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후. 2016. “한국 대의제 연구 비판.” 『의정논총』(한국의정연구회) 11:1, 119-

의정논총(제11권 제1호)

Journal of Parliamentary Research
pp. 119~146

http://dx.doi.org/10.18808/jopr.2016.1.5.

한국 대의제 연구 비판1)
李官厚
(서강대학교 연구원, 정치학)
<차 례 >
Ⅰ. 문제제기: 우리의 위기는 그들의 위
기와 같은가?
Ⅱ. 대의제의 한국화에서 나타난 문제점
1. 대의제에 대한 기능적 이해
2. 대의제 교육의 문제점
Ⅲ. 독일식 선거제도와 표의 등가성
1. 독일식 선거제도의 도입 논쟁
1) 다른 나라의 좋은 선거제도는 한

<요 국에서도 잘 작동할까? 2) 선거제도 변경 논의에서 선행될 점 : 제도만능주의를 넘어서 2. 표의 등가성 및 사표(死票)의 문제 Ⅳ. 합의제 민주주의 논쟁 1. 다수제 민주주의 vs 합의제 민주주의 2. 합의제 민주주의를 넘어서 Ⅴ. 결 론 약>

대의제의 위기는 세계적인 현상이면서 동시에 한국에서도 나타나는 문제다. 그런데 대의
제의 위기라는 표현이 같다고 해서 원인과 해법도 같은 것인가? 이 글은 한국 대의민주주
의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들이 적실한지를 검토한다. 여기서의 적실성은 사회과학 이
론이 개별 사례에 적용될 때 나타나는 보편성과 특수성의 문제에 집중된다. 대의제의 위기
가 나타나는 원인이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과 한국에서 보편성을 갖는다면 그 대안도 역시
보편적인 차원에서 모색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서로 다른 방식의 해법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검토하기 위해 이 연구에서는 선거제도와 권력구조를 중심으로 한 최
근의 논쟁- 독일식 선거제도, 표의 등가성과 사표(死票), 합의제 민주주의-들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논의들에서는 나타나는 문제점은 제도환원주의와 상상력의 빈곤이다. 전자는 한국
대의제의 위기가 제도의 변화로 해결될 것이라는 제도중심적 경향이고, 후자는 한국 민주
주의의 미래를 영미식과 유럽식 등 몇 가지 유형으로 제한해서 그에 따라 설계하고자 하는
경향이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대의제에 대한 ‘크기’ 중심의 협소하고 기능적인
이해에 있다.
주제어:대의제, 독일식 선거제도, 합의제 민주주의, 표의 등가성, 사표

1) 이 논문은 2014년 정부(교육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
임(NRF-2014S1A3A2043763).

120 ․ 의정논총 제11권 제1호

I. 문제제기: 우리의 위기는 그들의 위기와 같은가?
‘대의제의 위기’라는 말은 낯설지 않다. 이 용어는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학계와 언론에서 널리 쓰였다. 민주화 이전
에는 정치의 위기를 주로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식했는데, 민주화 이후에는 이것
이 ‘대의제의 위기’로 바뀐 것이다. 이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이미 정착되었기 때문
에 그 후에 나타난 문제는 민주주의의 제도적 차원인 대의제에서 발생한다는 전형
적인 공고화론에 입각한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
기실 ‘대의제의 위기’라는 표현은 한국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1960년대 말부
터 서구에서는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가 ‘대표성의 위기’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 지
속적으로 있었다. 정부, 의회 등 주요한 대의기구들이 유권자와 국민을 제대로 대
표하지 못하면서 전반적인 정치적 퇴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주요한 특징으로는
투표율의 하락, 정당 가입자 수의 감소, 정치인에 대한 신뢰 하락, 제도권 정치에
대한 관심의 감소 등을 들 수 있다(Tormey, 2014).
이렇게 보면, 대의제의 위기는 세계적인 현상이면서 동시에 한국에서도 나타나
는 문제처럼 보인다. 최근 장관직을 그만두고 총선에 출마한 헌법학자도 한국 정치
의 문제점으로 ‘대의제의 위기’를 지적하면서 이것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주장
한 바 있다.2) 그런데 대의제의 위기라는 표현이 같다고 해서 그 원인과 해법도 같
은 것인가?
이 글은 한국 대의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들이 취하고 있는 방법론
이 적실한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여기서 적실성은 사회과학 이론이 개
별 사례에 적용될 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성과 특수성의 문제에 집중된다. 대
의제의 위기가 나타나는 원인이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과 한국에서 유사하다면 그
대안도 보편적인 차원에서 모색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서로 다른 방식의 해
법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먼저 한국에서 대의민주주의가 어떻게 연구되고 또 교육과
정에서 어떻게 소개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는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를 검토할
2) 정종섭 장관, “대의제는 타락했다, 장관직 사퇴는 운명”. 동아일보 2015년 11월 24일자.

한국 대의제 연구 비판․ 121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본고는 대의제를 민주주의에서 ‘크기’와 관련된 기술적 차
원의 문제로만 협소하게 이해하는 경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그 다음으
로 살펴본 것은 근래 한국 대의제의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독일식
선거제도의 도입, 표의 등가성과 사표(死票) 문제, 합의제 민주주의로의 전환 등을
둘러싼 논쟁이다. 이 논쟁들이 앞서 살펴본 한국 대의제가 가진 문제점의 핵심을
어떠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가 하는 것이 주요한 논의의 초점이 된다.
결론을 앞서 말하자면, 이 논의들에서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제도환원주의와 상상력의 빈곤이다. 전자는 한국 대의제의 위기가 제도의
변화로 해결될 것이라는 제도중심적 경향이고, 후자는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영
미식과 유럽식 등 몇 가지 유형으로 제한해서 한국의 미래를 그에 따라 설계하고
자 하는 경향이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학문적 영역을 넘어 실제 정치현실에서도
잘 나타난다. 우리 정치에서 주요한 논쟁들이 서구 민주주의의 특정 유형 중 어떤
것을 고를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로 환원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나타나게 된 근본 원인은 대의제를 민주주의의 적용(application)
과 관련한 제도적 장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는 시각에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대의제에 대한 역사적, 정치철학적 연구를 등한시 한 학계의 책임이 적지 않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근대 시민혁명 이후 대의제를 둘러싸고 서구에서 벌어진 중요한
논의들이 거의 소개되지 못했고, 그것이 한국식으로 소화될 기회도 충분치 않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문제인식’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
연구는 그 시발점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논문은 한국에서 ‘대의제’ 개념을 둘러싼
문제점들을 구체적인 논쟁 속에서 찾아 비판적으로 살펴보는 것에 의의가 있다. 물
론 이러한 비판의 최종적 목적은 그 대안을 찾는데 있으나, 본고에서는 지면의 한
계로 인해 이에 대한 구상은 결론에서 간략하게만 언급하고자 한다.

