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영. 2013. “자유민주주의의 ‘여성 차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재고: 탈서구
자유민주주의의 ‘여성 차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재고: 탈서구중심주의적 대안을 위한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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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의 ‘여성 차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재고:
탈서구중심주의적 대안을 위한 시론*
8)
**
문 지 영
목 차
Ⅰ. 들어가는 말
Ⅱ. 자유주의적 여성 차별에 대한 서구 페미니
스트 비판
Ⅳ. ‘여성 차별’의 한국적 맥락: 대안적 논의의
가능성
Ⅴ. 맺는 말
Ⅲ. 한국의 민주주의와 페미니스트 문제의식
요 약
이 연구는 자유주의적 여성차별 문제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과 또 그런 문제의
식을 받아들여 한국 민주주의를 검토하는 국내 논의들 모두에 내재한 서구중심주
의의 한계를 조명하고, 나아가 한국 민주주의의 여성차별 문제를 설명/극복하는
데 기여할 탈서구중심주의적 대안의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데 목적이 있다. 자유민
주주의가 대세로 자리 잡아 가는 상황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이라는 자유주의
적 기본 가정 자체를 문제 삼는 페미니스트 비평은 상당히 급진적인 의미를 지니며,
민주주의 이론과 실천의 발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일련의 서구 페미니스
트 비판은 비서구 사회의 맥락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한 채 논의를 일반화함으로써
또한 그런 서구 페미니스트 논의를 국내에 적용하려는 일단의 시도들은 그 문제에
대해 침묵함으로써, 의도와 상관없이, 서구중심주의의 한계를 노정한다. 이 연구는
여성차별의 문제가 서구 사회에서보다 더 복잡하고 가혹하게 나타나게 된 한국
민주주의 특유의 역사적, 정치사회적 맥락을 살펴보았다. 그럼으로써, 전근대성과
서구중심성, 남성중심주의, 국가주의적 성향이 뒤엉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자유민주주의를 이루어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차별의 문제를 이해하
고 또 해결하고자 할 때 서구 페미니스트 분석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이고자 했다. 이 논의의 토대 위에서 장차 탈서구중심주의
적 페미니스트 민주주의 모델 확립의 과제가 수행될 수 있을 것이다.
주제어: 자유민주주의, 여성 차별, 페미니즘, 가부장제, 서구중심주의
* 이 논문은 2011년도 정부재원(교육과학기술부 사회과학연구지원사업비)으로 한
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되었음(NRF-2011-330-B00010)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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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GHTOPIA: The Journal of Social Paradigm Studies
Ⅰ. 들어가는 말
젠더 평등을 목표로 하는 운동 및 이론으로 간략히 정의될 수 있는
페미니즘1)은 젠더를 주요 변수로 하여 기성의 이론과 실천을 비판하고
보다 나은 세계를 구상한다는 점에서 급진적인 이념 또는 신조로 평가되
곤 한다. ‘사회 정의’나 ‘계급 해방’을 내세운 소위 진보적인 이론․운동마저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조명하면 여지없이 억압적이고 보수적인 속성을
드러내게 되는 까닭에 페미니즘의 급진성은 때로 환영받지 못하거나
제대로 된 평가를 거부당하기도 한다. 페미니즘/페미니스트를 ‘여성(의
이익 및 권리)’만을 이론적, 실천적 관심의 대상으로 하는 학문/학자로
간주하여 경계 내지 외면하는 움직임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지배규범, ‘상식’에 도전하는 새로운 언어”요 “여성
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성에게, 공동체에, 전 인류에게 새로운 상상력
과 창조적 지성을 제공”하는 새로운 인식론의 원천(정희진 2005)이라는
관점에서 페미니즘을 이해할 때, 그것이 제기해온 도전이 현실에 초래한
긍정적인 효과는 결코 무시하기 어렵다. 기존의 분석틀이나 인식 체계로
는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사회 문제들 또는 존재들이 젠더의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가시화되고, 그럼으로써 진보와 해방의 지형을 전혀 새롭게
그리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세계 도처에서
1) 이와 관련하여, 라마자노글루(1997)는 페미니즘을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그것을 정의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입장을 선택하는 문제가 된다고 지적하면서,
엄밀한 정의 대신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특징
들을 열거한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사회 속에 존재하는 성별관계와 남녀경험의
차이를 설명하는 사회이론이자 여성의 삶에 대한 통제권을 여성에게 줌으로써
양성관계의 변혁을 꾀하고 나아가 모든 사람들이 인간의 잠재성을 실현할 기회를
더 많이 갖도록 세계 변혁을 목표로 하는 정치적 실천”으로 요약된다. 라마자노글루
(1997), 20-24 참조.
자유민주주의의 ‘여성 차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재고: 탈서구중심주의적 대안을 위한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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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하고 권위 있는 정치 이념이자 그것을 실현하는 최선의 정치 형태로
인정받고 있지만, 페미니즘은 바로 그 민주주의를 향해서도 가장 급진적
인 비판의 동력 가운데 하나를 제공한다((Pateman 1989; 이선미 2006).
기존의 민주주의 이론 및 실천들이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 부르주아계
급과 프롤레타리아계급, 혹은 백인과 유색인종 간에 평등한 관계를 확보
하는 문제에 집중하는 반면 남성의 정치적 지배와 여성의 종속 문제,
곧 남성과 여성 간에 존재하는 불평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간과해왔음을 지적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구상이 확장․재편되는 데 일조
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페미니즘의 프리즘을 통과함으로써 기존의
민주주의 담론 및 정치에 은폐되어 있던 성적 갈등 및 여성 차별의 실상
이 드러나고, 그로써 기존의 민주주의가 계급적, 인종적. 지역적 평등에
더하여 젠더 평등의 문제의식까지 담아내는 것으로 발전할 발판을 마련
케 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페미니즘의 기여를 찾을 수 있다.
페미니즘의 정의에 입각할 때, 민주주의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평의
초점은 그것이 여성 억압적, 위계적인 젠더 구조를 바꾸고 나아가 젠더
평등, 젠더 정의의 향상을 초래하는가에 맞추어진다. 그런데 잘 알려져
있다시피 페미니즘은 각각 특유의 관심과 문제의식에 따라 서로 구분되
는 페미니즘‘들’로서 발전해왔다. 자유주의적 페미니즘, 사회주의적 페
미니즘, 급진적 페미니즘, 블랙 페미니즘, 포스트모던 페미니즘 등이
대표적인 조류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여성 억압의 원인이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시각을 조금씩 달리하며, 따라서 서로 제시하는 대안들에도
차이가 있다.2) 예컨대 사회주의적 페미니즘이 여성 억압을 주로 자본주
의 생산 및 분업체계와 연관시킨다면 급진적 페미니즘은 성적 자기결정
2) 페미니즘의 발전사 및 다양한 페미니즘 조류들에 대한 압축적인 설명, 페미니즘들
간의 논쟁, 공통점과 차이점, 대립과 연대에 관한 분석은 Bryson(1999), 라마자노글루
(1997), 프리드먼(2002) 등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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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GHTOPIA: The Journal of Social Paradigm Studies
권과 관련하여 육체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통제
를 좀 더 강조하면서 (자본주의체제와는 구별되는) 가부장제적 억압으로
부터의 해방에 초점을 맞춘다. 남성 지배제도는 오직 혁명에 의해서만
폐지될 수 있다고 주장하거나 정치적 분리주의를 요구하는 일부 급진
페미니스트들 가운데는 일체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경우도 없지 않으
나, 다양한 페미니스트 경향들 사이에서 민주주의는 위계적인 젠더 구조
를 변화시키고 젠더 평등과 젠더 정의를 향상시키는 중요한 수단으로
공히 거론된다(Phillips 1993, Mansbridge 1998, Young 2000). 그리고 민주주
의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즉 기존의
민주주의가 오랫동안 은폐, 간과해온 성적 차이와 여성 억압의 문제를
드러냄으로써 민주주의의 새로운 과제를 제기하고, 좀 더 민주적인 민주
주의의 가능성을 탐색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듯 민주주의와 관련하여 페미니즘이 제공해온 기여가 대단히 큰
것이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차별과
젠더 평등에 대한 페미니스트 논의는 일정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
다도 그것은 서구의 맥락을 중심으로 하고, 그럼으로써 비서구의 경험과
관점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 연구는 민주주의
를 중심으로 한 페미니스트 논의들에서 발견되는 서구중심주의의 한계
를 조명하고, 이를 토대로 탈서구중심적 페미니즘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한국의 인문학․사회과학 분야 대부분에서 그렇듯이,
여성학 영역에서도 ‘지구적 여성운동’, ‘페미니스트 패러다임’의 이름으
로 서구 페미니스트들이 주도하는 어젠다, 서구 페미니스트의 연구 관심
을 추종하고 급기야 ‘서구 여성해방론의 수입상’ 역할에 머물고 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여성학자/운동가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제기되어 나왔다(1985; 조한혜정1998; 김은실 2000; 허성우 2007).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페미니스트 문제의식이나 대안은 여전히 서
자유민주주의의 ‘여성 차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재고: 탈서구중심주의적 대안을 위한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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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서구중심적 한계 또한 적잖이
드러내고 있다. 이는 애초에 페미니즘의 인식틀이나 지식 체계가 서구에
서 발전하여 전파되었고 또 국내 연구 역사 및 역량이 아직 두텁지 않은
탓에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서구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서구 여성의 경험이 토대가 된 여성 억압에 대한 이해와
여성 해방의 구상을 마치 보편적인 여성 억압, 보편적인 여성 해방 이론/
실천인 듯이 간주하고 제시해온 페미니즘 자체의 서구중심주의 경향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이 연구는 바로 그런 페미니즘 내부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그리하여 페미니즘이 진정한 의미에서 새로운
상상력과 창조적 지성의 원천이자 진정한 해방적 기능에 복무하는 것일
수 있도록 하는 한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이 연구는 오늘날 지배적인 형태로 자리잡은 자유민주주
의와 여성 차별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그동안 서구의 많은 페미니스트들
에 의해 지배적인 민주주의 제도 및 관습에 내재된 자유주의적 가정이나
가치가 어떻게 여성 배제적으로 작용하는지에 관한 논의가 제기된 바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민주화 이후 자유민주주의가 공고화되어감에
따라 페미니스트 시각에서 그런 민주주의 이론 및 실천을 비판 또는
보완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살펴보게 되겠지만,
민주주의를 주제로 하는 국내 페미니스트 논의들은 자유주의적 가정이
나 가치에 대한 서구 페미니스트 학자들의 문제제기를 대부분 공유한다.
