다. 가난한 사람은 경제적 타자이고, 과부는 에로스적 타자
이며, 고아는 교육적 측면의 타자이다. 또한 외지인은 정치적 타자이다.
더 나아가 레비나스는 타자를 주체의 전체성을 넘어서 있는 것, 규정할
수 없는 것이란 점에서 ‘무한자’, ‘절대적 외부성’으로 규정했다. 레비나스
의 절대 타자는 하이데거의 현존재(Dasein)의 세계를 넘어서는 혁명적이
고 “체제전복적인 일탈”(desorientación subversiva)(Mendieta 2001, 19)이
었다. 두셀은 레비나스의 작업을 통해 헤겔의 변증법 대신에 초변증법
(analéctica)을 제시했다. 타자의 절대적 초월성을 출발점으로 삼는 초변증
법은 타자를 동일자의 그림자나 일그러지고 불완전한 이미지로 인식하지
않는다. 타자는 이미 경험되고 이해된 것 너머에 있다. 앞의 인용에서 파
스(Octavio Paz)가 강조했던 것처럼, 동일자의 ‘자기 반영’(auto-reflejo)이
자 ‘자기 투사’(auto-proyección)라는 점에서 변증법은 동일자가 타자를
강탈하는 전쟁이다. 변증법이 타자를 배제하고 말살하는 전쟁이라면 초변
증법은 타자를 향해 열리고 타자와 연대를 희망한다(Dussel 1996; 송상기
2008). 그러나 레비나스의 성취에도 불구하고, 해방철학의 ‘발화 위치’에서
볼 때 비판이론의 존재론적 총체성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유럽중심주의
의 맹목성(blindness)에 갇혀 있다. 한 가지는 유럽중심주의적 존재론에는
위에서 인용한 전 지구적 타자성(global alterity)이 누락되어 있다는 것이
다. 다른 한 가지는 타자를 주체로 보지 않고 여전히 대상으로 보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탈식민적 전회(De-colonial Turn)와 트랜스모더니티(Trans-modernity):
유럽의 비판이론과 해방철학을 중심으로⋅김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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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이다. 유럽중심주의적 존재론은 타자가 갖는 ‘근본적인 외부성’을 이
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타자를 절대적 외부성으로 정의함
으로써 동일자의 폭력을 비판한 레비나스도 ‘외부에 의한 사유’가 아니라
‘외부에 대한 사유’에 머물러 있다고 말할 수 있다.11) 이런 맥락에서 호르
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비판했던 도구적 합리성보다 더 중대한 계몽주의
의 문제는 전제적이고 물신숭배적인 유럽중심주의적 존재론이었다. 그 결
과, 계몽주의는 존재론적으로 위계화된 세 가지 발화 지점을 규정했다.
첫 번째가 사이드가 비판한 ‘오리엔탈리즘’이며, 두 번째는 ‘유럽중심주의’
혹은 ‘옥시덴탈리즘’(Occidentalism)이고, 마지막 세 번째는 ‘남부 유럽’(그
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이라는 개념이다.
해방철학이 1세대 비판이론으로부터 살아 있는 신체의 물질성과 부정
성을 받아들였다면, 2세대 비판이론에서 배운 것은 담론 윤리(Discourse
Ethics)였다. 아펠과 하버마스가 제시한 의사소통 공동체 모델은 의식 철
학의 유아론적 패러다임을 극복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해
방철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하버마스는 1세대 비판이론이 직면했던
근대성의 강압적 이성에 대해 회의하는 대신에 담론적 이성의 보편주의
적 특성을 신뢰했다. ‘초근대성’(Hypermodernity), ‘제2 근대성’(Second
Modernity) 혹은 ‘성찰적 근대성’(Reflexive Modernity)이라는 개념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하버마스는 근대성을 근대화하려고 한다. 즉 그는 근대
성의 원리를 근대의 제도들에 성찰적 방식으로 적용함으로써 근대를 완
성하려고 한다. 하버마스의 담론 윤리에는 항상-이미 언어 공동체의 존
재와 공동체 참여자들의 대칭적이고 평등한 참여가 선험적으로 전제되어
있다.
나와 너(우리와 너), 나와 그(우리와 그들) 사이의 균형 관계가 순수한
상호주관성을 가져온다. 대화가 무제한적으로 교환되기 위해서는 어느
11) “심각한 문제는 레비나스 윤리학 역시 주체의 윤리학일 뿐이며, 주체만의 일방적 윤리
학이 된다는 것이다. 즉 그는 주체에게 고통 받는 얼굴의 타인들을 환대하라고, 그 고통
을 통해 자기를 초월하라고 정언명령을 내리지만, 그런 주체와 대-면하고 마주선 타인들
은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해 주지 못한다. 타인은 윤리학적 행동의 대상일 뿐이다.
따라서 레비나스 윤리학에 타인들의 윤리는, 타인들이 취해야 할 윤리적 행위는 없다. 다
만 그들은 주체가 자신들에게 어떤 윤리적 행위를 해주기만을 기다릴 수 있을 뿐이다”
(이진경 2009,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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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9권 1호