122 ․ 의정논총 제11권 제1호

Ⅱ. 대의제의 한국화에서 나타난 문제점
1. 대의제에 대한 기능적 이해
일반적으로 대의민주주의는 현대 민주주의에서 발생하는 ‘규모’의 문제를 기술적
(technical)으로 해결하기 위해 나타난 것으로 이해된다. 민주주의가 고대의 도시국
가보다 훨씬 큰 근대의 국민국가에 정착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불가피한 형태인 것
이다. 그런데 이처럼 대의민주주의에서 수식어인 ‘대의’, 즉 ‘대표제(representation)’
가 민주주의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고 단지 민주주의를 기술적으로 기능하게 하는
장치에 불과하다면, 대의민주주의의 ‘한국화’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다른 유형의 민주주의와 비교해보면 이러한 특성이 잘 드러난다. 자유민주주의
나 사회민주주의에서는 그 수식어가 뜻하는 자유나 평등이라는 가치가 중요하고,
한국에서 ‘자유’와 ‘평등’의 의미를 재확인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한국화에 중요한
과정이다. 반면 대의민주주의에서 ‘대의’에는 특별한 가치가 없고 단지 기술적인
제도에 불과하다면, ‘한국형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의식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마넹에 따르면, 현대 대의민주주의는 국가의 ‘규모’라는 양적 한계 때문
이 아니라, ‘탁월한 대표’의 선출이라는 질적인 목표를 위해 추첨제라는 민주적 제
도를 의도적으로 기각하고 선거라는 귀족적 제도를 채택한 결과다(마넹, 2004). 이
처럼 대표제가 우리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 우리보다 탁월한 어떤 사람을 뽑기 위
해 민주주의와 결합했다면, ‘탁월성’의 내용이 민주주의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학
력, 재산, 덕성, 혈연, 지연 등 다양한 기준 중에서 무엇을 탁월성으로 보느냐에 따
라 민주주의가 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이다. 또한 대표가 갖추어야 할 탁월성의 내용
은 제도만으로 규정될 수 없고, 그 사회가 배경으로 하고 있는 문화적, 역사적, 사
회적, 정치적 가치가 반영되게 된다. 그리고 좋은 대표의 기준은 특정한 소수의 사
람들이 아니라 선거권을 가진 유권자 전체가 결정한다. 이것이 대표제가 민주주의
와 결합하면서 발생한 중대한 변화다. 대의민주주의는 단지 크기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대의제에 대한 한국 정치학계의 이해는 여전히 ‘크기’ 일변도의 기능적

한국 대의제 연구 비판․ 123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 현재 한국에서는 대의민주주의를 단순히
제도적인 측면이 아니라 가치와 원리의 문제로 다루는 연구를 찾아보기 어렵다. 국
내에서 대의민주주의 연구의 빈곤함이 잘 드러나는 부분은 부족한 저술이다. 한국
정치학회가 1999년에 기획해 2001년에 발간한 󰡔한국정치학 50년: 정치사상과 최근
연구분야를 중심으로󰡕에서 대의민주주의는 다루어지지 않았다. 한국정치학회는 이
기획에서 국제정치, 비교정치, 한국정치 분야에서 이미 세 권의 책을 출간했으나,3)
여기서도 대의민주주의는 다루어지지 않았다. 대의민주주의를 제목으로 단 유일한
학술저서 󰡔왜 대의민주주의인가󰡕는 2011년에야 출간되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도
한국적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찾기란 쉽지 않다.4)
양적 연구의 부족은 질적인 발전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가령 한국 정치발전에 필
요하면서도 서구와 차별적인 ‘대표의 의미’, ‘정치적 대표의 조건’과 ‘대표 선출의
과정에 대한 정당성’ 등에 대한 연구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표를 통한 민주주의라
는 점은 동일할지 모르지만, 그 대표가 갖는 정치적 권리와 의무, 대표가 갖추어야
할 덕목, 다양한 선출과정 중에서 적절한 방식의 선택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각각의 내용들이 갖게 되는 정치적 정당성은 한국적 특수성의 영향을 받는다.5) 따
라서 ‘좋은 대표’에 대한 개념은 동서양을 떠나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으며, 이것은
민주적 절차에서도 반영될 수 있다. 실제로도 동양정치사상을 민주주의와 연결하
고자 하는 연구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통적 대표 관념과 민주적 대표 관념 사
이를 접목하여 탁월함의 기준에서 민주성을 가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
3) 국제정치 분야에서는 󰡔21세기 국제정치연구의 쟁점과 과제󰡕, 비교정치에서는 󰡔21세기
비교정치학󰡕, 한국정치에서는 󰡔21세기 남북한과 미국󰡕이 출간되었다.
4) 먼저 ‘대의민주주의의 철학적 기초’를 다룬 3편의 논문은 왜 오늘날 한국에서 우리가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지의 문제의식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 ‘대표와 대리의 철학적
간극’에 대해 탐구한 3편의 논문 역시 그러한 간극이 오늘날 한국의 대의민주주의에서
어떠한 문제를 야기하거나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대의 민
주주의의 역사적 전개’를 다루고 있는 3편의 논문에서는 두 편이 각각 프랑스와 독일
을 다루고 있고, 마지막 장인 김남국의 글만이 유일하게 한국정치의 대안모델로서 합
의제 민주주의를 제시하고 있다. 이 글에 대해서는 뒤에서 따로 논한다.
5) 여기서 한국적 배경이라는 말이 갖고 있는 개념적 맥락성은 중요하다. 이것은 대의민
주주의의 중요한 요소들이 갖는 정치적 정당성이 이론적 정합성이 아니라 한국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공유된 믿음과 그 체계에서 나온다는 의미이다. 이에 대한 자
세한 논의는 이관후(2015a, 2015b)를 참조할 것.

124 ․ 의정논총 제11권 제1호

것이 현대의 대의민주주의에서 적용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의 제시보다는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예비적 제안의 차원에 그치고 있는 아쉬움이 있다.6)
또한 현재 한국에서는 대의민주주의의 원리적 측면을 정치사상 과목으로 강의하
는 대학이 거의 없다. 물론 대의민주주의를 다루고 있는 연구 영역은 다양하다. 대
의제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에 대한 연구에서 정치과정으로 불리는 영역, 즉 선거,
정당 등 정부수립과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연구들이 모두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연
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과정에 해당하는 과목들에서는 대체로 대표제가 민
주주의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역사적인 사건들의 의미나 그것이 함축하고
있는 이론적인 문제들을 본격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비교정치 분야에서도 많은
연구자들이 여전히 서구에서 나타나는 사례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그쪽의 신규이
론을 수입하여 한국에 적용해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주도한 현대 정치학에서의 과학주의가 한국에 압도적 영향을 미친 결과이기도 하
다(백창재, 2013).
그러나 원래 대의민주주의는 영국, 프랑스, 미국의 근대정부 수립과정에서 많은
정치사상가들이 천착(穿鑿)했던 연구주제다. 이들은 대의민주주의의 형식과 내용,
제도와 그것의 운영 방식, ‘좋은 대표’가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각 나라의 사정과 형편에 맞는 이론과 논리를 제시했고, 이 사상들
이 현대 민주주의의 근간을 형성했다.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시원적 저작인 󰡔대의정부론󰡕을 저술한 J.S. 밀(2012)이나 프
랑스혁명의 지도자였던 시이예(Sieyes, 2003), 현대적 대의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탄생시킨 미국헌법의 기초자들은 모두 대표제(representation)를 단지 민주주의의
기술적 장치로 여기지 않았다. 이들에게 대표제는 민주주의와 구별되고 때로 대립
되는 가치를 가졌으면서도 관철되어야 하는 또 하나의 정치원리였다. 밀과 시이예
에게는 보다 좋은 정부를 위해, 미국 헌법의 기초자들에게는 토크빌이 지적한 다수
의 폭정을 제어하기 위해 민주주의는 대표제와 결합해야 했다. 대의민주주의는 민
주주의의 현실적 타협물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한 최선의 정체(政體)였
다. 오늘날 우리가 대의민주주의라고 부르는 정부형태는 애초에 민주주의의 한 형
6) 김석근, 김영수, 배병삼, 부남철, 안외순, 오문환, 이상익 등이 이러한 학자들이다. 이
들의 논문 상당수는 이 주제를 다루고 있으므로 별도의 인용을 하지는 않는다.