한국이 서구 사회의 영향력 하에, 서구 사회를 모델로 한 민주화에 도달
한 만큼 문제 자체가 서구의 경우와 유사할 수 있고, 따라서 문제를
포착하는 인식틀 역시 유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화에 이르는
역사적 과정과 조건 또 저변의 사상적, 문화적 배경이 서구와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평 작업은
서구의 관련 논의를 비판적, 발전적으로 넘어설 수 있어야 하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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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GHTOPIA: The Journal of Social Paradigm Studies
생각된다. 이런 맥락에서 이 연구는 서구 민주주의 사회에 구조화된
자유주의 원리의 여성 배제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페미니스트 논의를
살펴본 후 그런 문제제기가 국내 연구들에서 어떻게 공유되는지 검토하
고, 나아가 기존 논의의 서구중심적 편향을 넘어 한국 민주주의의 여성
차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적 논의의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Ⅱ. 자유주의적 여성 차별에 대한 서구
페미니스트 비판
현대 민주주의 이론과 실천을 압도적으로 규정하는 자유주의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이 제기하는 비판은 크게 두 가지 점에 집중되는데, 하나는
‘보편적/추상적 개인’에 관한 가정이고 다른 하나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간의 구별이다. 우선 첫 번째 비판에 주목해보자. 재거(Alison Jaggar)
가 자유주의적 개인주의는 돌봄의 관계를 이해할 수 없는 남성적 시각에
기초하고 있다고 주장((Jaggar 1983)한 이래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보편적
/추상적 개인’에 관한 자유주의적 가정이 여성의 차별과 종속을 은폐하고
나아가 강화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해왔다고 지적한다. 페미니스트
시각에서 볼 때, 자유민주주의가 시민으로 상정하는 ‘개인’은 남성 가장
에 다름 아니고, 이른바 ‘보편적 권리’로서의 시민권에 관한 모든 요구도
남성을 기준으로 성립된 것에 불과하다(Phillps 1992, 11, 19-20). 이런
주장을, 예컨대 페이트만(Carole Pateman)은 자유민주주의의 사상적 토대
라고 할 수 있는 사회계약론을 분석함으로써 뒷받침한다. 그녀는 근대적
시민사회와 정치적 권리의 기원을 원초적 계약(original contract)으로 설명
하는 계약론자들이 성적 계약(sexual contract)과 성 권리(sex-right)의 문제
자유민주주의의 ‘여성 차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재고: 탈서구중심주의적 대안을 위한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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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3) 그녀에 따르면, 로크를 필두로 한 고전적
계약론자들이 고전적 가부장주의자들에 맞서 “정치적 권력과 아버지의
권력은 서로 다른 기초와 목적을 갖기에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동의와 협정을 새로운 정치사회의 기초로 제시했을 때, 그들은 ‘아버지의
권리’에 대해 공격했을 뿐 원초적인 ‘가부장적 권리’ 자체에 도전하려
하지는 않았다(페이트만 2001, 130, 19; Pateman 1989, 213). 하지만 아버지
의 권리는 가부장적 권력의 한 차원일 뿐 가부장적 권력이 오로지 아버지
의 권리로부터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로서의 남성의 권력은
그가 한 여성(아내)에 대한 한 남성(남편)의 가부장적 권리를 행사한
이후에 도래한다.”(페이트만 2001, 18-19)
페이트만은 성적 계약에 대한 고려를 생략한 사회계약론이 남성의
성 권리를 근대의 계약적 형태로 전환시키고, 그럼으로써 근대적 형태의
가부장제, 곧 형제적 가부장제를 성립시켰다고 주장한다. 계약론자들의
논의에서 여성은 남성이 그들의 자연적 자유를 시민적 자유로 바꾸는
원초적 계약에 참여하지 않는다.4)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자연상태에 남겨지지 않고 시민사회 내로 들어온다.5) 즉 근대 시민사회
에서 여성은 ‘인간(men)’으로서의 남성에 혹은 형제로서의 남성에 예속되
는 존재로 등장한다는 것이다(페이트만 2001, 22).6) 로크의 고전적 계약
3) 페이트만은 실제로 최초의 계약은 ‘성적인 사회계약’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녀가
말하는 성 권리란 남성이 여성에 대하여 행사하는 권력으로서의 정치적 권리를
뜻한다(페이트만 2001, 16).
4) 홉스, 로크 등 고전적 계약론자들의 논의를 검토하면서 페이트만은 그들이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자연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밝힌다. 이로써 자연상태에서의
성적 차이는 계약 후 남녀 간의 정치적 차별을 자연스럽게 정당화하게 된다. 페이트
만(2001), 특히 4장 참조.
5) 정확히 말하자면, 시민사회의 일부분이지만 ‘시민적’ 영역과는 분리된 ‘사적 영역’에
편입된 존재로 시민사회에 들어온다는 것이 페이트만의 설명이다(페이트만 2001,
28-29).
6) 페이트만이 보기에 자유민주주의의 성립, 곧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의 제도화와
보통선거권 체제의 확립’이 초래한 가장 중요한 결과 가운데 하나는 형식적인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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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GHTOPIA: The Journal of Social Paradigm Studies
론에서부터 롤즈(John Rawls)식의 현대적 계약론에 이르기까지, 계약에
참가하는 ‘본성적으로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이 사실상 모두 동일한
성이라는 사실을 결코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계약론자들은
남성적인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 페이트만의 지적이다(페
이트만 2001, 70). ‘보편적 인간’ 내지 ‘추상적 개인’의 가정을 받아들인
자유민주주의가 여성 배제적으로 작동한다는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은
이러한 맥락에서 제기된다. 여성의 지위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강조되는 추상적 개인주의는 인간의 필요와 관심에 대한 단일한(곧 남성
적인) 개념을 부여하고, 이는 그러한 지배적 규범에서 벗어난 집단에
속한 이들(이를테면 여성들)을 주변화시킨다는 것이다(Phillips, 1993).7)
게다가 이러한 가운데 자유민주주의가 신성시하는 ‘개인들 간의 자유로
운 계약’은 그 자체로 여성억압적이다. 그것은 개인들이 맺은 계약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한 정당하게 불평할 수
없음을 함축하는데, 성적 차이가 ‘개인’이라는 추상적 범주 속에 은폐된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로운 계약’의 논리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를 강화하며 자유로운 계약의 이름으로 가부장적인 사회질서를 지
속적으로 정당화한다.8) 요컨대 페미니스트적 관점에서 볼 때, ‘보편적/추
상적 개인’의 가정에 기반한 자유민주주의는 남성의 권리와 이익이 배타
적으로 실현되는 반면 여성의 경험과 목소리는 주변화되는 가부장적
권력체계인 것이다.
적 평등과 여성들의 사회적 종속—여기에는 결혼제도의 가부장적 구조 내에서
발생하는 여성들의 아내로서의 종속이 포함된다—이다(Pateman 1989, 214).
7) 영(Iris M. Young) 또한 불편부당하고 보편적인 시각에 대한 자유주의적 호소가
이미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한 남성 집단의 지배를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하며
초월에 대한 강조 역시 사회 주변으로 몰려난 자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데 기여할
뿐이라고 비판한다(Young, 1987).
8) 페이트만은 그녀의 책 성적 계약에서 매춘과 대리모 계약의 예를 분석함으로써
이 점을 밝히고 있다. 페이트만(2001), 특히 7장을 참조할 것.
자유민주주의의 ‘여성 차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재고: 탈서구중심주의적 대안을 위한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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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의 공․사 영역 구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도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진행된다. 사실 자유주의에서 공․사 영역의 구분은 ‘보편적
인간’ 내지 ‘추상적 개인’에 대한 가정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그러므
로 전자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은 후자에 대한 비판과 맞물린다. 인간
사회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으로 구분될 수 있으며, 자유로운 사회에서
라면 정치는 후자의 영역에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은 자유주의
사상에 있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공적 영역은 모든 성인들이
인종, 계급, 성, 종교 등의 차이에 상관없이 법 앞에 평등한 시민으로
대우받는 영역이다. 반면에 사적 영역은 다양한 개인적 차이, 특징, 이해
관계가 공존하고 서로 갈등하며 경쟁하는 영역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바로 이 공․사 이분법이 여성을 공식적인 정치의
영역으로부터 배제하는 동시에 가정에서 여성의 억압을 은폐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라고 본다. 다시 페이트만에로 돌아가 보자.
원초적 계약이 체결되면, 관련된 이분법—자연적인 조건에서의 성적 차이와
정치적 차이의 질서를 반영하는 이분법—이 사적 영역과 시민적, 공적 영역
간에 생겨난다. 여성들은 원초적 계약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자연상태—성적
계약의 목적을 완수하지 못하게 하는—에 남겨지지 않는다. 여성들은 시민사
회에 있고 동시에 있지 않은 한 영역으로 통합되었다. 사적 영역은 시민사회의
일부분이지만 Â시민적Ê 영역으로부터 분리되었다. 사적/공적이라는 이율배반
은 자연적/시민적 그리고 여성/남성의 또 다른 표현이다. 사적인, 여성다운
영역(자연적인)과 공적인, 남성다운 영역(시민적인)은 대립되지만 상대방을
통하여 의미를 획득하고, 특히 공적인 삶을 통하여 구현되는 시민적 자유는
사적 영역을 특징짓는 자연적인 복종이 있어야 획득될 수 있다. 계약의 작성자
이자 자유로운 시민인 Â개인Ê은 사적 영역에서의 여성의 복종을 통하여 등장한
다(페이트만 2001, 28-29).