언표자에게도 특권이 주어지면 안 된다. 의사소통 행위의 모든 참가자
들에게 모든 정보와 지침, 주장, 규약들이 공평하게 배분될 때 순수한
상호주관성이 성립된다. 이러한 균형 관계가 존재하는 한, 의사소통 자
체의 구조로부터 파생되는 문제점이 의사소통을 굴절시키지는 못할 것
이다(Habermas 1970, 371).

해방철학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하버마스의 선험적 담론/의사소통 공동
체의 한계를 지적한다. 첫째, 해방철학은 모든 담론의 선험적 조건으로
작용하는 의사소통 공동체보다 ‘생명 공동체’(una comunidad de vida)를
우선시한다. 생명을 가진 개체는 스스로의 생존과 보존을 위한 최소한 조
건을 필요로 한다. 둘째, 하버마스가 생활세계라고 부르는 의사소통 공동
체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배제(exclusion)와 외부성(exteriority)의 문제
를 간과했다. 이 때문에 아펠과 하버마스는 담론의 정당화(justification)라
는 문제와 적용(application)의 문제를 혼동했다. 셋째, 1세대에서 주목했
던 살아 있는 신체의 물질성이 또 다시 형식적인 차원으로 통합되었다는
점이다. 신체의 물질성을 배제함으로써 의사소통 공동체는 윤리의 근원을
왜곡했을 뿐만 아니라 윤리의 대상도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해방철
학이 아펠과 하버마스의 담론 윤리를 넘어서서 해방 윤리로 나아가는 것
은 이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해방철학은 1세대 비판이론으로부터 물질성과 부정성을 배
웠다. 물질성은 ‘신체적-정동적-생태적-경제적-문화적’(bodily-affectiveecological-economic-cultural)이다. 부정성이란 부정적 물질성으로부터 출
발하는 비판이다. 해방철학이 2세대 비판이론으로부터 받아들인 것은 공
동체적 상호주체성에 바탕을 둔 담론성이다. 상호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담
론 공동체는 복합적인 사회적 현실을 이해하는 데 적절한 개념이다. 그러
나 해방철학은 1세대와 2세대의 비판이론을 뛰어넘어 ‘외부성’(exteriority)
과 ‘비판적 담론성’(critical discursivity)을 제시한다(Dussel 2011).