한국 대의제 연구 비판․ 125

태 혹은 인민에 의한 정부로 간주되지 않았던 제도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동수, 2005; 조원용, 2014).
이렇게 보면, 정치사상 분야의 학자들이 정치과정이나 비교정치와 이론적으로
독립적인 시론(時論)격의 연구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사상과
정치철학 연구자들은 그동안 대의민주주의를 정치과정이나 비교정치의 영역만으
로 치부해 온 경향이 적지 않다. 이러한 무관심은 정치학 일반에서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연구와 이해를 제도중심의 논의로 한정하는 경향을 낳았고, 이것은 다시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가 서구에서 어떤 제도를 수입하느냐의 제한적 논쟁으로 나
타나게 된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2. 대의제 교육의 문제점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서구의 다양한 논의가 제대로 음미되지도 못하고, 한국적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의식도 발전되지 못한 상황은 연구의 양적, 질적 수준은
물론, 교육에서도 문제점을 가져왔다. 특히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기능적 차
원에 머물러 있는 점은 교육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중등과 대학의
교과서에서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설명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
펴보면, 교과서에서 대의민주주의를 다룰 때 그에 대한 무시 혹은 협소한 기술적
이해와 편견은 자못 심각하다.
먼저 대학의 교과서를 보면, 널리 알려진 이극찬(2000)의 󰡔정치학󰡕과 서울대 정
치학과(2002)가 펴낸 󰡔정치학의 이해󰡕에서는 모두 대의제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
다(유명철, 2010: 2). 한국적 문제의식이 상당히 들어가 있는 ‘21세기정치연구회’의
󰡔정치학으로의 산책󰡕(이병화 외, 2002)에서도 다른 부분들에서는 동서양의 사상과
개념이 골고루 소개되고 한국의 당면과제들이 제시된 반면, ‘정치과정과 정치발전’
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2부 4편의 글에서는 그러한 측면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
부형태와 선거제도 등을 다루고 있지만, 한국의 대의민주주의에 대해서는 거의 다
루지 않았다.
고등학교 정치교과에는 총 4종의 교과서가 있는데, 이 중 대의민주주의를 다루
고 있는 2개 교과서에서의 설명도 대단히 피상적이다. 이들 교과서는 대의민주주

126 ․ 의정논총 제11권 제1호

의가 도시와 국가의 규모가 커지면서, 또한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직접민주주의의
대안으로 나타났으며, 이 체제에서 국민들은 주권을 직접 행사하는 경우가 드물고
전문적 식견을 가진 엘리트들이 통치에 적합한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유명철,
2010: 3).7)
이러한 교과서의 설명에서는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된다. 먼저 대의민주주의를
크기의 문제로 환원하는 협소한 기능적 이해를 통해, 대의제가 어느 사회에서건 무
맥락적으로 수입 가능한 ‘기술적 장치’로 설명하고 있다. 지금 우리 학계와 정치권
에서 정부형태, 선거제도, 정당체제의 변화를 모색할 때,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기
보다는 늘 미국이나 유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데에 먼저 눈을 돌리게 되
는 현상이 이러한 이해와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둘째, 우리 교과서는 대표의 엘리트성을 강조하고, 특히 자질로서 ‘전문성
(speciality)’이나 ‘탁월성(distinctiveness)’에만 주목하고 있는데, 실제로 다른 대의민
주주의 선진국에서는 ‘유사성(resemblance)’ 또한 중요한 대표의 자질로 이해된다
는 점이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에서는 대의제의 수립과 정착과정에서 대표자의
자질로서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고, 전문성과 유사성의 조화
가 정부의 권력형태와 선거에서 모두 중요한 기준이 되어왔다. 그러나 한국의 교과
서는 이러한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많은 교사와 학생들은 현대 대의
제를 ‘전문가 엘리트 정치’로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7) <대한교과서>는 “대의민주주의는 직접민주주의의 대안으로 생겨났다. 산업혁명을 거
치면서 도시가 거대한 규모로 팽창함으로써 모든 시민들이 한 곳에 모여 직접 사회의
문제를 논하고 결정하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사회는 농경사회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복잡해져 사회와 제도에 대한 전문적 식
견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제 사회의 전문적 관리를 위해서라도 국민들을 대표할 엘리
트들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
질적으로 국민의 대표자들이 정치를 담당하는데, 이를 대의민주주의라 한다.”고 서술
하고 있으며, <법문사> 교과서는 “국가의 규모가 커지고 사회가 복잡해지고 전문화됨
에 따라 모든 국민이 자신의 일을 뒤로한 채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즉
주권을 직접 행사하는 것은 규모가 작고 사회가 비교적 단순한 경우에나 가능한 것으
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민주정치를 채택하고 있는 많은 국가들이 국민의 대표를 선출
하여 간접적으로 주권을 행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를 간접민주제 또는 대의
제라고 한다.”고 서술했다.

한국 대의제 연구 비판․ 127

셋째, 현재의 교과서는 직접민주주의를 가장 이상적인 제도이며 대의제는 현실
여건상 불가피하게 선택된 차선책으로 인식하게 하지만(유명철, 2010: 13), 실제로
근대의 대의민주주의는 차선책이 아니라 민주주의보다 더 나은 제도로서 기획된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교과서의 기술은 선후가 바뀌어 있다. 교과서에 따르면 민주
주의가 선행하고 대표제가 규모의 문제 때문에 덧붙여진 것처럼 오해될 수 있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J.S 밀과 토크빌이 역설했듯이, 대표제와 민주주의의 결합은 대
표제라는 형태로 선행한 자유주의나 공화주의적 권력구조를 기반으로 그 이후에
나타난 민주주의의 요구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영국
에서 20세기에야 완전히 확립된 보통선거권에 비해 8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의회
제, 프랑스에서 민주주의 혁명의 시발점이 된 ‘삼부회’, 미국에서 독립을 통한 선거
권 쟁취 이전에 존재한 식민지 정부의 존재 등은 대표제가 민주주의보다 훨씬 오
랜 역사를 갖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세 가지 문제점은 서로 결합된다. 예를 들어, 크기환원론과 대의민주주의
가 차선이라는 이해, 대표제와 민주주의에 대한 역사적 순서의 왜곡은 특정 국가의
선거제도나 정부형태를 보편적으로 바람직한 것으로 미화할 수 있다. 또한 전문성
과 탁월성에 대한 강조, 유사성의 배제는 대표하는 사람과 대표되는 사람의 차이를
강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정치 자체에 대한 혐오를 강화시키고 다양한 제도에 대
한 상상력을 제한한다.8)
이하에서는 대의제에 대한 이러한 협소한 이해가 한국에서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8) 박동천은 이러한 교육의 결과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을 논하는
국회의원 및 정치평론가들의 상상력이 얼마나 빈곤한지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
다. 고려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 기껏 소선거구냐 중선거구냐 또는 비례대표 의석을
몇 석 증감할 것이냐 정도에 그치는 한, 지난 50년간 우리 국민의 자랑스러운 정치적
축적을 계승하여 발전시키기는커녕 다시 한번 모종의 대변혁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 정치학자들의 책임도 크다고 할 것이다.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서부
터 대학교 정치학 강의 교재에 이르기까지 선거제도의 분류는 한결같이 소/중/대 선
거구의 구분을 위주로 하고 있고, 비례대표제에 관한 약간의 해설을 곁들이는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교과서’로 공부한 사람들이 이 세상에 소/중/대말고는 선
거제도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나아가 선거제도라는 주제는
감동이라고는 그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는 정략계산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
하다(박동천, 2000: 8).”

128 ․ 의정논총 제11권 제1호

연구와 논쟁에 어떠한 부정적 경향성을 낳고 있는지, 또한 그러한 부정적 경향성을
극복하려는 문제의식이 나타나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여기서
살펴볼 것은 독일식 선거제도 도입, 표의 등가성과 사표(死票)의 문제, 합의제 민
주주의와 관련된 논쟁들이다. 이 논쟁들은 선거제도, 권력구조, 선거의 평등과 같
은 다양한 쟁점을 다루고 있지만, 현재 한국에서 대의제에 관한 가장 중요한 논쟁
이면서 동시에 한국적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의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적절한 사례이기도 하다.