페이트만에 따르면, 원초적 계약의 결과 시민사회가 자연상태를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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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생겨나지만 계약론자들의 논의에서 관심의 초점은 시민적 자유와
평등, 시민법의 공적 세계로 모아지고, ‘시민적’ 이라는 용어는 쉽사리
공적 영역에 해당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공적 영역과 마찬가지로 사적
영역 역시 원초적 계약의 결과 발생하지만, 사회계약은 공적 영역과
연관해서만 이야기되고 사적 영역은 비정치적인 영역으로 취급된다.
더욱이 문제는 성적 계약과 결혼이 사적 영역에만 관련되는 것으로 이해
된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성적 계약과 결혼은 아무런 정치적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가부장제 자체가
공적 세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이트만은 남성적 모델에 근거하여 공적 영역의 보편적 개인을 가정하
고 여성은 사적 영역으로 추방한 계약론과 자유주의에서, 가부장적 권리
는 다름 아닌 시민사회를 통하여 확대되고 시민적 자유는 가부장적 권리
에 의존한다고 주장한다(페이트만 2001, 19).
나아가 자유주의 이론은 보편성, 객관성, 합리성 등과 같은 공적 영역
의 가치와 특질을 특수성, 주관성, 감성 등과 같은 사적 영역에서 발견되
는 가치 및 특질과 대비시키고, 전자를 후자에 비해 본래적으로 우월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은 그렇게 가정된
공적 영역의 보편적이고 객관적이며 합리적인 가치들이 전통적으로 남
성들과 결부된 것으로 여겨져 온 특질들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브라이슨(Valerie Bryson) 같은 비평가들은 공․사 이분법
이 성별화되어 있을 뿐더러 불평등하다고 주장한다(Bryson 1999). 왜냐하
면 남성들은 공적 영역의 규범이 그들의 성에 기초한 것이므로 공적
영역에서 자기 자신일 수 있지만, 여성들은 여성으로서의 그들의 정체성
을 포기함으로써만이 공적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 허용될 수 있기 때문이
다. 다시 말해, 만일 여성들이 공적 목소리를 얻고자 한다면 그들은 여성
으로서가 아니라 ‘남성처럼’ 말하도록 기대9)되는데, 이는 ‘여성적인’ 관
자유민주주의의 ‘여성 차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재고: 탈서구중심주의적 대안을 위한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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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이나 표현 방식은 공적 영역에서 열등하고 용납될 수 없는 것으로
취급되어 왔기 때문이다(Bryson 1999, 91).10) 요컨대 페미니스트들이 보
기에 자유주의의 공․사 영역 구분은 오래 지속되어온 성별 노동 분업과
맞물려 여성과 여성들의 관심을 공식적이고 제도적인 정치로부터 배제
하고, 그럼으로써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를 강화하는 데 기여해 왔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사적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 간에 존재하는 권력관계
나 여성들의 비공식적인 다양한 정치 활동이 쉽게 간과되도록 하는 역할
도 한다.
이렇듯 자유주의의 추상적 개인주의와 공․사 영역 구분은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볼 때 여성 차별의 원인이자 기제다. 따라서 그에 대한 페미니
스트적 대안은 성적 차이를 인정하고 남성과는 다른 여성의 특수한 경험,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대표되는 민주주의, 공․사 영역 간에 그어져온
경계의 부당성과 자의성을 폭로하는 한편으로 두 영역 간의 긴밀한 상호
의존성을 포착하고 그 경계의 재편을 끊임없이 도모하는 민주주의의
형태로 모색된다.11) ‘차이의 정치’에 대한 요구나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9) 페이트만은 이를 ‘을스톤크래프트 딜레마(Wollstonecraft’s Dilemma)’로 표현하며 설
명한다(Pateman 1989, 195-204).
10) 브라이슨에 따르면, 실천적인 수준에서 그 결과는 남성과 관련된 특질과 경험들,
예컨대 호전적인 논쟁 스타일과 노동조합이나 기업 혹은 군대 경험 같은 것들이
정치적 자산으로 여겨지고, 여성과 연관된 특질과 경험들, 예컨대 달램의 기술이
나 놀이집단을 만들고 가정을 꾸리는 것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이게 되어온
것이다.
11) 대표적으로 필립스(A. Phillips 1993)의 ‘자유민주주의의 민주화’나 영(I. Young 2000)
의 ‘포괄적 민주주의(Inclusive Democracy)’에 대한 논의를 참조할 수 있다. 한편
이선미(2006, 239)는 민주주의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과 대안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결국 여성주의적 문제의식은 ‘포섭과 배제’, ‘차이와 평등’의 문제
를 민주주의 이론과 실천이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것으로 보다 일반화될 수
있다. 근대 민주주의에 대한 여성주의적 비판은 배제의 근거로서의 차이와 민주주
의 원리로서의 포섭간의 내재적 모순관계를 밝히며, 여성을 비롯한 소외된 집단의
포섭을 가능하게 하는 대안적 민주주의 이론과 실천들을 모색하는 데 목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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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GHTOPIA: The Journal of Social Paradigm Studies
것’이라는 주장 등도 자유민주주의의 여성 억압적 측면에 도전하는 맥락
에서 제기되었다. 이러한 페미니스트 비판과 그로부터 도출되는 페미니
스트 민주주의 이론은 여성에 대한 일종의 본질주의적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Mouffe 1992), 지배적으로 작동하는 민주주
의에 내재한 여성 차별적 가정과 원리를 밝힘으로써 민주주의의 문제
영역과 대안의 구상에 새롭게 접근하도록 하는 긍정적 기여를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리고 성별 노동 분업 구조의 문제를 민주주의의
문제로 제기하거나 돌봄 활동의 사회적 책임과 정치적 의미를 강조하는
페미니스트 입장은 보다 민주적인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모든 사회에서
고민해보아야 할 지점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 장에서 살펴본 자유주의
적 여성 차별에 대한 서구 페미니스트 비판은 서구의 특수한 경험과
맥락을 보편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중심주의 경향 또한 분명하게 드러내
고 있다. 이 문제는 IV장에서 검토하기로 하고, 우선 다음 장에서는 민주
주의를 주제로 다루는 국내 페미니스트 논의들에 여성 배제적인 자유주
의 가정에 대한 비판이 어떻게 공유되고 있는지 비판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Ⅲ. 한국의 민주주의와 페미니스트 문제의식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근대적 정부를 갈등과 혼란 속에 탄생시키
고, 그 후로 다시 자유민주주의를 향한 길고 험난한 민주화 과정을 치러
내야 했던 한국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는 가장 민감한 정치적 관심사
가운데 하나였다. 민주화 이후에도 그것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오늘 우리가 제대로 살고 있는지에 대해 말할 때, 과거
자유민주주의의 ‘여성 차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재고: 탈서구중심주의적 대안을 위한 시론
79
사를 반성할 때, 또 장차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 지를 고민하고 전망할
때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중요한 준거이다. 그런가 하면, 페미니즘의
이론적․실천적 역량은 그것이 국내에 도입되어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
한 짧은 역사에 비추어 볼 때 놀랄 만한 속도와 깊이로 성과를 내고
있다. 성폭력이나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뒤흔들고, ‘성 주류화
(gender mainstreaming)’의 실천을 이끌어내며, 호주제 폐지와 여성정치할
당제 같은 중요한 정책들을 관철시키는 등 불과 이십년 남짓한 기간
동안 한국의 페미니스트 영역은 치열하게 성장하며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렇듯 한국 사회에서 관심과 논쟁의 핵심 대상
인 자유민주주의와 페미니즘이, 서로간의 긴밀한 관계와 또 그 필요성에
도 불구하고, 대면할 기회를 좀처럼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논하는 자리에서도 그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는
자리에서도 젠더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변화가 고려되
는 경우란 극히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그간 축적되어온 여성학 연구
성과의 두께를 감안할 때 페미니즘의 분석틀로 한국 민주주의를 검토하
는 논의 역시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실을 허성우(2007, 187)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한국 페미니즘과 민주주의 간의 관계를 구체적
으로 알 수 있는 문헌은 극히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 사회과학에서 민주
주의 연구는 최근 들어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러나 이 민주주의 연구에는
젠더가 거의 고려되지 않고 있다. 한편 1990년대 이래 한국 여성학 연구
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으며 최근 그 영역을 현저히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연구에서는 민주주의가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젠더 없는 민주주의와 민주주의 없는 젠더는 한국 민주주의와 젠더 정치
학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젠더 없는 민주주의와 민주주의 없는 젠더’는 분석을 요하는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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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GHTOPIA: The Journal of Social Paradigm Studies
문제이다. ‘젠더 없는 민주주의’는 그 자체가 남성중심적인 한국 민주주
의의 담론적․실천적 지형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
의 목적상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일단 접어두고, ‘민주주의 없는 젠더’에
주목해보면 페미니즘에 내재해 있는 서구의 영향력을 읽을 수 있다.
페미니스트 시각에서 민주주의를 주제로 다룬 얼마 되지 않는 국내 연구
성과들은 대부분 서구 페미니스트 학자들의 논의를 소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12) 젠더의 문제의식에 입각한 민주주의 비판과 페미
니스트 관점에서 모색된 대안들이 전혀 낯설기만 한 한국 정치학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서구의 페미니스트 이론을 도입하여 검토하고 적용을
모색해보는 작업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
의의를 인정한 상태에서, 이 장의 논의는 국내 페미니즘 연구가 한 단계
더 발전하고 나아가 국제적인 논의에 기여하는 것이 되도록 하기 위해
‘서구중심주의’를 잣대로 하여 그간의 연구 성과 가운데 일부를 반성적으
로 살펴보고자 한다.
페미니스트 시각에서 민주주의에 접근하는 일련의 연구들은 모두 앞
장에서 살펴본 바 있는 여성 배제적인 자유주의 원리에 대한 서구 페미니
스트 비평의 핵심, 곧 ‘보편적/추상적 개인’의 가정과 공․사 영역 구분의
문제점을 기본적인 논의의 틀로 삼는다는 점에서 공통된 모습을 보인다.
