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익. 2013. “자유주의의 人權論과 유교의 人倫論”. 『東洋文化硏究』(영산대동양

자유주의의 人權論과 유교의 人倫論*
이 상 익
(부산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1. 서 론

人權論과 人倫 문제
3. 유교의 人倫論과 人權 문제
2. 자유주의의

4. ‘자유로운 삶’과 ‘인륜적 삶’
5. 결 론

※ 이 논문은 2011년도 정부재원(교육과학기술부 사회과학연
구지원사업비)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되었음
(NRF-2011-330-B00010).

34

東洋文化硏究 第14輯
<국문 요약>

전통유교와 현대 자유주의의 핵심적 대립은 ‘자아실현’에 대한 상이
한 이해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자아실현’은 동서고금 누구나 원하는
간절한 소망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자아실현’란 본래 두 차원에서 이
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실현하고자 원
할 수도 있고, 인간의 보편적 본성을 실현하고자 원할 수도 있다. 그런
데 개인의 독특한 개성만을 강조하고 인간의 보편적 본성을 무시한다면,
그 때의 자아실현이란 프롬⋅매킨타이어⋅테일러 등이 지적한 것처럼
‘소외, 자아도취, 멋대로 자유’ 등 각종 폐단을 야기하는 것이다. 그렇다
면 우리는 ‘인간의 보편적 본성’에 기초하여 ‘개인의 독특한 개성’을 발
휘할 때만이 참다운 자아실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인륜의 한
계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를 누린다는 뜻이요, 또한 가치의 객관적

和而不同’

척도를 존중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그 모범적 사례를 공자의 ‘

從心所欲不踰矩’에서 찾을 수 있다.

이나 ‘

주제어 : 유교, 자유주의, 인권, 인륜, 자아실현.

자유주의의

人權論과 유교의 人倫論

35

1. 서 론

儒敎와 自由主義는 각각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대표하는 이념이다. 전통 유교는 人倫을, 현대 자유주의는 人權을 중심
정치사상적 맥락에서,

개념으로 삼는다. 오늘날 자유주의가 일방적으로 개인의 자유권을 옹호
하면서 종종 반인륜적 행태를 방조하고 있다는 점,1) 역으로 전통 유교
는 사회의 질서라는 명목으로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과도하게 질곡했
다는 점을 주목한다면, 자유주의의 인권론과 유교의 인륜론은 매우 상
치되는 것 같다. 그러나 양자의 근본 취지를 돌이켜 본다면 양자는 오
히려 서로 보완하는 관계요, 또 서로 각자의 취지를 함축하는 관계라고
도 볼 수 있다.
인권론과 인륜론의 상함성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존엄성을 옹호하고,
인간을 수단화하는 것을 반대하며, 복지를 통해 모두의 행복한 삶을 뒷
받침하자는 점에 있어서는 양자가 취지를 같이 한다는 것에 있다. 또 전
통 유교가 개인의 자유 자체를 완전히 부정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질서

外孫子 親養子

1) 근래에 우리 법원은

로 입양하는 것을 허가했다(≪조선일
보≫ 2010년 8월 10일자 보도 <외손자를 친양자로> 참조). 이 판결의 취지
는 여러 당사자들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다면 가족관계를 사실과 다르게
왜곡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법원은 또 ‘
을 아내의 의무로 규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조선일보≫ 2010년 9월 25일자
칼럼 <결혼과 출산의 관계> 참조). 이 사건의 당사자 아내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출산을 기피한 것이고, 담당 재판관은 이를 잘못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
이다. 한편, 오늘날 가족해체를 야기하는 보다 광범한 요인은
인데, 지금
은 간통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간통죄 폐지론
자들에 의하면,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라는 것이다. 근래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학생인
권’ 문제도 오늘날의 인권론과 전통적 인륜론이 갈등하는 사례로 볼 수 있
다. 과거에는 ‘스승의 도리, 학생의 도리’ 등
을 중시했는데, 지금
은 피차
은 소홀히 하고
를 내세우기 때문이다. 한편 ‘표현의 자유’
는 각종 음란물이나 사이비 언론을 방조하는 수단이 된지 오래이다.

出産

姦通

性的

違憲

本分

權利

人倫的 本分

36

東洋文化硏究 第14輯

를 위해 일부의 자유를 제한했던 것이요, 현대 자유주의도 인륜적 삶 자
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옹호하다보니 인륜을
해치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전통 유교에서도 ‘생명권, 재산
권, 언론의 자유, 신앙의 자유, 신체의 자유’ 등 오늘날 우리가 강조하는
기본적 권리의 대부분을 상당히 보장하고 있었다는 점,2) 그리고 현대
자유주의에서도 여전히 ‘무해원칙’이나 ‘공정원칙’을 사회운영의 원리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전통 유교의 인륜
론도 상당 부분 인권보장의 취지를 담고 있었던 것이요, 현대 자유주의
의 인권론도 인륜의 의의를 근본적으로 외면하는 것은 아닌바, 여기에
서 양자의 상함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겠다.
이처럼 전통 유교와 현대 자유주의는 서로 많은 내용을 공유하고 있
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양자 사이에는 근본적인 입장의 차이가 있는 것
이 사실이다. 그리하여 본고의 제2절과 제3절에서는 먼저 자유주의의