Ⅲ. 독일식 선거제도와 표의 등가성
1. 독일식 선거제도의 도입 논쟁
1) 다른 나라의 좋은 선거제도는 한국에서도 잘 작동할까?
현재 한국에서 세계의 다양한 선거제도에 대한 소개와 분석은 주로 한국정당학
회와 한국선거학회의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10여 년 간 독일식 선거제도의 도입이 논의되면서 이에 대한 연구가 적지 않다(김
영태, 2001; 김욱, 2006; 김종갑, 2012, 2015; 정준표 2014 등).
이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독일의 선거제도에서 정당득표와 의석수의
비례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사표를 줄이고 지역주의를 해소하는 효과를 가
져 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는 이론적으로도 충분히 타당성이 있
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적 기대가 사실이 되려면, 같은 제도라면 어디에서나 기능
적으로 유사한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전제가 먼저 검증되어야 한다. 그리고 바
로 여기에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 문제는 독일 선거제도의 기본 구상과 틀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그대
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데서 발생한다. 독일의 선거제도에서 각 정당의 총의석은 득
표율에 따라 결정된다. 이것이 지역구 당선자 수에 부족한 정당의 의석을 비례대표

한국 대의제 연구 비판․ 129

로 충원해 주는 방식의 연동형(linked system) 원리다(정준표, 2014: 30). 유권자의
투표와 정당의 의석 배분을 일치시키는 정당득표의 비례성을 기본원칙으로 하되
지역적 대표성을 가미해 두 제도를 연계시킨 것이다. 반면, 현재 우리의 선거제도
는 지역구의원선거와 비례대표제에 의한 비례의원선거가 서로 독립적으로 작동하
는 병립형(parallel system)이다. 만약 우리가 독일식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고자 한다
면 병립형을 포기하고 연동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지역구를 기
반으로 한 현행 선거제도를 사실상 정당비례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려면 최소한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하나는 지역구 중심
의 선거제도를 정당 중심의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데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가
있는가, 둘째로 한국의 정당정치가 그러한 선거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할 만큼 준
비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독일식 선거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 역시
아직까지 이 질문들에 대해 충분한 답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래서 비단 정치인들 뿐 아니라 학자들 역시 대체로 한국에서는 독일식을 다소 변
용한 권역별 비례대표제(regional proportional system)의 시행을 고려한다. 정당비
례성을 반영하되 전국적으로 전면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시행하는 것이
다. 그런데 이러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결국 지역별 소선거구제를 기본으로 하되
일부의 비례대표만을 이와 연동하여 권역별로 재분배하는 것으로 독일식과 기본
전제가 애초에 크게 다르다(김종갑, 2013; 정준표, 2014: 48).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이 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할지를 예측하기 어려운데다 현실적으로는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데에 있다.
먼저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현재의 비례대표 수를 과감하게 확대하지 않고는 실
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홍완식, 2015). 그런데 가까운 시일 내에 지역구 국회
의원의 숫자를 줄이거나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한국 현
실에 비추어 볼 때,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현행 전국구 비례대표 정수의 일부를 할
당받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9) 그렇게 되면 전국구 비례대표의 수는 줄
고, 각 정당의 입장에서 어려운 지역에서 활동을 해 온 인물들이 권역별 비례대표
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지역에서 당선 가능성이 낮은 성별, 계층,
9) 20대 총선을 앞둔 선거법 개정의 내용은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표의 등가성은
높아졌지만, 지역구 의석은 한 석도 줄이지 않는 대신 전국구 의석을 7석이나 줄였다.

130 ․ 의정논총 제11권 제1호

직능 등 소수자의 대표성을 반영하고자 했던 전국구 비례대표제의 도입 취지가 크
게 상실된다. 또한 중앙선관위 안(2015)에 따르면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도입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동시 출마를 인정하는 석패율 제도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취지상으로 보면 현재의 비례대표제를 사실상 없애고 전 선거구를 지역구 선거로
바꾸는 변화에 다름없다.
권역을 어떻게 설정할지도 문제다. 중앙선관위(2015)는 전국을 “지리적 여건과
생활권 등을 고려하여 6개 권역으로 구분”한 예시를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보면
“①서울 ②인천, 경기, 강원 ③부산, 울산, 경남 ④대구, 경북 ⑤광주, 전북, 전남,
제주 ⑥대전, 세종, 충북, 충남”이다. 그런데 이러한 권역 설정이 기준 자체가 대단
히 모호할뿐더러,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는 어떻게 권역을 제시하든지 논란의 소
지가 높다. 또한 이처럼 현재의 지지정당 성향에 따라 권역을 구분하는 것이 오히
려 지역주의를 고착화하거나 더욱 강화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10)
둘째, 현재 한국의 소선거구제 단순다수대표제에서는 정당별 득표율과 의석수의
비례성(proportionality)이 높지 않으므로 이를 교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는 그렇지 않다는 견해가 있다. 또한 설사 비례성이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
도의 비례성이 적절한 수준인지에 대한 명확한 견해는 존재하지 않는다.
먼저 비례성의 실제를 보면, 장훈과 정준표는 민주화 이후 우리 선거제도의 비례
지수는 전면적 비례대표제를 하고 있는 국가보다는 낮지만 비례대표제가 아닌 국
가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한다(장훈, 2010: 180-1; 정준표, 2014:
51). 지역구 선거에 한정해 지난 두 번의 총선에서 정당득표와 당선자 수 사이의
비례지수를 보면 18대는 0.923, 19대는 0.926에 달한다. 광역시도별 비례지수는 낮
지만, 전국적 비례지수는 서로 상쇄되어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지역별로도 비례지
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곳은 지역주의가 강한 곳이 아니라 오히려 약한 지역에서
한 정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제주와 강원이다(정준표, 2014: 51).11) 지역주의 때
10) 이에 대해서는 김종갑(2015)이 제시한 북부권/중부권/남부권의 세 권역 구분이 오히
려 여러모로 나아 보인다. 김종갑은 이외에도 도시에 의석이 집중된 문제, 선거구제
확대로 대표성이 약화되는 문제 등, 현재 선거제도 개편 과정에서 다수의 학자들이
고려하지 않는 문제점들을 적절히 지적하고 있다.
11) 구체적인 사례로 18대 총선에서 제주도의 비례지수는 0.502, 19대 총선에서 강원도의
비레지수는 0.574에 불과했다. 정준표는 이러한 상황을 예로 들면서 우리 선거제도에

한국 대의제 연구 비판․ 131

문에 비례성이 낮고 그래서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논리적으로 일치하
지 않는 것이다.
또한 선거제도에서 비례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안정성(stability)이다. 1당이 과
반을 형성해 정국을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것 역시 중요한 정치적 목표일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정치적 불안정을 어느 정도로 감수하면서 다른 나라들에 비
해 비교적 낮지 않은 비례성을 얼마나 더 높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정치적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그에 대한 합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셋째, 독일식 선거제도는 지역주의를 완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
이다. 한국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의 핵심은 지역주의를 완화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제도의 도입으로 선거 결과
에서의 지역구도나, 지역주의 자체를 완화할 수는 있다는 기대에 대해서는 회의적
인 분석이 적지 않다. 국회의원 정수 조정이나 비례대표의 대폭적 확대 없이는 권
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도 영남과 호남을 각각 기반으로 하는 정당들이 상대의
지역에서 각각 2-3석을 얻는 데 그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
다(김만흠, 2011: 245; 홍완식, 2015: 315). 또한 정치권에서는 이 제도가 오히려 지
역별로 새로운 파벌정치를 야기할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도 적지 않다. 기존의 소
위 ‘계파정치’가 전국적 형태였다면, 전국적 비례대표가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상황
에서는 권역별로 파벌정치가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선거제도가 반복적
으로 시행될 경우 지역에서 차점을 노리는 정당들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어서, 정책
균열을 중심으로 정당체제가 재편되지 않는 경우에는 제 1투표든 2투표든 지역주
의 투표를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형태로 나타나리라는 예측도 있다(김영태, 2001;
김욱, 2003; 정준표, 2014).
그동안 이러한 문제점들이 제기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독일식 제도의 도
입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그것의 이론적인 장점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이러한 지
적들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동안, 대통령
과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정에서 다양하게 수입 적용된 모델들인 여론조사, 오픈프
라이머리, 기간당원투표, 모바일 투표 등은 한국화 과정에서 대부분 문제점을 노출
서 비례성과 안정성이 어느 정도 충족되고 있고, 대통령제라는 정부형태에서 안정성
을 저해하는 독일식 선거제도의 도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정준표 2014, 51).