5. 트랜스모던 윤리학―외부에 의한 사유와 정치
해방철학이 유럽의 비판이론을 뛰어넘으려고 시도했다는 것은 더 보편

라틴아메리카의 탈식민적 전회(De-colonial Turn)와 트랜스모더니티(Trans-modernity):
유럽의 비판이론과 해방철학을 중심으로⋅김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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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이론을 제시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자신들이 위치
한 곳, 즉 전지구적 남부의 포스트식민 주변부로부터 사유하고 실천한다
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들이 위치한 곳으로부터 푸코가 보여준 계몽의 태
도로서의 비판을 실천하는 것이다. 즉 비판은 더 이상 보편적 가치를 갖
는 형식적 탐구의 형태로 진행되어서는 안 되며, 자신을 형성하고 스스로
를 행위와 언술, 사유의 주체로 파악하게 만드는 사건에 대한 역사적 탐
구로서 비판을 실천하는 것이다. 전 지구적 남부의 포스트식민 주변부로
부터의 비판은 총체성 대신에 외부성을 주목하고, 대칭적이고 평등한 참
여가 선험적으로 전제된 담론성 대신에 억압된 자들의 공동체의 합의에
토대로 두는 비판적 담론성에 주목한다.
해방철학이 유럽의 비판이론과 ‘더불어’, 유럽의 비판이론을 ‘비판하는’
지점은 1970년대부터 본격화된 세계화(globalization)였다. 해방철학과 유
럽의 비판이론의 세계화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아펠이 담
론 윤리를 구축하면서 주목한 것은 근대 과학과 기술이 지배하는 세계화
의 현실이었다. 근대 과학과 기술의 전 지구적 확산으로 인해, 한편으로
는 전 지구적 규모의 도덕의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거시윤리학(macroethics)이 필요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합리성과 가치중립
적 과학이 동일시됨으로써 보편타당성을 유지해야 할 윤리의 근본이 흔
들고 있다는 것이다. 담론 윤리의 관점에서 보면, 종교가 사적 주체성의
영역으로 흡수되면서 과학적 이성에 맞설 합리성을 가질 수가 없는 것처
럼 윤리도 동일한 위험에 처해 있다. 아펠과 달리 두셀은 세계화를 정치
적이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두셀이 주목하는 것은 식민주의에
서 벗어난 이후에도 여전히 신식민주의에 종속되어 있는 라틴아메리카와
제3 세계의 현실이었다. 두셀이 1970년대에 세계화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는 않았지만 종속이론의 영향을 받아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인 면에서
중심부와 주변부의 비대칭적인 권력 관계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세
계는 점점 더 상호의존적으로 연결되고 있지만 권력 관계는 여전히 비대
칭적이라는 것이다. “‘비판’은 단지 이성, 에로스(Eros), 그리고 틀림없이
중요하지만 전 지구적 남부(the Global South)에 살고 있는 85퍼센트의
사람들의 심각한 고통을 외면하는 문제들에 발목이 잡혀 있다”(Dussel
2011, 24)는 것이 두셀의 인식이었다. 두셀에게 비대칭적 권력 관계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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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9권 1호

대로 하는 세계화라는 현실은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철학적이고 역사적인 문제였다. 살라사르 본디(Salazar Bondy)가 명료하
게 지적했던 것처럼 정치적·경제적인 종속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식론적인
종속이었다(1968). 두셀은 해방철학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해방철학은 반담론(contradiscurso)이며, 주변부에서 (그리고 희생자들,
배제된 자들로부터) 탄생한, 지구성(mundialidad)을 지향하는 비판 철학
이다. 12) 해방철학은 자신의 주변성과 배제에 대해 확실한 의식을 가지
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지구성을 지향한다. 해방철학은 지난 5세기 동
안 유럽 철학을 ‘중심-철학’(filosofía-centro)과 동일시했던 (근대적이고
탈근대적인) 유럽 철학/미국 철학에 의식적으로 도전한다. (a)구체적인
유럽 철학, (b)유럽이 행사했던 ‘중심’의 기능, (c)엄격한 의미의 보편성
을 구별하는 것은 근대가 시작되었던 시점부터 정확히 500년 동안 ‘중
심주의’의 깊은 잠에 빠져 있었던 유럽 철학을 깨우는 것이다(Dussel
1998, 71).

해방철학이 주변성과 배제를 뚜렷이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지구성을 지
향한다는 것은 주변-철학이 중심-철학에 편입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중심-철학과 주변-철학의 관계를 초변증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앞
에서 언급한 것처럼, 변증법이 동일자(lo Mismo)가 타자들(los otros)을
포섭하는 것이라면 초변증법은 동일자를 폐기하고 타자들 간의 관계를
통해 현실을 인식한다. 다시 말하자면, 중심-철학이 주변-철학(외부)에 대
해 사유하는 것이 변증법이라면, 초변증법은 중심-철학을 폐기하고 철학
들의 상호구성적(co-constitutive) 관계를 통해 현실을 사유하는 것이다.
중심-철학과 (세계체제에서 억압받거나 배제된) 주변-철학이라는 이분법
적 구분은 근대성이 만든 철학의 두 개의 얼굴이다. 해방철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변화는 외부에-대한-세계화
(globalization)가 아니라 외부에-의한-지구화(mundialización)이다. 외부에
-대한-세계화가 비대칭적 권력 관계에 의한 패권적 세계화라면 외부에의한-세계화는 대칭적 권력 관계에 의한 비패권적 세계화이다. 두셀은 외

12) 세계성/세계화(globalidad/globalización)와 지구성/지구화(mundialidad/mundialización)는
다르다. 세계성/세계화가 16세기 이후 유럽중심적 근대세계체제를 가리킨다면 지구성/지
구화는 탈중심적인 지역 간 관계를 의미한다.