예컨대 민주주의 이론과 정치의 ‘남성화’ 현실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는 황영주(1999, 102-103)는 자유민주주의의 시민권이 남녀 모두에
게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것도, 성적 중립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라
12) 황영주(1999), 장미경(1999&2001), 황정미(1999), 박의경(2004), 이선미(2006), 허성
우(2007) 등을 참조. 이 가운데 박의경(2004)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페미니스트적
비판에 입각하여 호주제 폐지를 ‘자유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견지에서 옹호하고,
허성우(2007)는 페미니스트 민주주의 이론에 대한 개괄을 토대로 민주화 이후
진보여성운동의 민주주의관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방식
으로 한국의 현실을 문제 영역으로 삼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여성 차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재고: 탈서구중심주의적 대안을 위한 시론
81
고 지적하면서, 그런 “시민권에서 상정하는 자유로운 개인은 이미 인식
론적으로 남성에 국한”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그의 주장은 “여성은
자연적으로 합리성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에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의
위치로부터 제외되어 있으며, 따라서 정치적 삶에 부적합한 존재”로
간주된다는 페이트만 등의 지적에 근거하고 있다(103). 또한 그는 근대
정치에서 ‘주권’이 공․사 영역의 구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강조하면
서 주권 개념의 생성, 확장 과정이 성차별적인 공․사 영역의 분리를 초래
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공적 영역은 흔히 남성의 특질로 간주되는
이성의 영역이요 사적 영역은 감정과 느낌을 인정하는 영역으로 나뉜다
는 설명 또한 서구 페미니스트 학자들의 논의와 차이가 없다.
황영주의 이 연구는 근대 정치, 민주주의 및 근대 국가의 분석을 통해
현존하는 정치적 과정에 남성성과 남성적 정체성이 투영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런 정치적 과정이 곧 성 차별적 과정임을 밝히겠다는
목적을 제시한다(109). 하지만 논의 전체에서 그 “현존하는 정치적 과정”
이나 “민주주의”가 실상 ‘서구의’ 현존하는 정치 과정이요 ‘서구적’ 민주
주의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합리
성, 자율성, 불편부당성 등 공적 영역을 대표하는 남성적 특징이 보편적
인 근대 남성 일반의 특징이 아니라 서구/백인 남성의 특징을 상징하는
것일 뿐이라는 점이 묵과되고 있으며, 성차별적인 공․사 영역의 분리로
귀결되었다는 주권 개념의 형성, 확산 과정 역시 특정한 서구 근대 역사
에 불과한 것임에도 마치 근대 일반의 과정인 양 서술되어 있다. 근대
사회가 구성되는 과정에서 이 세상의 유일한 ‘인간’이 ‘백인 남성’의 관점
을 배타적으로 반영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여성(과 식민지 경험을 가진
국가)들은 바로 백인 남성의 타자 개념에서 중요한 조정 및 통제의 대상
으로의 타인의 위치로만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결론에 이르러
언급되지만, 정작 논의 과정에서는 ‘공적 영역=이성․보편성=남성’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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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GHTOPIA: The Journal of Social Paradigm Studies
‘사적 영역=감정․특수성=여성’의 이분법에만 초점이 맞춰질 뿐 ‘백인
남성에 의해 타자화된 식민지 남성’의 문제는 조명되지 않는다. 오리엔탈
리즘의 시선에서 ‘합리성, 자율성=서구’ 대 ‘감정성, 수동성=비서구’의
등식이 통용13)되고, 한국과 같은 비서구 사회에서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역시 합리적이고 자율적이며 불편부당한 ‘보편적 개인’의 특질을
획득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문제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결핍은 아쉬움이 있다.
민주주의가, 특히 여성과 관련하여, 현실적으로 어떤 선택과 배제의
기제를 갖고 있는지를 고찰한다는 목적을 밝힌 황정미의 연구(1999)
또한 ‘공․사 분리의 문제’에 압도적으로 초점을 맞추면서, 페이트만의
논의에 입각해 시민사회 대 가족의 구분이 남성의 이성 대 여성의 신체
간의 구분이기도 할 뿐더러 공적인 정치가 “여성과 여성이 상징하는
무질서, 출산 능력에 대립되는 것으로 개념화”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녀
의 고찰이 잘 보여주고 있듯이, 자유주의적인 공․사 구분의 여성 배제적
성격에 대한 페이트만의 통찰은 로크에서 프로이드로 이어지는 서구
지성사의 맥락을 토대로 한다. 그러므로 페이트만이 비판하는 ‘보편적이
고 추상적인 개인=남성’의 등식에서 ‘남성’은 어디까지나 ‘서구 남성’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페이트만의 논의에서 ‘남성’ 앞에 ‘서구’가 생략됨으
로써 마치 ‘보편적 남성’인 듯이 과장될 소지가 있으며, 그녀의 논의를
근거로 활용함에 있어 황정미의 연구 또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황정미의 이 연구는 ‘후발 국가의 민주주의’가 서구 선진국에서의 그것
과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고, 나아가 서구와는 다른 한국의 근대 국가
형성 및 근대화 과정에 주목한다. 이를테면 그녀는 “해방 이후 한국
13) 이런 맥락에서 강정인(2004)은 가부장주의의 이항 대립이 서구중심주의의 이항
대립과 평행을 이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여성 차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재고: 탈서구중심주의적 대안을 위한 시론
83
국가는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하고 신민법을 통해 여성의 재산권 등
법적 권리를 체계화하였고, 지속적으로 여성의 계몽을 위한 교육의 확산,
산아제한, 가사의 과학화 등을 보급해왔다. 그러나 동시에 국가는 전통적
인 공․사 분리를 전제하는 현모양처상을 현대적인 주부의 이미지와 중첩
시킴으로써 여성의 생존과 규범이 가족에 더욱 밀착되게끔 만들었다”고
언급하면서, 한국과 같은 후발 국가의 경우에는 권위주의 정권의 성립,
발전과 이후의 민주화 과정 모두가 젠더 정치의 시각에서 주목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117). 그러나 “여성의 배제 및 여성에 대한 특정한 해석”
이 이루어지는 한국 사회 특유의 맥락에 대한 그러한 주목이 서구 페미니
즘의 ‘공․사 구분’ 설정이나 ‘보편성=남성성 대 특수성=여성성의 사고틀’
을 한국의 근대화 과정 및 민주주의에 그대로 도입하는 데 대한 문제의식
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한국의 국가가 “전통적인 공․사 분리를
전제하는 현모양처상을 현대적인 주부의 이미지와 중첩시킴으로써 여
성의 생존과 규범이 가족에 더욱 밀착되게끔 만들었다”고 지적하지만,
이때 ‘전통적인 공․사 분리’가 무엇이며, 또 그것은 서구 페미니스트들이
문제 삼는 자유민주주의적 공․사 분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혹은 별
차이가 없는 것인지) 논의를 발전시키지 않는다. 필자 자신도 지적하고
있듯이, 한국의 “구체적인 역사과정 속에서 젠더 구조의 형성을 추적하
고 규명하는 작업”이 수반될 때, 전통적인 공․사 분리가 근대화 및 민주화
과정에서 변형되거나 강화되며 여성 억압적으로 작용하는 특유의 맥락
이 조명될 때, ‘한국의 여성과 민주주의’, ‘한국 민주주의와 페미니스트
정치’의 문제가 보다 선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가 젠더중립적인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하는 이선미의 연
구(2006) 또한 민주주의의 문제를 공․사 영역 구분과 연결시키는 서구
페미니즘의 시각을 별다른 비판적 검토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 논의를
진행한다. 즉 여기서 ‘민주주의’는 ‘(서구)민주주의’이며, ‘시민권’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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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GHTOPIA: The Journal of Social Paradigm Studies
문제 제기 역시 한국 사회에서 시민권의 발생이 서구의 경우와 갖는
차이에 대한 고려 없이 이루어짐으로써 결국 서구적인 시민권을 대상으
로 한 것임을 짐작케 한다. 그러다 보니 ‘공적 영역=남성성, 사적 영역=
여성성’이라는 서구 페미니스트 등식이 논의 전체에서 일반화되고 있으
며, 합리성, 이성, 객관성, 중립성 등으로 요약되는 공적 영역(=남성성)
의 특질이 사실상 대단히 서구 편향적으로 규정된 것이라는 점 또한
간과된다.
이 논문은 궁극적으로 “개인들의 관계를 조직화하는 다양한 방식을
인정하고, 차이들의 교차성과 그에 따른 구체적인 불평등 경험의 다양성
을 고려”하는 ‘새로운 민주주의’를 구상하면서, 그를 위해 페미니즘이
기여하는 바를 찾는다. 그 과정에서 “여성주의는 ‘남성 시민’ 뒤에 숨어
있는 잘못된 보편주의를 지적하는 것뿐 아니라 단일한 여성 범주라는
잘못된 보편주의 역시 극복하고자 한다”고 소개하며, 여성들 간의 차이
와 여성 억압의 다양한 형태를 드러내는 데 흑인 여성주의가 끼친 영향을
언급한다. 하지만 이때 여성주의가 지적하는 “‘남성 시민’ 뒤에 숨어
있는 잘못된 보편주의”란 여성이 배제되었다는 차원에서다. 거기서 ‘보
편적 시민=남성’이 배타적으로 서구 남성만을 모델로 한 것이라는 사실
은 여전히 거론되지 않는다. 비서구 사회의 페미니스트 문제의식은 “단
일한 여성 범주라는 잘못된 보편주의를 극복”하려 할 뿐 아니라 지극히
서구중심적인 ‘단일한 남성 범주’ 역시 포착해내고 극복하고자 시도해야
할 것이다.