132 ․ 의정논총 제11권 제1호

했다. 그런데 독일식 선거제도만은 예외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낙관할 근거
는 분명하지 않다. 만약 지역주의가 완화되지도 않고 또 다른 부작용만 가져오게
된다면, 이는 단순히 단기간의 정치적 불안정뿐만 아니라 정치개혁과 선거제도 개
편에서 ‘열망-실망-분노와 좌절의 악순환’(최장집, 2002)이라는 한국정치의 딜레마
를 반복하게 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지역주의 정치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독일식 선거제도가 논의되는
것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외국의 제도를 사실상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경우에, 그것의 장점 못지않게 한국화 과정에서 많은 단점들이 드러난 사례도 적지
않다. 따라서 지금의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된 논의 방식 자체가 과연 올바른 것인
지에 대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12) 또한 선거제도와 그것을 작동시키는 정치문
화와의 관계, 유권자들의 속성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특히 제도만능주의다.

2) 선거제도 변경 논의에서 선행될 점: 제도만능주의를 넘어서
한국의 선거제도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비판은 크게 세 가지, 선거제도의 불안정
성, 득표율과 의석수의 불비례성,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단순다수대표제 소선거구제도가 득표와 의석 배분 간 비례성을 해치
고, 양당제를 기득권화하며,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본래적으로 나쁜 제도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유권자와 대표자간의 대표성과 책임성이 명확하
고, 투표자의 선호와 투표 결과간의 가시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반면 비례대표제나 선호대체투표제(Alternative Vote), 선호이전식 투표제(Single
Transferable Vote)는 유권자의 선호와 정당의 득표율, 득표율과 의석수 간의 비례
성을 높이는 대신, 선거의 결과로서 연립정부나 의회가 어떻게 구성될지에 대해서
는 유권자의 결정력이 떨어진다. 개별 유권자로서는 선거 결과의 예측 자체가 어려
12) “이상적인 선거제도를 도입한다고 이상적인 정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선거
제도 자체에 군데군데 얼룩과 금간 데가 있더라도, 거기에 담겨 있는 아름다운 혼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기만 하면 선거제도에 대해서 굳이 왈가왈부 할 필요(박동
천, 2000: 133)”가 없을 수도 있다.

한국 대의제 연구 비판․ 133

울뿐더러, 1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정부의 구성은 유권
자의 의도가 아니라 정당들 간의 비공개 협상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유
권자의 정당 선호는 반영되지만, 선거의 결과로 유권자가 실제로 원하는 정부와 의
회의 구성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는 더 보장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또한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어떤 제도가 더 민주적인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선호
대체투표제는 호주와 파푸아뉴기니, 선호이전식 투표제는 아일랜드와 몰타만이 활
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각각 전 세계 유권자의 0.5%, 0.1%에 불과하다(PintoDuschinsky, 1999; Bormann and Golder, 2013).
유럽에서는 정당 비례대표제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영국과 미국은 대의민
주주의를 도입한 이래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를 고수하고 있다. 한국의 다수 학
자들은 이 제도가 득표율의 왜곡과 사표(死票)를 조장한다고 비판하지만, 이 제도
는 사표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표가 늘어나더라
도 분명한 승자가 드러나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박동천, 2000: 55). 선거제도의 설
계가 비례성보다 안정성에, 국가 전체보다는 지역단위의 선택을 존중하는 목표를
가진 경우에는, 그러한 결과가 투표의 왜곡이 아니라 타당하고 정당한 ‘조작적 정
의’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통령 선거인단 제도’는 소수가 다수를 이길 수 있어서
비민주적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그것은 이
나라가 반민주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각 주의 자치권을 폭넓게 인정하
는 연방제 국가이기 때문이다.13) 영국에서도 2011년 보수/노동 양당제를 깨뜨리기
위해 제 3당인 자유민주당이 선호대체 투표제(Alternative Vote)를 주장한 바 있지
만, 실제 국민투표에서는 큰 차이로 부결되었다. 또한 비례대표제 도입은 아예 검
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영국인들이 선거제도의 비례성에 대해 무지하기 때
문이 아니라, 안정적인 양당제의 지속을 의도적으로 선택한 결과다.
물론 영국과 미국을 제외한 여러 서유럽 민주주의 국가들이 정당 비례대표제를
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비례대표제가 더 민주적인 제도이기
13) 로버트 달은 선거인단제도야말로 미국이 깨뜨려야 할 반민주적인 제도라고 강력하게
주장하지만, 본인 스스로도 그것이 조만간에 가능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 듯하다.
‘연방제’라는 국가의 기본틀을 넘어서야 하는 것은 물론, 절차적으로도 그것을 수정
하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달, 2004).

134 ․ 의정논총 제11권 제1호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무엇이 더 민주적인가는 민주주의의 정의를 어떻게 내
리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다수의 의지나 선호가 더 많이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 민
주주의의 원칙이라면, 그 의지와 선호를 무엇을 중심으로 볼 것인가 하는 점이 중
요하다. 소선거구제 단순다수대표제에서는 지역단위에서 특정 인물에 대한 선호를,
정당 비례대표제에서는 국가에서 특정 정당들에 대한 지지를 우선적으로 본다. 소
선거구제에 나타난 지역적 투표의 결과에서 정당에 대한 지지를 유추한 뒤 그것을
국가적으로 반영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정당투표를 별도로 도입할 것인지, 비례대
표제를 전체 의석수에서 어느 정도로 반영할 것인지 등의 문제를 민주주의의 원칙
이 해결해 줄 수 없다. 그것은 전적으로 그 사회에 속한 사람들이 결정할 문제다.
현재 한국정치에서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중장기적인 비전이나 한국적 문제의식
보다는 당면한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선
거제도 개편의 문제가 정치과정과 선거제도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전유물처럼 되어
버렸다. 그러나 선거제도에는 정답이 없다. 어떤 제도가 다른 제도에 비해 더 선하
거나 우월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선거제도는 그것을 채택한 사회가 지향하는 정치
적 목적과 가치에 종속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도를 논의하기에 앞서 한국이 어떠
한 정치적 비전을 갖고 있는가에서 논의가 출발해야 한다.
현대정치에서는 한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가 헌법을 통해 명문화 되는 것이 일반
적이다.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등 인간의 삶에 국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가치와 비전이 헌법으로 집약된다. 이러한 비전에는 현재의 문제점들과 사회적 갈
등, 균열구조가 반영되며, 그러한 비전 위에서 어떤 정치적 대표가 필요한지에 대
한 논의가 뒤따르고, 그 후에야 그러한 대표들을 뽑기 위한 선거제도가 논의될 수
있다. 선거제도에 대한 논의 전에, 한국인들에게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한국문화
와 정합성을 갖는 민주적인 정치공동체는 어떤 모습인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좋은
삶의 보편성에서 한국인의 좋은 삶으로 문제의 초점을 변화시키고 난 후에야(김비
환, 1999: 11), 비로소 한국의 선거제도를 논할 수 있다.