라틴아메리카의 탈식민적 전회(De-colonial Turn)와 트랜스모더니티(Trans-modernity):
유럽의 비판이론과 해방철학을 중심으로⋅김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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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대한-세계화와 외부에-의한-세계화를 역사적 경험의 차이를 통해
구별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해방철학이 지향하는 해방(liberation)은
프랑스혁명이 지향했던 해방(emancipation)과 다르다.13)
(아이티혁명 6년 후인) 1810년부터 남아메리카에서 스페인과 포르투갈
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전쟁이 확산되면서 (중략)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후손들이 독립의 권리를 어느 정도 ‘인정’받는 것은 훨씬 용이했다. 그
러나 (중략) 흑인과 물라토, 노예와 해방된 노예의 자유는 백인에게 ‘승
인받아야만’ 했다. 따라서 칸트의 언명은 단지 선택적으로만 적용될 뿐
이다. (중략) 해방(emancipation)은 새롭게 등장한 사회계급인 부르주아
에게 해당되었다. 부르주아는 대부분 백인이었으며 기독교의 우주관과
르네상스 시기 대학의 교과목을 교육받았고, 대학이 곧바로 계몽 시기
대학으로 바뀌면서 칸트와 훔볼트를 중심으로 한 계몽주의 사상을 교
육받았다. (특히 영국이나 독일보다 정교 분리가 더 뚜렷했던 프랑스에
서) 군주제와 교회라는 이중의 멍에에서 벗어나 경제적·정치적 자유
를 얻은 세속적 부르주아와 부르주아 지식인들이 이번에는 세계의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비유럽인들을 해방시킬 권리를 손아귀에 쥐
게 된 것이 계몽의 ‘해방’이 가져온 결과들 중 하나였다. 일반적으로
부르주아 노선은,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으로, 식민주의와 제국주의라
는 두 가지 형태를 취했다(미뇰로 2010, 113-114. 강조는 필자).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의 지정학적 관점에서 볼 때 해방철학
의 해방(liberation)은 식민지 중상주의(16-17세기)와 식민지 자본주의(18
세기 후반-20세기)의 역사와 떼어 놓고 생각될 수 없다. 프랑스혁명이 인
민과 부르주아 엘리트의 해방을 목표로 했다면 해방철학은 전지구적 남
부의 포스트식민 주변부 세계의 하위주체 민중의 해방을 지향한다. 이런
맥락에서 계몽이 정치적인 문제인 것처럼 비판도 정치적인 문제이다. 두
셀은 철학을 유럽중심주의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역사적 관점에서 근대
13) emancipation과 liberation은 똑같이 해방을 의미하지만 역사적 맥락은 다르다. 양자의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서 emancipation는 탈거(脫去, 구속 벗기)로, liberation는 해방으로
옮기기도 한다. 탈거가 정체성(identity)과 관련된다면 해방은 주체성(subjectivity)과 관련
된다. “탈거가 정체성의 자유, 진정한 당신 자신(who you really are)일 수 있는 자유를
추구하는 데 반해, 해방은 자기결정과 자기 변형의 자유, 당신이 앞으로 될 수 있는 바
(what you can become)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목표로 한다. 정체성에 고정된 정치는
주체성의 생산을 중단시킨다. 이와 달리 해방은 주체성 생산에 관여하여 그것을 장악해
서 그것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네그리·하트 2014, 453-454. 강조는
저자의 것임).

138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9권 1호

성과 세계화를 재해석한다. 근대성은 소위 ‘유럽의 기적’ 이나 ‘유럽의 흥
기’로 명명되는 유럽 내재적 현상이 아니라 유럽이 아메리카의 발견으로
부터 시작된 근대/식민 세계체제의 패권을 장악한 사건이다. 이런 맥락에
서 라틴아메리카 근대성/식민성/탈식민성 연구그룹의 학자들은 “식민성은
근대성을 구성하기 때문에 식민성 없이는 근대성도 없다”고 주장한다. 14)
세계 지배 역사는 근대성으로부터 기원한다. 테일러(Charles Taylor),
툴민(Stephen Toulmin), 혹은 하버마스 같은 사람들은 근대성을 소위
제3세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유럽의 독자적인 사건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이런 이론가들은 근대성을 설명하기 위해 유럽 고대 사상가들
과 미국의 저자들과 사건들만을 거론한다. 나는 이들과 달리 근대성은
의심할 바 없이 유럽에서 태동되기는 했지만 비유럽과의 변증법적 관
계에서 기원한다고 주장한다. 근대성이 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이
초기 세계-체제를 조직하고 동등하게 근대성을 구성한 주변부를 억압
함으로써 스스로를 세계-체제의 중심에 놓았기 때문이다. 스페인과 포
르투갈의 세기였던 15세기 말부터 17세기 초에 탄생한 주변부를 망각
하는 것은 근대성을 이해하는 유럽중심주의적 오류(Eurocentric
fallacy)이다. 근대성에 대한 탈근대적 비판과 근대성에 대한 하버마스
의 옹호가 똑같이 일방적이고 부분적으로 틀린 것은 근대성을 부분적
이고, 국지적이며, 지방적인 관점에서 이해했기 때문이다(Dussel 1995,
9-10).