한편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에서 자유주의적․개혁주의적 젠더정치학
의 성과와 한계를 고찰한 허성우(2007)는 한국 진보여성운동의 젠더정치
학이 남성중심적 공․사 분리에 기초한 국가의 공적 제도 중심의 정치에
몰두해왔다는 점을 근본적인 한계로 지적한다. “여연의 활동이 성폭력,
가정폭력, 보육, 가족 지원, 보살핌 노동 등의 사적 이슈를 사회적 공적
자유민주주의의 ‘여성 차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재고: 탈서구중심주의적 대안을 위한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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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으로 만들고 이를 정책화한 점에서 공사 영역의 경계를 허물게 한
측면이 있”음을 인정하지만, “치열한 저항 공간인 여성의 몸과 개인들의
일상 영역이 갖는 중요한 정치적 의미”가 국가나 의회, 정당, 선거 같은
“거대한 공적 정치 공간들에 대한 강조 안에서 함몰”되어 왔다는 점을
문제 삼는 것이다. 이 연구는 여연을 중심으로 한 진보여성운동의 민주주
의관을 역사적으로 추적하여 보여줌으로써 한국의 여성(운동)과 민주주
의의 관계를 그려볼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 구분의 사고틀 자체가 갖는 서구중심주의 경향에 대한 문제의식이
동반되지 않은 채 한국의 진보여성운동에 대한 비판이 서구 페미니스트
논의 지형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뿐만 아니라 황정미
(1999)가 지적한 대로, “제도적, 정책적 개선들은 여성 대중들의 현실에
기반한 생활세계적 관심에 부응하는 것이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아름다운 법과 정책들은 탁상공론이 되거나 서랍 속에서 잠자게 될 것”
이라고 한다면, ‘여성의 몸’이 갖는 정치적 의미가 공적 정치에 대한
강조 안에서 함몰된다고 비판하기 전에 그것이 현재 한국 “여성 대중들
의 현실에 기반한 생활세계적 관심에 부응하는” 의제인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페미니스트 시각에서 민주주의를 주제로
다루는 국내 연구들은 민주주의에 구조화된 자유주의 원리의 여성 억압
적 성격에 대한 서구 페미니스트 논의 구도를 거의 그대로 가져온다.
‘보편적 개인’이 ‘남성’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나 공․사 영역의 구분을
여성 배제의 핵심적인 장치로 간주하는 시각이 한결같이 등장하고 있으
며, 그것은 한국 사회를 논의 대상으로 할 경우에도 여전히 분석의 토대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의미나 내용이 서구의
경우와 다를 수 있으며 그 경계 또한 상이하게 설정될 수 있다는 문제는
고려되지 않는다. 합리성, 객관성, 자율성, 불편부당성 등을 특질로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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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GHTOPIA: The Journal of Social Paradigm Studies
‘보편적 개인’이 ‘서구 남성’의 이미지에 불과한 것으로서, 한국 여성에게
‘보편적 개인’의 장벽은 서구 여성에 비해 좀 더 가혹하다는 점 역시
간과되고 있다.
Ⅳ. ‘여성 차별’의 한국적 맥락:
대안적 논의의 가능성
근대 민주주의 국가 수립의 과정이 반제 독립투쟁 과정과 맞물렸던
한국의 역사적 상황에서 비롯된 한국 자유민주주의의 몇 가지 특성14)
가운데 이 논문의 주제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것이 자유롭고 평등한
‘보편적 개인’보다 ‘민족’ 또는 ‘국민’에 강조의 우선순위가 주어져왔다는
점이다. 근대 자유주의의 ‘보편적 개인’에 대한 가정은, 로크에서 단적으
로 드러나듯이, 정치권력과 부권을 구분하는 데서 출발했고, 앞서 살펴본
대로 페이트만은 이런 구분에서부터 ‘보편적 개인’ 가정의 남성중심성을
읽어낸다. 하지만 식민지 조선에서 근대적 정치권력을 창출하는 문제는
부권보다는 제국주의 권력과의 대비를 통해 부각되었고, 따라서 근대적
공적 영역을 구성하는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에 대한 논의 역시 발전하
기 어려웠다. 독립 후의 근대 국가 구상을 밝힌 임시정부 헌법에서 이미
“대한민국의 인민은 남녀귀천과 빈부의 계급 차이가 없고 일절 평등”하
다는 원칙이 천명되었지만, 이는 당대 맥락에서 볼 때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 인민들 각인 사이에 어떤 차별도 없다는 점, 곧 주권자로서의 평등
을 강조하는 것이었을 뿐 자유롭고 합리적이며 자율적인 개인 주체와
그들 간의 평등한 관계에 대한 논의가 성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식민지
14) 이와 관련한 상세한 논의는 문지영(2011)을 참조.
자유민주주의의 ‘여성 차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재고: 탈서구중심주의적 대안을 위한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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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서 ‘개인의 자유’에 관심을 두는 것은 제국주의와 공모하거나 적어
도 그것을 묵인하는 ‘얼치기 자유주의자’로 낙인찍히기 십상이었으며(김
동춘 2000, 249).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선언한 3․1독
립선언서가 대변하듯이, 자유는 ‘민족’의 자유로써 호소력을 가졌다.
일제에 대항하는 독립투쟁의 구심 세력이었던 ‘민족’이 ‘자유롭고 평등
한 개인’들의 공동체였다고 보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요15),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통해 마침내 등장한 근대적 ‘국민’ 역시 그런 개인들 간의 관계로
이해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정부 수립 초기 국시이자
대통령 이승만의 통치 이념으로 널리 선전된 ‘일민주의’나 박정희 정권의
‘한국적 민주주의’가 극적으로 보여주듯이, 민주화 이전 시기 공식적인
지배 담론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 및 그런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흔히 불온하고 위험한 것으로 간주되었으며, 지배 세력이 이상화한 ‘일
민’이나 ‘총화단결한 국민’은 삼강오륜의 전통 윤리 혹은 도의를 기반으
로 하는 일종의 가족공동체였다.16) 요컨대 적어도 문민정부가 출범하기
이전까지 한국 사회에서 ‘보편적 개인’을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유권자’
를 뜻하는 선에서 그러할 뿐 자유주의적 개인주의가 발전하게 되는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일종의 가족공동체 성격을 갖는 ‘민족/국민’을 중심으로 등장하
는 공적 영역은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으로 구성되는 공적 영역과 차이
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그때의 공적 영역은 사적 영역과 구분
하기가 상당히 어려우며, 오히려 사적 영역의 가치와 규범을 확장한
15) 특히 반제국주의적 민족 담론 및 민족주의의 가부장성, 남성중심성에 대한 비판적
논의로는 윤택림(1994), 일레인 김․최정무 편(2001), 정현백(2003), 김경일(2004),
태혜숙(2004) 등을 참조.
16) 1970년대까지 반독재 민주화 운동의 주체로 불렸던 ‘민중’의 경우 ‘일민’이나 ‘총화
단결한 국민’처럼 전통적 유대에 기초한 가족공동체의 성격을 갖는 것은 아니지
만, 개인주의적 토대가 약하다는 특성은 일정 부분 공유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관한 상세한 논의는 문지영(201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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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로 스스로를 지지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박원재(2003&2005)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구분이란 삶의 전일성을 추구하는 데 방해가
될 뿐 의미가 있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여기며 “사적 영역을 관통하
는 규범적 원리들은 무매개적으로 공적 영역의 규범 원리로 확장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 유가적 전통에서부터 비롯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 현실에서 공․사 영역의 혼재
는 대개 공적 영역의 사사화로 나타났다(강정인 2000). 즉 한국 사회에서
공적 영역은 오랫동안 합리성, 이성, 객관성, 중립성을 특징으로 하는
영역이라기보다 혈연 및 연고주의, 온정주의가 지배적인 영역이었으며,
그것에 기반한 정실 인사와 정경유착의 관행으로 곪은 영역이기도 했다.
이승만 정권 이래 반독재 민주화 운동이 폭넓은 지지를 얻은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그런 정치 행태였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으며,
민주화 이후에도 공적인 정치 행위가 사적 윤리의 잣대로 평가되거나
공적 영역이 기득권 세력에 의해 사사화되는 현상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17)
정부 출범 이래 최근까지 이어져온 이런 맥락을 염두에 두고 볼 때,
한국의 민주주의와 여성 차별의 문제를 서구 페미니스트 시각에 그대로
의지해서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우선 ‘보편적 개인=
남성=이성, 객관성, 자율성’의 등식은 한국 자유민주주의에 적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18) 민족주의/국가주의의 영향 하에 근대적 개인에
17)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줄곧 지적된 독재 정권의 부정부패와 특혜, 그로 인한
경제 질서의 왜곡은 결국 정치권력의 사사화에 대한 비판이었으며, 이명박 정부
시절 회자되곤 했던 이른바 ‘영포 라인’, ‘하이 서울 라인’도 그 최근의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8) 이와 관련하여 태혜숙(2004, 302)의 다음과 같은 지적을 주목할 만하다: “흔히
남성중심으로 정의되는 근대성의 타자로 이해되어온 여성성만 해도 근대성을
합리성과 이성의 추구로 보고 남성성과 동일시하는 데서 성립된 것이다. 한국의
식민지 근대에서 근대성은 오히려 ‘신여성’에게서 확연하게 드러나며, 식민지
자유민주주의의 ‘여성 차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재고: 탈서구중심주의적 대안을 위한 시론
89
대한 자각이 뒤늦었던 데다가 민주주의가 도입된 역사적 배경의 특성,
곧 서구 근대의 충격과 함께 전래되었고 주로 제도화의 문제에 강조점이
놓였던 경험 탓에 그런 개인에 대한 가정 자체가 대다수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것이었다. 자유민주주의가 상정하는 근대 정치적 주체의 특질을
확보하기란 한국의 남성에게도 용이한 일이 아니었고, 이는 공적 영역에
서 여전히 경험하게 되는 불평등을 수긍하게 하는 요인이 될 만했다.
권위주의 정치 문화, 비민주적인 정당 정치 행태, 학연과 지연을 중심으
로 한 위계적 의사소통 구조가 남성들끼리의 공적 영역에서도 오랫동안
관찰되어온 것이 그 단적인 예라 하겠다. 다른 한편, 서구 남성을 모델로
한 ‘보편적 개인’의 이미지는 한국 사회에서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억압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조혜정(1988, 250-251)이 지적하
고 있듯이,
최초의 근대화 과정에서 가족 부양을 책임지는 Â가장Ê으로서의 자부심은 한국
남성들로 하여금 조직에 순종하게 하여 궁극적으로 경제 구조를 안정시키는
주요한 토대가 되어 왔다. 그리고 현재의 Â남성다운 남성Ê의 표준형은 서구
영화에서 그려왔던 책임․결단․독립성․성취주의․힘, 그리고 합리성을 갖춘 인간
상에 매우 근접해 있다. 이는 전통 사회에서 내세운 문사적이고 균형 잡힌
인간상과는 크게 내용을 달리한다. 그리고 실제 전통 사회에서 배출해낸
Â이상적Ê 남성이란 한편으로는 명분주의적이고 이상주의적이면서 현실 생활
에서는 상당히 나약하고 상호의존적인 인간이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특수
한 인간 관계(정과 의리)를 매우 중시하는 사회성이 높은 남성이었음을 고려
할 때 현대적 Â남성다움Ê과 전통적 Â남성다움Ê 사이에는 연속성보다 단절성이
더 깊음을 알게 된다.