2. 표의 등가성 및 사표(死票)의 문제
독일식 국회의원 선출방식과 더불어 최근 우리 사회에서 선거제도와 관련해 가

한국 대의제 연구 비판․ 135

장 주목받은 사건은 표의 등가성 문제를 둘러싼 헌재 판결과 그 후속조치로서의
선거법 개정과정, 그리고 사표 방지를 둘러싼 논쟁이었다. 여기서는 흔히 이 문제
들은 선거제도의 측면에서만 접근되지만 실은 대표제와 민주주의의 가치가 충돌하
는 지점들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그에 대해 우리가 어떠한 입장을
취할 수 있는가에 따라 대의민주주의 자체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핵심적
인 것은 우리가 이러한 문제들을 논의하면서 한국적인 맥락에서 우리의 이론적 논
리를 가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먼저 일반의 상식 차원에서 볼 때, 표의 등가성은 흔들릴 수 없는 민주적 가치처
럼 보인다.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에 따라 합법적인 투표권의 비례한계는 2001년
4:1에서 3:1로 줄었고, 법원은 다시 14년 만에 3:1에서 2:1로 줄이라고 요구했다. 국
회는 이에 따라 선거법을 개정했다. 그런데 헌재는 2001년에는 3:1을 제시하면서
“단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이면서 현실적
으로는 어느 정도의 지역대표성도 겸하고 있는 점, 인구의 도시집중으로 인한 도시
와 농어촌 간의 인구편차와 각 분야에 있어서의 개발 불균형이 현저한 현실 등을
근거로 국회의원선거구 획정에 있어 인구편차를 완화할 수 있다”고 했지만, 2014년
에는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이나 도농 간의 인구격차, 불균형한 개발 등은 더 이
상 인구비례 2:1의 기준을 넘어 인구편차를 완화할 수 있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014년 판결의 핵심은 ‘더 이상 ~되지 않는다’라는 주장의 근거에 있는
데, 이에 대해 법원은 “인구편차의 허용기준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 외국의 판례와
입법 추세임을 고려할 때, 우리도 인구편차의 허용기준을 엄격하게 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홍완식, 2015: 321, 강조는 논자).
사실 지난 15년 동안 표의 등가성이 4:1에서 3:1로, 다시 2:1로 줄어들 때, 우리는
왜 그러한 등가성이 변경되거나 혹은 유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학자들조차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누군가가 소송을 제기하
고 어느 날 갑자기 법원이 그렇게 판결한 것이다. 왜 그 시점이 바로 지금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거의 없었다. 표의 등가성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왜 당장 1:1로
만들지 않고 4:1에서 3:1로, 다시 2:1로 줄이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우리는 우
리의 이론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헌법재판소는 우리의 법리를 만들기보다는
다른 선진국들의 추세를 살펴가며 그것을 조절하고 있다. 대다수의 정치학자들은

136 ․ 의정논총 제11권 제1호

이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침묵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언제, 왜, 어떤 조건
의 변화에 따라 2:1의 원칙을 다시 1:1로 줄여야 할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표의 등가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민주적 원리가 더 강화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
은 상식처럼 보인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민주주의에서는 표의 등가성도 중
요하지만, 소수가 표로 말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예를 들어, 표의
등가성을 높이면 국회의원이 늘어나는 곳은 대도시고 줄어드는 곳은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이다. 농어촌에 사는 국민들은 대체로 교육, 의료, 문화 등 다양한 부문
에서 도시에 사는 국민들보다 열악한 환경에 살고 있다. 도시가 농어촌보다 다수여
서 국가적 관심, 예산, 정치, 경제, 문화적 측면에서 불평등이 지속되거나 가속된다
면 이것이야말로 토크빌과 밀이 걱정한 ‘다수의 폭정(tyranny of the majority)’에 가
깝다. ‘의회에 농부보다 변호사가 거의 항상 더 많다는 것이 결코 시시한 문제가
아닌 것’처럼(마넹 2004, 120), 공정한 선거를 통해 특정한 주거지역에 사는 사람들
의 대표가 항상 압도적으로 많다면, 이것은 표의 등가성만큼이나 중요한 민주주의
의 문제다. 결과에 대한 예측불가능성(unpredictability)은 실제로 민주주의의 중요
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표의 등가성은 이상적인 원칙이지 모든 현
실에서 반드시 관철되어야 하는 필연의 법칙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 우리가
지상에 발을 딛고 있는 한 그러한 원칙들은 상황에 따라 적절히 변형되어 적용되
어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그 원칙의 실질을 구현하기 때문이다.14)
사표 역시 간단치 않은 문제다. 합의제 민주주의에서 다양한 의견이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모든 의견이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다수
제 민주주의에서 가능한 사표가 적은 것이 좋겠지만 모든 사표가 다 나쁜 것은 아
니다. 중요한 것은 사표의 정당성을 어떤 기준에 의해 인정하거나 불인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의민주주의가 설계되고 운영될 때, 사표는 불가피한 것일 뿐 아니
라 필요에 의해 구축되기도 했다. 정체(政體)와 정부의 구성, 정책집행의 안정성,
14) 가령 보다 구체적으로는, 표의 등가성을 유권자 기준으로 할 것인지, 인구수 기준으
로 할 것인지 하는 기준 역시 간단치 않은 문제다(이상학 외, 2015). 노인 인구가 다
수를 차지하는 지역이 미성년 학생과 어린이가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보다 더 많은
정치적 힘을 갖는 것은 정당한가? 이런 문제야 말로 다수결로 정해질 수도 없고, 진
리적인 명제를 찾아낼 수도 없는 문제다. 그 기준이 세계적으로 보편적이어야 할 이
유도 없다.

한국 대의제 연구 비판․ 137

국민전체의 단일성을 위해 일정한 사표는 늘 필요했다. 중요한 것은 사표가 제도
수립의 정치적 목표, 국가적 비전, 국민의 실질적 삶을 위해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부정적 영향이 더 큰가 하는 것을 잘 따져 보는 데에 있다.

Ⅳ. 합의제 민주주의 논쟁
1. 다수제 민주주의 vs 합의제 민주주의
한국 대의민주주의의 문제점을 다수제 민주주의로 보고 합의제 민주주의를 대안
으로 제시하는 학문적 경향이 있다. 김남국(2011)과 최태욱(2014)이 대표적이다. 이
들의 문제의식은 한국의 특수성에서 출발한다.
김남국은 대의제 위기가 유럽이나 미국에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한국에서도 그
이론이 적실한지를 우선 검토한다. ‘대의제의 위기’라는 개념은 보편적이지만 한국
에서 어떤 특수한 맥락으로 표출되는지에 관심을 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는 서
구에서 대표제 위기의 한 지표로 지목되는 정당정치의 위기가 한국에서는 한국전
쟁을 계기로 한 보수정당 중심의 협소한 대표체계로 인해 다양한 이념과 가치가
대표되지 못한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본다. 또한 이주노동자와 외국인이 증가하면
서 나타나는 문화적 다양성이 충분히 대표되지 못하는 점에도 주목한다(김남국
2011, 319-22). 그리고 김남국은 그 대안으로 정부구성과 정책결정 방식의 전환을
제안한다. 현재의 문제점이 다수제 민주주의(majoritarian democracy)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그 대안으로 합의제 민주주의(consensus democracy)를 제시하는 것
이다(김남국, 2011: 323).
최태욱 역시 오래 전부터 유사한 주장을 해왔다. 그는 󰡔한국형 합의제 민주주의
를 말하다󰡕라는 저작에서 다수제 민주주의와 합의제 민주주의를 비교하고, 한국을
그 중에서도 “독종 다수제 민주주의” 체제로 분류한다. 소선거구제 단순다수대표제
선거제도와 대통령제라는 정치제도의 결합이 구조적으로 포용이 아닌 배제의 정
치, 독선과 독주의 정치를 가져온다는 것이다(최태욱, 2014: 67-81). 그의 주장에 따