근대성을 미완의 기획으로 주장하는 사회민주주의 이론가들이 근대성
의 한계를 초근대성/성찰적 근대성으로 돌파하려고 한다면, 탈근대 이론
가들은 계몽주의의 파괴적 결말과 이성의 무능을 비판하면서도 근대성
안에서 근대성을 회의할 뿐이다. “‘위기’의 철학자들은 계몽주의적 사유의
지배적 노선과 그 유럽중심주의의 확고한 몰락을 (아마도 어떤 경우에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정확하게 포착하지만, 계몽주의 비판이라는
무덤을 관할하는 가운데 허약한 사고와 유미주의만을 제시할 뿐이다”(네
그리·하트 2014, 175). 두셀은 근대성에 대한 비판이 차이(difference)를 비
정치적으로 향유하고 비유럽적인 문제의식과 관심사, 변화를 위한 제안
을 외면한다는 점에서 유럽의 비판이론이 제시하는 초근대성/성찰적 근대
14) 근대성/식민성/탈식민성 연구그룹은 라틴아메리카 학자들과 라틴아메리카 출신으로 미
국에서 활동하는 학자들로 이루어진 연구 그룹이다. 이에 대해서는 김은중(2013)을 참조.

라틴아메리카의 탈식민적 전회(De-colonial Turn)와 트랜스모더니티(Trans-modernity):
유럽의 비판이론과 해방철학을 중심으로⋅김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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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나 탈근대성 대신에 트랜스모더니티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시한다. 트
랜스모더니티는 근대성을 하나의 권력 관계로, 다시 말해 지배와 저항,
주권과 해방을 위한 투쟁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세계화가 지배를 전 지구
적으로 확장하려는 기획임을 비판하고 탈식민적 전환을 통해 해방의 지
평을 전 지구적으로 확장하려고 시도한다. 트랜스모더니티는 탈-근대적
(post-modern)이면서 포스트-식민적(post-colonial)이고 포스트-자본주의
적(post-capitalist)이라는 점에서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차원의 해방의 기
획이다. 동일성에 대해 차이를 사유한다는 점에서 탈-근대적이라면 근대
성과 식민성을 구성적 관계로 파악한다는 점에서 포스트-식민적이다. 또
한 자유 시장경제 논리를 바탕으로 배제를 가속화시키는 세계화를 비판
한다는 점에서 포스트-자본주의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트랜스모더니티는
해방철학이자 해방윤리학이며 해방정치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15)
해방철학과

해방윤리학,

해방정치학이라는

학문적

영역의

경계

(discipline)와는 관계없이 해방의 기획의 중심에는 ‘희생자, 가난한 사람,
노동자, 노예, 거리의 아이들, 억압받는 여성들, 인종, 계급’(이하 희생자로
표현)이 자리 잡고 있다(조영현 2012b). 희생자의 생명과 삶은 취약하고
부서지기 쉬우며, 무방비이고 버려졌으며, 훼손되고 고통을 겪고 있다. 오
늘날 자본주의와 근대문명이 ‘헤게모니 없는 지배’(Dominance without
Hegemony)의 상황에 직면한 것은 많은 사람들을 희생자로 만들 뿐만 아
니라 그들의 존재를 은폐하고 망각하기 때문이다. 16) 이런 맥락에서 해방
의 기획으로서 트랜스모더니티는 무엇보다 먼저 물질적인 차원에서 생명
15) 두셀은 1970년대 초반부터 윤리학 연구에 천착했다. 첫 번째 결과가 라틴아메리카 해
방윤리학을 위하여 Para una ética de la liberación latinoamericana (1973-80) 시리즈였
다. 이 시리즈 집필 중간에 출간한 해방철학 (1976)과 윤리학과 공동체 Ethics and
Community (1986), 모더니티의 아래쪽 The Underside of Modernity (1996)에서 윤리
학을 다시 다뤘다. 세계화와 배제 시대의 해방윤리학 Ética de la liberación en la edad
de la globalización y de la exclusión (1998)은 앞선 연구의 종합판이다.
16) 그람시는 헤게모니를 동의에 의한 지배로 규정하고 헤게모니를 지도(leadership)의 동의
어로, 지배(dominance)의 반의어로 사용했다. 구하(Ranajit Guha)는 그람시의 헤게모니
개념을 지배와 종속의 관계로 일반화하고 지배를 강제(coercion)와 설득(persuasion)으로,
종속을 협력(collaboration)과 저항(resistance)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설명했다. 구하에 따
르면, 강제 없이 설득만 있는 지배는 없고, 협력 없이 저항만 있는 종속도 없으며, 그 역
도 마찬가지이다. 구하는 식민주의와 식민 국가의 지배를 ‘헤게모니 없는 지배’로 규정하
고 식민주의와 식민 국가에서는 항상 설득의 요소보다 강제의 요소가 우세했음을 강조했
다(Guha 1997). 세계화의 과정에서 강제의 요소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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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9권 1호