근대의 복잡한 모순들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 역시 노동, 경험, 계급,
교육에서 다양한 편차를 보이는 여성들이다. 이는 남성성=근대성의 공식이 역사
적으로 틀린, 최소한 편파적인 것임을, ‘근대’의 여성(성)이 근대성의 내부에서
구성되었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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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GHTOPIA: The Journal of Social Paradigm Studies
그녀에 따르면, 전통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한국 사회의 격변기, 특히
196년대 이후의 급속한 경제 성장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다수의 남성들은
“서구적 이미지에 맞는 남성다움을 상상함으로써, 또한 모든 여성적인
것을 부정함으로써, 남성다움을 추구하게 되고 이러한 신분적 정체감을
통한 남성다움의 추구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분리된 채 고정된 남성상을
낳게 되었다”(254). 자유민주주의가 상정하는 현대적(=서구적) ‘남성’과
전통적 ‘남성’ 간의 단절과 그런 단절을 메우기 위한 인위적인 노력은
오히려 “많은 남성들이 자신의 남성다움에 자신감을 잃는 결과”를 낳는
다(254). 그리고 이는 다시 여성에 대한 성적 학대와 폭력, 가부장적
지배의 강화라는 결과로 돌아온다.19)
‘보편적 개인=서구 남성’의 등식이 이처럼 한국의 남성들에게 공적
영역의 불평등을 용인하고 억압을 경험하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면, 하물
며 남존여비의 전통 하에 살아왔던 한국의 여성들에게 그것이 어떤 영향
을 끼쳤을지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 점은 공적 영역의 성격, 공․사
구분의 경계 및 그 기능이 서구 자유민주주의와 차이가 있는 한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더욱 분명하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유가적 전통에서 국가는 확대된 가족으로 이해되었으며, 그로
인한 가족주의적 성향 탓에 공․사 영역 간의 분리가 서구 자유민주주의의
경우와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박원재 2004, 66; 박원재 2005, 76).20)
19) 조혜정(1988, 255)은 서구적 ‘남성’과 전통적 ‘남성’ 간의 단절로 인해 남성들이
경험하는 정체성 형성에 있어서의 억압이 심각한 사회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하는 데, 특히 그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으로 ‘마치스모machismo’, 즉 “자신의
남성다움에 자신을 잃고 불안해진 남성들이 여성을 성적으로 정복하거나 폭력을
쓰거나 여자들이 하지 못(안)하는 무모한 짓을 함으로써 자신이 남자인 것을
과시․과장하고 수시로 확인해보는 행위”를 언급한다.
20) 박원재(2004, 66)는 국가라는 정치 공동체를 확대된 가족으로 보는 유가적 관점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가 “‘종법-봉건’이 가족을 지배하는 혈연적 질서와 정치적
영역을 지배하는 신분적 질서를 일치시키는 제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자유민주주의의 ‘여성 차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재고: 탈서구중심주의적 대안을 위한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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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공․사 영역 간에 차이가 인식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유가 전통에서 “공적 영역이란 리(理)를 담론하고 구현시킬
수 있는 곳을 의미”했으며, 그런 만큼 “밖으로는 정치적 심의 기구 역할을
하는 조정 내의 공론장으로부터, 안으로는 종법을 실현하기 위한 문중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한 공적 영역이 존재”했다(김미영 2005, 387).21) 그
런데 그런 다양한 공적 영역은 “단절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합리성의 담지자인 군자 및 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사승 관계에 의하여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었다(김미영 2005, 388). 다시 말해, 유가적 전통에
서 공적 영역은 상당한 식견이 뒷받침되고 동시에 정치적 지배력도 행사
할 수 있는 사(士) 이상의 계층이 일정한 위계질서를 형성하며 이루는
공간이었다. 그렇듯 남성들 사이에서도 높다란 진입 장벽이 군데군데
가로놓여 있던 유가 전통의 공적 영역은 여성들에게 있어서는 단순한
장벽 정도가 아니었다. “성리학적 이념 체계에서 여성은 공공성과 대립
되는 위치”에 던져졌으며, ‘양=남성, 음=여성’의 은유에 따라 부과된
특질이 그대로 여성과 남성의 역할로 고정된 탓에 사적인 존재로 간주되
는 “음인 여성은 공적인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존재론적으로
차단”되었던 것이다(김미영 2005, 388).22)
21) 이승환(2002)은 전통 시대 동양에서 ‘공’ 개념의 의미를 상세히 분석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에 따르면, 고대 동양 사회에서 ‘공’은 정치 권력 및 제도, 지배 기구로서의
의미, ‘공정성’․‘공평성’ 등 윤리원칙으로서의 의미, 정치체에 속한 다수의 이익
내지 의견으로서의 의미가 복합적으로 내포된 것이다: “‘지배 권력’이나 ‘지배
영역’을 뜻하던 공 개념은 점차 공정성․공평성과 같은 윤리적 의미로 확장되고,
나아가서는 ‘함께’ ‘더불어’ ‘공동’의 의미로 의미의 진화를 겪어 나갔다. 이처럼
전통 동양의 ‘공’ 개념에 내포된 세 가지 측면은 각기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면
서도, 서로 긴밀하게 연관관계를 유지하면서 총체적인 의미를 구성하고 있다.
즉, 동양의 ‘공’ 개념에는 <지배 권력은 공정(공평)하게 행사되어야 하며, 또한
모든 자격을 갖춘사람들이 더불어 참가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복합적인 의미가
간직되어 있는 것이다.”(이승환 2002, 54-5)
22) 허라금(2002)은 유학에서 ‘예’가 여성의 성 정체성을 구성하는 기제로서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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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GHTOPIA: The Journal of Social Paradigm Studies
유가적 전통에서 발견되는 공․사 영역의 경계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간의 이 같은 분명한 대비 위에 설정되었고, 따라서 그 구도나
역할 또한 특정하게 나타났다. 이 주제에 관한 다수의 선행 연구들에
따르면, 공적 영역이 사적 영역을 규율짓는 질서를 모델로 하며 공적
영역을 유지해나가는 데 필요한 중심적인 규범 원리들을 ‘가족’에 뿌리
둔 덕목들로부터 도출해내는 것이 성리학 이념 체계를 근간으로 하는
동아시아 사회의 일반적인 전통이다(조혜정 1988; 박원재 2003&2004;
이승환 2002). 사적 의무가 공적 의무보다 중시되고 ‘국(國)’보다는 ‘가(家)’
에 강조점이 놓이는 등 사적 영역 및 사적 영역의 가치가 더 중시되는
만큼 ‘사적 영역이 공적인 통치 영역을 압도’하고 ‘공적 영역의 독립성을
침해할 위험’이 존재하기도 했다(조혜정 1988; 박원재 2003).23) 하지만
공과 사가 상대적이며 연속적인 관계를 이루는 유가 전통24)에서는 기본
적으로 공적인 것, 공적 영역의 과잉이 특징적이다. ‘큰 범주 안에 있는
작은 범주’가 ‘사’고, ‘공’이란 그 ‘작은 범주들을 둘러싸고 있는 큰 범주’이
며, 전통 시대 성리학자들은 ‘작은 공’들이 더 큰 범위에 비추어보면
‘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음으로써 ‘더 큰 공’ 나아가서는 ‘무아지공
(無我之公)’에 도달하도록 하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할 때(이승환
2002, 62), ‘공적인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사적인 것’은 존재하기 어렵다.
비록 그때 공적 영역의 규범들이 가족 윤리를 바탕으로 한 것이고 ‘공공
23) 조혜정(1988)은 한국의 가부장제에 관한 연구에서, 조선 시대에 “공/사의 구분이
원칙적으로는 존재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 후대로 갈수록 실행의 면에서
상당히 불분명해져갔다… 즉 공적인 영역의 자율성이 표방된 대로 지켜지지 않았
으며 혈연적인 사적 요소가 늘 개입되어왔던 것이다. 즉, 조선 사회는 명분상으로
는 공적인 영역이 우위를 차지하는 사회나, 실제로는 사적인 영역이 공적인 통치
영역을 상당히 압도한 혈연적 가족주의 사회로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24) 이승환(2002, 58)은 조선 시대의 공사관이 지닌 주요한 특징을 ‘연속성’과 ‘상대성’
에서 찾는다: “조선시대의 공과 사는 확고하게 나뉘어진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항상 신축적으로 유동한다. 더 큰 범위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작은 범주는 ‘사’이고,
더 작은 범위에서 보았을 때 큰 범위는 ‘공’이 된다.”
자유민주주의의 ‘여성 차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재고: 탈서구중심주의적 대안을 위한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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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구현’이란 ‘가족적 질서 모델의 사회적 구현’에 다름 아닌 것(박원재
2003, 124)이었다고 하더라도, 사적 영역은 ‘작은 공’들로서 결국 모든
것이 공적 영역 안에 편입된다. 게다가 유학 특유의 완전주의 성향은
공적 영역의 역할을 압도적인 것으로 만든다. 정치를 ‘교화’, 즉 ‘도덕적으
로 개명한 통치자가 아직 몽매한 피통치자들을 계발시키는 계몽적 행위’
로 간주하는 유가적 전통에서는 사적 영역 곳곳에 대한 국가 권력의
간섭이 언제나 정당화된다(박원재 2005, 65).