138 ․ 의정논총 제11권 제1호

르면, 선진국들 사이에서는 합의제형 민주주의가 확실한 대세를 이룬다. OECD 회
원국 중 다수대표제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앵글로아메리카로 분류되는 5-6
개국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비례성이 강한 혼합형 선거제도로 합의제 민주주의로
분류가 가능하다(최태욱, 2014: 73-4). 따라서 한국의 정치는 ‘유러피언 드림’을 위
해 비례대표제와 의원내각제 혹은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혁을 통해 합의제 민주
주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2. 합의제 민주주의를 넘어서
앞 절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한국의 선거제도는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그리고
김남국과 최태욱처럼 ‘유럽 모델’을 지향하는 학자들은 비단 선거제도 뿐 아니라
권력구조, 정치제도, 정치 문화의 수준에서 합의제 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
장한다. 그러나 합의제 민주주의로의 전환에 앞서 살펴볼 점도 없지 않다. 첫째, 대
의민주주의의 위기 원인에 대한 재검토, 둘째, 합의제 민주주의로의 전환에 대한
필연성과 사회적 합의의 문제, 셋째, 부정적 결과에 대한 검토의 필요성이다.15)
첫째, 대의민주주의 선진국에서 나타난 대의제의 위기가 다수제 민주주의의 안
정화에서 나타난 경직성과 둔감성의 문제라면, 한국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는 오히
려 다수제 민주주의의 불충분, 불안정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어디에서나 대의제 위
기는 대표성의 약화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러나 그 원인은 같지 않다. 서구 선진
국에서 대표의 위기는 안정화된 선거제도와 정당체제, 정치구조가 사회·경제적 변
화에 따른 대표성의 결함을 적절히 보완해서 나타난 경직성의 위기다. 즉, 대의제
의 높은 제도화 수준이 오히려 변화하는 세계의 새로운 갈등과 균열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나타난 매너리즘의 문제인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 대의제의 위기는 완성태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경
15) 이러한 문제점의 제시가 곧 김남국과 최태욱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 두 학자는 한국에서 합의제 민주주의의 도입 필요성을 가장 적절히 소개
하고 있으며,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에 경도된 한국에서 북유럽형 민주주의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이 글에서 주장하는 바는 합
의제 민주주의의 도입을 검토할 때에도 역시 그것에 대한 무조건적 찬사를 보내기
보다는 한국적 맥락에서 구체적인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 대의제 연구 비판․ 139

우 대표의 위기는 다수제 민주주의에 기초한 헌정의 지속성, 정당 및 정당체제의
불안정, 민주적 문화와 시민의식의 발전이 적절히 이루지어지지 않은 데서 발생한
다. 평화로운 정권교체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민주화 이후에도 국회 운영
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대통령과 국회는 물론,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조차 제도적으
로 안정화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국회만 해도 안건 처리를 두고 폭력사태
가 빈번하게 일어났고, 예산안 법정 시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은 상례다. 정
치개혁 관련 법안들은 항상 선거 직전까지도 합의가 되지 않는다. 소수정당은 물론
이고 거대 정당들 역시 끊임없이 당명을 바꾸고 정권에 따라 이합집산(離合集散)
을 거듭했다. 선거 때마다 정당의 공천룰이 바뀌고 유권자들은 불과 한 달도 안 되
는 시점에서야 국회의원 출마자들을 알 수 있다. 대통령 후보조차도 대선을 코 앞
에 두고 확정되기가 일쑤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대의제의 위기가, 영미권이
나 유럽에서 제기되는 완숙한 대의제에서 나타나는 위기와 같을 수 없다.
둘째, 합의제 민주주의로 전환해야 할 시기적 필연성의 이유가 불분명하다. 김남
국은 다수제 민주주의가 비교적 동질적인 문화와 역사적 경험을 가진 집단에서, 합
의제 민주주의는 인종, 종교, 지역, 문화적으로 다양한 집단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채택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다원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로 인한 갈등의 정도는 분명 인종적, 종교적으로 혼합되거나 분화된 사회보다 적은
편이다. 이에 대해서는 김남국도 “대표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소수집단이 늘어간다
면, … 합의제의 원칙으로 바뀌는 것이 바람직하다(김남국, 2011: 325)”는 가정을 통
해 주장하고 있으며, 그 소수집단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집단들인지에 대해서는 외
국인 이주자 외에 특별히 언급하고 있지 않다.
최태욱과 여러 학자들은 대통령제라는 권력구조와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라
는 선거제도가 한국형 다수제 민주주의의 약점이며 이를 근거로 합의제 민주주의
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한다. 국회가 여소야대로 편성되는 분점정부가 탄생할 경
우 대통령이 소수 대표로서 불안정성을 갖게 되기 때문에 국정 수행에 문제가 생
기고 승자독식의 사회적 균열을 부추긴다는 것이다(최태욱, 2014: 94-5).16)
그런데 백창재(1998)의 연구에 따르면 대통령제의 가장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16) 분점정부의 개념과 대통령제와의 관계, 미국에서의 사례에 대해서는 백창재(1998),
한국에서 민주화 이후 분점정부의 형성에 대해서는 김용호(2005)를 참조할 수 있다.

140 ․ 의정논총 제11권 제1호

미국에서도 분점정부라는 상황이 반드시 정당간의 극단적인 대결이나 국정마비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또한 불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보아도 대통령제가 반드시 취
약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제에서는 분점정부 상황에서도 행정부가 임기만은 확실
히 보장받는 반면, 의회제와 다당제를 기반으로 하는 합의제 민주주의에서는 연립
정부에서 과반이 무너지는 균열이 생기면 곧바로 내각이 총사퇴하는 것이 상례다.
제도상의 불안정성은 합의제 민주주의가 더 큰 것이다. 여당이 과반을 얻지 못하면
대통령제에서는 야당의 협조 없이 국정 수행에 어려움이 생길 뿐이지만, 의회제에
서는 국정 수행은 물론 정부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즉, 제 1당이 과반을 얻지
못할 경우의 불안정성은 합의제 민주주의에서 오히려 두드러진다.17) 반대로 의회
제에서 1당이 과반을 얻게 되면 이러한 불안정성은 해소되지만, 대신 이 정당은 의
회와 행정부를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말 그대로 승자독식의 정치, 독선과 독주의 정
치를 제도적으로 보장받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문제점은 최태욱이 한국을
‘독종’ 다수제 민주주의로 분류할 때 제시했던 증거이기도 하다(최태욱, 2014:
85-91).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제왕적 대통령제(imperial presidency)’를 제한하고자
합의제 민주주의를 한국에 도입하자는 취지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요컨대, 정부
의 불안정성만 놓고 보자면 유럽식 합의제 민주주의가 한국형 대통령제보다 더 의
도적으로 제 1당을 소수대표화 하는 제도인 것이다.
물론 현재 한국에서는 지역주의 투표성향으로 인해 대표되지 않는 집단과 개인
들의 문제가 심각하다. 이것은 분명 ‘대표의 위기’다. 그런데 이것은 다수제 민주주
의가 원인이라기보다는 87년 민주화 이후 정치세력이 지역 중심으로 이합집산 한
결과다. 만약 민주화 이후 정당경쟁이나 정당 간의 이합집산이 정책 중심으로 이루
어졌다면, 다수제 민주주의 하에서도 지금과 같은 수준에서 대표의 위기가 나타났
을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문제는 사회적 균열을 반영하는 정당체제와 그 반영
으로서 정부와 국회에서 정책 경쟁이 이루어지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지, 민주주의

17) 백창재(1998)는 미국의 사례를 들어 분점정부에서도 대통령의 역할에 따라 불안정성
이 반드시 높은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이 야당과 소통하고 협조를 얻어서 국정을 운
영하는 것이 정치적 관례로 정착하기만 한다면, 분점정부는 오히려 ‘균형정부’로서
대통령이나 다수당의 독주를 방지하면서도 정부와 의회의 임기를 안정적으로 보장하
는 제도가 될 수 있다.