공동체 안에서 인간 생명의 생산과 재생산을 추구한다. 이것이 해방철학
과 유럽의 제1 세대 비판이론이 공유한 신체의 물질성이다. 해방의 기획
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비인간(non-human)의 생명의 생산과 재생
산을 추구한다. 다음으로 해방의 기획은 형식적인 차원에서 의사소통 공
동체의 모든 참여자들의 상호인정으로부터 출발하며 대칭적 권력 관계를
위한 도덕적 필요조건을 수용한다. 해방의 기획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
아가 억압받고 은폐되고 망각된 희생자의 공동체에 참여한다. 희생자는
유럽의 비판이론의 외부성으로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해방의 기획으로서
트랜스모더니티는 현재의 체제를 변화시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할 수 있
는 실현 가능하고 수행 가능한 방법을 모색한다. 트랜스모더니티가 모색
하는 실현 가능하고 수행 가능한 방법은 ‘외부에 대한 사유와 실천’ 대신
에 ‘외부에 의한 사유와 실천’이다. ‘외부에 대한 사유와 실천’이 추상적이
고 단성(單聲)적인 유일보편성(uni-versality)을 내세운다면 ‘외부에 의한
사유와 실천’은 다보편성(pluri-versality)을 지향한다. 해방철학이 초기부
터 그랬던 것처럼 트랜스모더니티는 식민성의 권력에 저항하고 해방을
위해 분투하는 주체성들의 존재와 능력을 지지한다. 트랜스모더니티가 지
지하는 주체성들은 근대성에 저항하는 반근대성의 힘이며 현실을 새롭게
창조하는 유연성과 가능성의 힘이다. 앞에서 인용한 푸코의 말을 빌리자
면, 아직 규정되지 않는 자유의 영역을 최대한도로 확장시키는 힘이다.
유럽의 해방이 성숙을 향해 가는 단일한 과정이라면, 트랜스모더니티가
모색하는 해방은 피식민 주체였던 사람들의 주체성을 긍정하고 “많은 세
계가 포함되는 하나의 세계”(un mundo donde quepan muchos mundos)
를 창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이다. 17) 많은 세계가 포함되는 하나의 세계
란 새로운 세계가 아니라, 항상-이미 존재했지만 식민성에 의해 억압되고
은폐되어 있던 세계들을 포함하는 세계이다. 다시 말해, 많은 세계가 포
함되는 하나의 세계란 인류가 기본적인 윤리적 원리를 분별할 수 있는
토대로 작용하는 공동성(communality)의 세계이다. 공통성은 많은 세계를
포함하는 하나의 세계를 의미하고 공동성에 포함되는 많은 세계는 차이
를 갖는 특이성의 세계들이다. 해방(emancipation)을 통해 근대성이 도달
17) 멕시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의 슬로건이다.
http://www.ezln.org/documentos/1999/19991026.es.htm

라틴아메리카의 탈식민적 전회(De-colonial Turn)와 트랜스모더니티(Trans-modernity):
유럽의 비판이론과 해방철학을 중심으로⋅김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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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자 하는 세계가 추상적 이성의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하나의 세계
(uni-verse)라면, 해방(liberation)을 통해 트랜스모더니티가 추구하는 세계
는 특이성들로 구성되는 복수의 세계(pluri-vers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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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 1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E-mail: ocpaz@snu.ac.kr

논문접수일: 2016년 04월 11일
심사완료일: 2016년 05월 03일
게재확정일: 2016년 05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