문제는, 공․사 영역의 이런 전통적 성격이나 양자 간의 관계 혹은 경계
의 전근대적 특성이 자유민주주의의 제도화 과정에서 비판적으로 극복
되거나 발전적으로 지양되지 못한 채 전통 또는 관습의 이름으로 영향력
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대적 전환기를 거치는 가운데 전통적인
‘공’은 ‘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대체되거나 동일시되면서 국가주의
경향을 강화시키는 데 일조25)했고, ‘사적 의무’를 중시하는 입장은 가족
이기주의 내지 집단 이기주의로 변질되어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이승환 2002, 59, 61). 자유민주주의 헌법 체제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표방했지만, 한국 사회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
들로 구성되는 공적 영역’의 관념이 자리 잡게 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 아닌가 싶다. 요컨대 ‘개인’보다 ‘민족’과 ‘국가’, ‘민중’을 중심으로
공적 영역이 사유되고 또한 그런 공적 영역에서 장유유서나 부부유별
같은 전통적 가치관이 ‘고유의 미풍양속’으로 여전히 강조되어온 한국의
25) 이에 대해 이승환 (2005, 48)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반공과 성장 그리고 권위주
의로 요약될 수 있는 근대화 시기 남한의 정치 상황에서 ‘공’은 지배 권력에 의해
독점된 불가침의 성역이었다. 이 시기 남한의 정치 담론에서 ‘공’은 ‘국가’와 ‘민족’
또는 ‘국민 전체의 의사’와 동일시되어 ‘남한이라는 민족국가가 지향해야 할 지고
무상의 공동선’을 의미하였다. 반면에 전통적으로 ‘공’ 개념을 구성하던 또 다른
의미의 차원들, 즉 ‘다수의 합리적 의지’는 오히려 억압과 타도의 대상이 되었다.
군사정권은 전통의 ‘공’ 개념에 내포된 다양한 의미의 차원들을 은폐한 채, 오로지
국가 권력만을 ‘공’의 유일한 의미로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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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GHTOPIA: The Journal of Social Paradigm Studies
상황은 서구의 경험을 토대로 자유민주주의의 공․사 구분이나 여성 차별
의 문제를 다루는 서구 페미니스트 시각과는 좀 다른 접근을 요구한다.
일단 서구 페미니스트 논의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공적 영역은, 비록
‘남성중심성’이 문제이긴 하나, 합리성, 이성, 객관성, 중립성, 불편부당
성이 관철되는 단일한 영역으로 간주된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라는
주장은 사적 영역으로까지 민주주의적 문제 설정을 확장하고,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정치적인 것’의 경계, ‘공․사 영역의 경계’를 재편하려는 요구
이다. 이는 아무래도 공적 영역의 민주화에 대한 이론적, 실천적 논의가
어느 정도 진전된 서구의 역사적 맥락을 배경으로 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의 경우, 87년의 민주화 이전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화 이후에도
자유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작동, ‘민주주의의 민주화’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논의되고 있다. 공적 영역의 전근대성이 국가중심주의, 남성중
심주의와 중첩되면서 여성 억압의 구조를 한층 복잡하게 만드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한국의 페미니스트 비평은 공적인 것, 공적 영역에 대해서도
깊이 집중할 필요가 있다.26) 나아가 자유민주주의의 단일한 공적 영역을
가정하는 서구 페미니스트 논의는 오랜 반독재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공적 영역이 지배의 공간과 저항의 공간으로 분리되고, 또한 ‘조국 근대
화’라는 국가적 목표에 따라 여성들도 ‘산업 역군’으로 동원되었던 한국
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27) 한국 사회의 공적 영역에서 여성 차별․배
26) 이 점에서, “페미니즘은 지금까지 사적 영역에서 비롯되는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정치화하는 데 기여해왔지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 공적 영역과 정치 그 자체에
대해 페미니즘 관점에서 이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발전시킨 김희
정의 연구(2008)가 돋보인다.
27) 프레이저(N. Frazer 1992)나 캘훈(C. Calhoun 1997) 등 일단의 페미니스트들은 복수
의 공적 공간, 다수의 대항적 공적 영역을 포착하고 발전시키는 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앞서 언급한 김희정의 연구(2008)는 아렌트(H. Arendt)가 복수의
공적 영역과 더불어 전체를 아우르는 공동 세계에 대한 문제의식까지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공적 영역 및 공․사 영역의 구분에 관한 그녀의 논의에서
페미니스트 공적 영역 이론화의 근거를 찾고자 한다. 한편 ‘다중적 주체’의 구체화
자유민주주의의 ‘여성 차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재고: 탈서구중심주의적 대안을 위한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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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문제를 탐색하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웠으나 사실상 독재
가 자행되었던 지배 영역과 ‘반독재 민주화’의 이름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했던 저항 영역, 그리고 국가 주도의 산업화 현장이 모두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28)
서구적 근대화를 추구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받아들였지만, 국가와
그 구성원들의 관계를 확대된 가부장적 가족으로 이해하는 입장이 아직
사회 저변에 남아 있고 공적 영역의 정치 행위가 사적 영역을 특징짓는
덕목들에 의해 지지/비판되는 한국의 상황에서 여성 억압은 훨씬 복합적,
중층적으로 발생한다. 공적인 정치 행위 자체가 지극히 남성적인 일로
규정되는 문화 탓에 합리성, 객관성, 자율성 등 자유민주주의적 공적
영역에 부합하는 특징을 갖추고 있는가의 여부와 상관없이 여성이 공적
인 지배 공간에 제자리를 잡기란 매우 어려웠다. 어차피 합리성, 객관성,
자율성 등은 서구 남성의 특성을 상징하는 것이었고 전통적인 공적 영역
에서 요구되던 자질은 아니었기 때문에29), 이른바 ‘근대적 주체’로서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남녀가 마찬가지였으나, 유독 여성은 오랫
동안 그런 교육의 여부와 무관하게 ‘정치적 행위자’에 걸맞지 않는 것으
로 여겨져 왔다. 이런 시선은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저항 공간에서도
를 통해 탈식민주의의 대안을 모색하는 탈식민주의 페미니즘의 논의 또한 공적
영역의 다층성, 공적 저항 공간의 다원성 문제와 관련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에
관해 소개하는 국내 논의로 태혜숙(2000&2004), 고정갑희(2011)을 참조.
28) 특히 자본주의적 경제 발전 과정에서 한국의 여성이 경험한 억압과 배제, 착취
문제에 관해서는 조순경 엮음(2000) 제3, 4부와 한국여성연구원 편(2003)의 4장,
김원(2006) 등을 참조할 것.
29) 이와 관련하여 박원재(2005, 83)의 다음과 같은 언급을 참조할 것: “유학에서는
….. 이성이 아니라 감성의 영역에 더 주목한다. 이는 유학적 규범론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인의예지가 하나같이 ‘사단’이라 불리는 네 가지 선천적인 도덕
적 정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데에서 무엇보다 잘 드러난다. 이런 까닭에 유학에
서는 바람직한 삶에 이르는 여정에서 감성은 전적으로 배제되거나 혹은 실질적으
로 조장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윤식을 통해 그 동반자로서 동행한다. 우리는
유학의 예 속에서 그런 동반자의 구체적인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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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GHTOPIA: The Journal of Social Paradigm Studies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컨대, 어머니 속에서 “우리의 적”을 보며 “짓눌리
고 빼앗긴 행복을 되찾”고 “우리들의 소중한 평화를 쟁취”하기 위한
“피투성이 싸움”을 ‘불효’라고 탄식하는 박노해의 시를 떠올려볼 수 있다.
여성은 곧잘 가족 중심의 안녕과 행복을 소망하고, 그럼으로써 현실
안주적이요 반혁명적인 존재, 공적 영역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로 형상화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나마도 여성의 정치적 행위가 부각되고 의미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란 그것이 어머니나 누이 혹은 아내의 이름으로 행해졌을
때였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이나 ‘전국민주화운동유가
족협의회(유가협)’의 예가 대표적이다. 이는 개인주의가 발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여성=어머니, 아내, 누이’의 등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일견
자연스럽다. 그런데 공적인 저항 영역에서 여성들의 정치 행위는, 앞서
박노해의 시가 애써 떨쳐버려야 할 것으로 언급한 ‘인륜’, ‘효’ 같은 전통적
인 가족 윤리가 바탕이 되었다. 정치권력에 의해 아들 또는 남편이 짓밟
히고 나아가 가족이 붕괴되는 현실을 경험함으로써 공적 영역에 정치
행위자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모성애, 가족애 같은 사적 영역의
정서 혹은 감성이 여성의 정치 행위를 추동하고 공적 영역에 참여토록
하는 계기로 이해된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에서 공․사 영역의 특수한
관계를 반영하는 동시에 공․사 영역의 경계 설정이 여성 차별 문제와
관련하여 가져오는 복잡한 효과를 시사한다. 비록 민주화 운동 공간에
한정된 것이긴 하나, 여성이 공적 영역에 등장하여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존경을 얻는 경험은 서구 페미니즘의 자유민주주의 분석틀로는
포착, 설명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어머니나 누이, 아내로서 가부
장적 남성의 통솔 아래 사적 영역을 보살피는 행위자인 여성이, 또한
가족의 구성원 자격으로 공적 영역에 모습을 드러내는 한 인정을 받고
일정한 정치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면, 거기서 평등한 참여나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의 ‘여성 차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재고: 탈서구중심주의적 대안을 위한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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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성을 읽어내기도 역시 어렵다.
이렇게 볼 때, 한국 현실에서 공․사 영역의 구분과 그 경계 설정의
문제는 특히 여성 차별 문제와 관련하여 새롭게 조명될 필요가 있다.
국가를 가부장적 가족의 확대된 형태로 인식하는 전통이 아직 잔존하는
상태에서 과잉되어 있는 공적 영역은 여성의 남성의존성을 강화하고
여성의 참여가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만 이루어지게 하기 때문에 부단히
주의를 요하는 문제 영역이다. 역사적 경험의 특성상 ‘보편적 개인’의
이상이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한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일체의 추상적
보편성을 부정하고 공적 영역에서 성차를 포함하는 구체적인 차이들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는 일련의 서구 페미니스트적 시도는 적절한 대안으
로 생각되지 않는다.30) 먼저 공적 영역이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의
영역으로 구성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국가 권력과 정치 체제
전반을 포함하는 공적 영역의 좀 더 민주적인 발전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페미니스트적 실천 또한 타 부문과의 연대에 노력을
기울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리라고 본다.