한국 대의제 연구 비판․ 141

의 성격과 형태가 다수제냐 합의제냐가 아니다. 지역주의의 공고화에 현재의 선거
제도와 정부형태가 준 영향이 적지 않지만, 그것이 근본원인이며 유일한 해결책이
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합의제 민주주의라는 ‘쉬운 대안’은 오히려
다수제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대체하는 신기루일 수 있다.
셋째, 한국에서 합의제 민주주의가 가져올 부정적 가능성에 대해 더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합의제 민주주의는 다양성과 이질성을 잘 보완하는 기능을 하
는 반면, 동시에 현존하는 사회적 균열을 지속될 필요가 있는 현실로 인정하고 긍정
하게 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다양한 사회적 갈등은 실제적
모순에 기반을 둔 것들도 있지만, 비합리적인 허위 문제들, 지역주의처럼 이른바 가
짜 프레임에 의한 것도 적지 않다(박동천, 2010). 그러한 문제들을 합의의 문제로 가
져온다면, 불필요한 기존의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이를 지속시킬 수도 있다. 최악
의 경우 지역주의 정당들이 장기 지속할 수 있는 틀을 만들 수도 있는 셈이다.
또한 김남국과 최태욱이 합의제 민주주의의 예로 들고 있는, 연립정부, 다당제,
비례대표제 확대, 양원제 의회, 분권형(이원집정부제) 정부 등은 한국에 적용될 때
긍정적인 효과를 보일 수도 있지만, 역으로 보수적 정당체제를 고착화시킬 가능성
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 지역주의 세력의 주류가 내각제나 분권형 정부형태에 호의
를 갖게 된 것은, 그 제도가 권력유지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화 이후
끊임없이 제기된 의회제나 분권형 정부체제로의 전환은 대부분 기존 집권세력이
야당에 권력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 혹은 지역주의 정당이 생존을 위해 제안한
것이다. 앞으로도 다수제 민주주의의 완성도가 높아지면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높
은 기득권 정치세력이 탈출구로서 합의제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주장하면서, 자기
들에게 유리한 제도들만 선택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한국적 현실’
을 감안하면, 합의제적 민주주의로의 전환은 제도적 특성만을 토대로 수용하기 어
렵다. 같은 제도가 그 나라에서 작동한대로 한국에서 작동하리라는 보장이 없고,
우리는 이미 그러한 실제 사례들을 지난 20년 간 적지 않게 목격한 바 있다.18)
18) 선거제도 변화에 대한 다양한 제안들이 20대 총선을 앞 둔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현
실정치에서 어떻게 왜곡되었는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단지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아니라 현실에 발을 딛지 않은 이론이 얼마나 정합성과 타당성을 가
질 수 있는가의 문제다.

142 ․ 의정논총 제11권 제1호

영미와 유럽에서 다수제 민주주의의 위기는 그것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갔을 때
나타났다. ‘대의제의 위기’라는 표현은 같지만 우리와 그 원인이나 현상이 같다고
하기는 어렵다. 또한 한국이 다수제 민주주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포기
하거나 보류하고 합의제 민주주의로 전환해야 할 필연성을 뒷받침할 이론적 검증
역시 아직은 불충분하며, 그에 대해 사회적으로 합의가 존재한다고 말하기는 더 더
욱 쉽지 않다. 물론 한국정치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이 합의제 민주주의를 통해 해
결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가져올 부정적 영향이나 ‘한국화’의 과정에서 나타날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다수제 민주주의와 합의제 민주주의를 단계론이나 단선론적
발전으로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 후발국에서는 다
수제와 합의제 중 반드시 하나만을 취사선택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것은 이중적이
며 중첩적 과제다. 다수제 민주주의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필요한 부분에서 합의제
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은 가능하다. 또한 합의제 민주주의의 핵심은 정부형태나 정
당체제보다 정치문화와 행태에 있다. 그러한 합의제적 정치문화는 다수제 민주주
의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물론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러한 이분법적 도식에
서 벗어나 한국적 대의민주주의 발전을 보다 자유롭게 상상하는 일이다.
제도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제도라는 보편성이 한국 사회라는 특수성과 만나
는 지점에 대한 주체적인 평가와 이론이 필요하다. 그 제도의 정당성과 적절성을
판단할 우리의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대표제의 원리와 민주주의의 원리가 어디서
어떻게 만나서 타협하고 어떤 원칙들에 의해 언제 조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
가 필요하다.

Ⅴ. 결 론
이 글에서는 한국 대의민주주의 연구경향의 문제점을 문제의식과 제시된 대안의
적절성을 중심으로 검토해 보았다. 우리가 겪고 있는 ‘대표의 위기’, ‘대의제의 위
기’라는 현상 자체는 보편적으로 나타나지만 그 원인은 같다고 볼 수 없다. 정부수

한국 대의제 연구 비판․ 143

립 이후 우리가 받아들인 대의민주주의는 서구 중세의 대표제, 르네상스 이후 확산
된 공화주의적 전통, 시민혁명과 선거권의 확대, 대의 정부의 제도적 정착과 같은
절차를 생략한 수입품이었다. 그 결과 서구에서 짧게는 200~300년, 길게는 800년
가까운 대의제의 역사를 통해 벌어졌던 대표자의 조건, 덕성, 공정한 선거의 절차,
유권자의 자격, 바람직한 정부와 의회의 형태 등을 둘러싼 논쟁들 역시 제대로 음
미되지 못했다.
대의제가 단지 민주주의를 작동시키기 위한 기술적 장치가 아니라 그것과 원리
적으로 모순되는 이념(idea)이라는 통찰 역시 갖기 어려웠다. 그처럼 협소한 이해
는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연구와 교육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한국 민주주의가 겪
어 온 우여곡절과 시행착오는 대의민주주의가 애초에 모순적 원리들이 결합한 불
안정한 산물로써, 단순히 제도를 수립하는 것만으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 정치인과 유권자들이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대의민주주의의 운영원리와 선거제도, 정당체제에서 영미식과 유럽식 사이의 고
민보다는 문제의식의 한국화, 한국형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이론적 고민이 필요하
다. 제도환원주의에 경도되어 영미식과 유럽형으로만 나누어 우리 대의민주주의의
미래를 제한적으로 상상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다른 나라의 제도를 잘 이해하
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주화 이후 우리가 실험한 다양한 제도들이 한국화하면서 나
타는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
으면 반복된 실패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대안은 무엇인가? 본고에서는 지면의 제한으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수
없다. 또한 명쾌하고 단일한 하나의 대안이 존재한다고도 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는 사상적, 이론적, 역사적 수준에서 대의제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
다. 이를 통해 대표제를 기능적 장치가 아니라 그것이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의 측
면에서 이해해야 하며, 특히 한국에서 ‘대표(representation)’가 ‘대의’로 수렴된 과정
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 나아가 대표의 문제를 비단 선거제도나 권력구조
의 수준뿐만 아니라 문화적, 철학적, 사회적 측면에서 민주주의의 핵심 의제로, 특
히 인간과 사회의 본성에 관련된 문제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대안의 모색
은 현재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점에서 이 논문은 대안적인
한국적 대의민주주의 이론을 정립하려는 시도에서 서설(序說)에 해당한다. 현재 진

144 ․ 의정논총 제11권 제1호

행 중인 대안에 대한 탐구는 별도의 연구 결과물을 통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 하나는, 대의민주주의의 발전이 어떠한 방향성을 갖게 되든지 반
드시 시민의 참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시민이 참여하지 않는 제
도 개혁은 정당하지도 않고 실제로 잘 운용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좋은 선거제도
를 원한다면 누가 좋은 정치적 대표인가에 대해 먼저 논의해야 한다. 누가 좋은 시
장, 국회의원, 대통령인가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없는 사회에서는 어떤 제도에서도
좋은 대표가 뽑히기 어렵다. 법원, 선관위, 정당, 전문가들이 아니라 다수의 국민이
대의민주주의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선거제도나 정부형태의 개혁이라는 것은 무의
미하고 위태한 실험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어떤 선거 제도를 채택할 것인가 이전에, 대한민국은 어떤 국가적 비전을
갖고 있고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좋은 대표자들이 필요하며, 그들을
뽑기 위해서는 어떤 선거 제도가 필요한지에 대해 묻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거
기에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기존 정당들의 뒷거래를 넘어서
는 진정한 제도개혁을 강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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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접수일 : 2016년 5월 19일
심사완료일 : 2016년 6월 14일
게재확정일 : 2016년 6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