한편, 유가 전통 속에서 신성시되어온 가족이 중심에 자리하는 사적
영역은 여성 차별이 애초에 생산ㆍ재생산되는 공간이면서 그런 차별이
공적 영역에서 여성 억압과 배제로 확대되도록 하는 통로를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 영역이다. 그러나 상대성, 연속성을 띠는 공ㆍ사 영역의
전통적 관계는 엄혹한 독재 정권 하의 공적 영역에 여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는데, 이는 여성 차별 및 배제의 특수한
30) 필립스(1993, 70)는 인간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그 무엇에 대한 어떤 관념 없이는
우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보편적 이상에 반하여 성차를 주장하
는 것은 여성의 종속과 배제에 항거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어온 것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강조는 원문). 이것이 그녀가, 자유민주주의의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자유민주주의의 민주화’ 구상을 발전
시키는 이유로 보인다. 이에 관한 좀 더 상세한 논의는 문지영(200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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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공․사 영역의 상대적이고 연속적인 관계, 그로
인한 공적 영역의 과잉, 그리고 가부장적 정치권력의 온정주의적 간섭
및 감시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적 영역이라는 한국 사회 현실을 감안할
때, ‘사적인 것의 정치화’와 같은 해법은 충분하지 않다. ‘공’이 보편적인
윤리 원칙 또는 공정하고 정당한 행위를 뜻하는 데 비해 ‘사’는 이기적이
고 개인적인 욕망 또는 탈법적이고 불공정한 행위를 의미하는 전통적
인식 체계(이승환 2002, 59-60)의 영향으로 한국 사회에서는 근대화 과정
을 거치면서도 ‘사적인 것’이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부정되거나 억압되
는 경향을 보였다. ‘사적인 것’ 자체가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이런 경향은
서구 페미니스트들이 서구 자유민주주의의 공ㆍ사 영역 구분에서 발견
해내는 여성 배제보다 훨씬 억압적인 차별 구조를 만들어내고 지지하게
된다. 따라서 ‘사적인 것’의 긍정적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토대로 자율
적․독립적인 사적 영역의 구성 내지 발전을 모색해봄직 하다. 여기서
그간 사적 영역을 관장해온 전통적 가치들을 ‘전근대적’인 것이라고 모두
내쳐버릴 필요는 없겠지만, 서로 다른 개인들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관심,
취향, (이념적) 선호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추구․실현되는 자유주의적 사
적 영역의 이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전통과 관습을 보다 신중하게,
보다 반성적으로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요컨대 한국 현실에서도 공․사 영역의 분리가 여성 차별의 기제로
작용한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고, 따라서 그 구분 자체를 해체하거나
적어도 설정된 경계를 재구성ㆍ재편하려는 등의 페미니스트 실천이 한
국 사회에서도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페미니스트 실천
은 남성중심주의뿐만 아니라 서구중심주의 또한 경계하고 넘어서는 것
이 되어야 하리라고 본다.
자유민주주의의 ‘여성 차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재고: 탈서구중심주의적 대안을 위한 시론
99
Ⅴ. 맺는 말
민주화를 향한 지난한 여정을 경험했고, 민주화 이후에도 민주주의의
온전한 실현을 과제로 마주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에 관한
담론은 날마다 끊이지 않고 생산, 유포된다.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적 세계화에 대한 반발의 여파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적으로 또는 걱정
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이 곳곳에 존재하긴 하지만, 자유민주주의가 전반
적인 대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자유민주
주의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논의는 물론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찾으려는 논의도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의 가정에서 출발하는 자유민주
주의의 이상 자체를 문제 삼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 점에서, 자유민주
주의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평은 상당히 급진적인 의미를 지니며, 민주주
의 이론과 실천의 발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한국 사회가 추구
해왔고 또 경험해온 자유민주주의를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검토해보려
는 시도가 아직까지 매우 드문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보편적 개인’의
가정과 공․사 영역의 구분을 중심으로 민주주의 이론 및 실천에 내재한
자유주의 원리의 여성 억압적 측면을 밝히는 서구 페미니스트 논의는
일단 소개되어 회자되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이 연구는 자유주의적 여성 차별 문제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이 지니
는 의의와 또 그런 문제의식을 받아들여 한국 민주주의를 검토하는 국내
논의들이 갖는 중요성을 십분 인정한 상태에서, 그 두 가지 작업 모두에
내재한 일정한 한계를 살피고, 그럼으로써 자유민주주의와 페미니스트
비평이 각각 보다 건실하게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고자 했다. 이
연구가 초점을 맞춘 것은 일련의 자유주의적 가정에 대한 서구 페미니스
트 비판이 비서구 사회의 맥락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한 채 논의를 일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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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으로써 서구중심적 편향을 드러낸다는 점이고, 또한 그런 서구 페미니
스트 논의를 국내에 도입, 적용하려는 일단의 시도들이 그 문제에 대해
침묵함으로써, 의도와 상관없이, 서구중심주의의 한계를 더불어 노정한
다는 점이다. 서구 페미니스트 논의들은 자유주의의 ‘보편적 개인’이
‘남성’에 다름 아니며 ‘공적 영역=이성, 객관성, 자율성 대 사적 영역=감
성, 주관성, 수동성’의 등식도 여성을 공적 영역에서 배제하는 가부장적
장치라고 비판한다. 그리고 페미니스트 시각에서 민주주의에 접근하는
국내 논의들도 대부분 이 두 가지 축을 토대로 전개된다. 문제는, 그때
‘보편적 개인’의 모델이 되는 ‘남성’이 서구 남성일 뿐이며 공․사 영역의
특징과 그 분리의 구도 및 효과를 이해하는 시각도 지극히 서구의 경험을
배경으로 형성된 것이라는 점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수용, 제도화된 역사적 맥락은,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여성 차별의 문제를 훨씬 복잡하고 가혹하게 만들어 놓았
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가 짚어본 대목이 이를테면, i) 전근대적인 가치․질
서가 서구적 근대의 이념 및 제도와 불안하게 병존하고, ii) 유가 특유의
여성 차별적 전통이 공․사 영역을 막론하여 영향력을 발휘하는데다가,
iii) 공적 영역은 ‘개인’보다 ‘민족/국민/민중’을 중심으로 사유되고, iv)
가부장적 국가 중심의 공적 영역이 과잉되어 있는 만큼 사적 영역이
취약한 상태에서 그나마도 ‘사적인 것’에 대한 불신과 억압이 당연시되어
왔다는 점들이다. 요컨대 이 연구는 전근대성과 서구중심성, 남성중심주
의와 국가주의적 성향이 뒤엉켜 (민주화 이전 시기에는 물론 이후에도)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자유민주주의를 이루어가고 있는 한
국 사회에서 여성 차별의 문제를 이해하고 또 해결하고자 할 때 서구
페미니스트 분석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이고자 했다. 이 논의의 토대 위에서 장차 한국 특유의 현실을 분석하
고 설명할 대안 모델 확립의 과제가 수행될 수 있을 것이다. 자유주의의
자유민주주의의 ‘여성 차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재고: 탈서구중심주의적 대안을 위한 시론
101
‘보편적 개인’에 대한 가정과 공․사 영역 분리가 한국에서는 여성 배제와
어떻게 관련되며 어떤 효과를 낳는지 살펴보는 작업은 궁극적으로 페미
니즘의 탈서구중심화를 위한 시도의 일환이다. 그런 시도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한국의 정치․사회․문화사 전반과 페미니스트 이론/실천의 성과
들에 대한 훨씬 촘촘한 분석 및 통찰이 필요하겠지만, 탈서구중심적
페미니즘이 장차 한국 민주주의를 성숙시킬 새로운 상상력과 동력을
제공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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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GHTOPIA: The Journal of Social Paradigm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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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
고
일 : 2013년 04월 22일
▣ 심 사 마 감 일 : 2013년 05월 13일
▣ 수
정
일 : 2013년 05월 23일
▣ 최종게재확정일 : 2013년 05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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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GHTOPIA: The Journal of Social Paradigm Studies
Abstract
Liberal Democracy and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Rethinking Feminist Criticism
Ji Young Moon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illuminate the limits of Westerncentrism that is inherent
to the Western feminist criticism on the liberalist mechanism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and our domestic feminist discourses that examine the Korean democracy on the basis of such
critical perspectives, and furthermore, to search for the possibility of a non-Westerncentric
alternative that would contribute in explaining and overcoming the problem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in Korean democracy. Where liberal democracy is settling down as the general
trend, the feminist criticism that questions the basic liberalist supposition of ‘free and equal
individuals’ as a whole has a considerably radical meaning, and contributes much to the development of the theory and practice of democracy. However, the Western feminist criticism
embodies limits that it exposes its Westerncentric bias while not embracing the context of
non-Western societies properly and generalizing the arguments, and the series of attempts
to adopt and apply those Western feminist arguments to this country also disclose the limits
of Westerncentrism, whether or not it was intended, while keeping quiet to such problems.
This study examines the historical and socio-political context unique to the Korean democracy
in which the problem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happened to appear so complicated
and severe, unlike or even more than it did in the West. In doing so, this study tries to
show that just applying the Western feminist frame of analysis straight away when attempting
to understand and also solve the problem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in the Korean
society, where liberal democracy is gradually being achieved amidst the premodernism and
Westerncentrism, androcentrism and statist tendencies entwined altogether still exerting its
influence, is not enough. Upon the foundation of this argument, in the near future, the task
of establishing a model of non-Westerncentric feminist democracy that would analyze Korea’s
unique reality, and provide momentum on new imagination and ripening to the Korean democracy, can be fulfilled.
자유민주주의의 ‘여성 차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재고: 탈서구중심주의적 대안을 위한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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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words: liberal democracy,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feminism, patriarchal
system, Eurocentrism
저자 문지영은 서강대학교에서 정치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서 부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연구 관심분야는 한국 민주주의, 자유주의, 페미니즘,
여성정책 등이며 주요 논문으로는 “김재준과 1960~70년대 민주화운동의 정치사상
“(2010), “자유주의와 근대 민주주의국가: 명예혁명의 정치사상”(2011), “한국의 민주주의
와 양성평등: 여성정치할당제 문제를 중심으로”(201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