權論과 전통 유교의 人倫論을 대비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양자의 공통점
과 차이점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자유주의의 인권론을 ‘생명권⋅자유권⋅재산권’으로 대별한다면, 생
명권과 재산권에 있어서는 자유주의와 유교가 대체로 궤를 같이 한다.
유교와 자유주의의 대립은 대개 ‘자유권’을 둘러싸고 야기되는 것이다.
자유주의가 추구하는 ‘자유로운 삶’은 유교가 추구한 ‘인륜적 삶’과 많
은 부분 상충되는바, 그러므로 자유를 강조하면 할수록 인륜은 훼손되
기 쉬운 것이다. 그러나 자유라는 이름으로 인륜을 외면할수록 자유주

人權

2)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이상익, 「조선시대의
문제」(정치사상연구
제18집 1호, 한국정치사상학회, 2012) 참조. 드 배리도 ‘자유민주적 가치와 인
권을 지지하는 입헌적 질서’는 ‘유교적 사고방식과 전적으로 다른 것이 아니
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Wm. Theodore de Bary, Asian Values and Human Rights,
Harvard University Press, 1998, 15쪽 참조). 한편 김비환은 조선시대 전통 유교
사회를
의 관점에서 조명한 바 있다(김비환, 「


」, 정치사상연구 제14집 1호, 한국정치사상학회,
2008 참조).

立憲主義
憲主義 諸要素 構造

朝鮮 初期 儒敎的 立

자유주의의

人權論과 유교의 人倫論

37

의의 궁극적 이상인 ‘자아실현’도 오히려 방향을 잃게 된다. 이러한 맥
락에서, 본고의 제4절에서는 자유주의자들이 추구한 ‘자아실현’ 문제를
논의하면서, 반드시 ‘인륜적 삶’을 전제로 해야만 참다운 자아실현이 가
능하다는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本性과 本能의 개념
이다. 本性이란 어떤 사물이 선천적으로 지니는 요소로서 類에 따라
그 사물을 그 사물답게 만들어주는 성질을 말하고, 本能이란 어떤 생물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분명히 해 두어야 할 것은
3)

이 선천적으로 지니는 요소로서 자신의 생명을 지속시키기 위한 성향
(욕구)이나 능력을 말한다. 인간으로 말하자면,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
라는 점에서는 본성과 본능이 같으나, 본성은 ‘사람의 사람다움’을 뒷받
침하는 요소이며, 본능은 ‘인간의 생존’을 뒷받침하는 요소인 것이다. 자
유주의의 인권론은 본능중심적 인간관을 전제로 삼고, 유교의 인륜론은
본성중심적 인간관을 전제로 삼는다.

2. 자유주의의

人權論과 人倫 문제

자유주의의 인권론은 본능중심적 인간관을 전제로, ‘생존의 욕구를
자유롭게 충족시킬 수 있는 권리’와 ‘개인의 독특한 개성을 자유롭게 발
휘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다.4) 먼저 자유주의자들의 인간관을

本性 本能
本性 本能

3) 많은 사람들이

을 구분하지 않고(못하고) 혼용하기도 한다. 그러


을 구별하지 않으면 ‘사람의 사람다움’을 해명할 수 없다는
문제가 야기된다. 그리하여
을 논하는 이 글에서는

을 엄격
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人倫

本性 本能

論者

4) ‘생존의 욕구’와 ‘자유로운 개성’의 관계에 대해
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
다. 자유주의에서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을 위한 욕구의 충족이요, 궁
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을 위한 자유로운 개성의 추구이다. 요컨대
생존의 욕구가 충족되면 그 다음에는 자유롭게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고자
하는바, ‘생존’은 본능의 최소치이고 ‘자아실현’은 본능의 최대치인 것이다.
오늘날 정치학자들은 흔히 ‘한 국가의 경제성장은 정치적 자유 욕구를 불러
온다’고 설명하는데, 이를 개인적 차원에서 말하자면 ‘배가 부르면 이제 자

自我實現

生存

38

東洋文化硏究 第14輯

살펴보자.

主權的 欲望’과 ‘道具的 理性’이
라는 말로 요약한 바 있다. 한마디로 인간은 ‘合理的 利己主義者’라는
아블라스터는 자유주의의 인간관을 ‘

것, 또는 ‘모든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여
기서 ‘이기주의’란 ‘자신의 본능적 욕구를 추구한다’는 뜻이요, ‘합리적’
이란 ‘이성을 통해 본능적 욕구를 가장 효율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방
법을 모색한다’는 뜻이다. 이기주의는 종종 다른 사람과의 갈등(투쟁)을
낳는데, 이성은 갈등을 회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이러한 인간관의 전형을 제시했다.
홉스가 상정한 인간성의 두 요소는

情念(passion) 과 理性이다. 홉스의
5)

정념론은 다양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지만, 그것은 욕망과 혐오로 대별
된다. 욕망은 그 대상으로 접근하는 운동을 낳고, 혐오는 그 대상으로부
터 도망가는 운동을 낳는다.6) 정념이 추동하는 인간의 의지적 운동이란
이익이 되는 대상에게 달려가고 손해가 되는 대상으로부터 도망치는 운
동인 것이다.7) 홉스의 이성론 역시 둘로 요약된다. 이성은 한편으로는
유를 갈망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전통 유교의 지론은 ‘배가 부르면 이제
을 돌아보자’는 것이었다.

人倫

情熱 熱情 情念 情慾

語感

5) ‘passion’은 ‘
,
,
,
’ 등 조금씩
이 다른 다양한 말로 번역
된다. ‘passion’은 그리스어로는 ‘pathos’라 하는바, 아리스토텔레스는 ‘pathos’
를 “욕망, 분노, 공포, 태연, 질투, 환희, 사랑, 증오, 동경, 경쟁심, 연민, 그리
고 일반적으로 쾌락이나 고통을 수반하는 감정들”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니
코마코스 윤리학, 1105b 참조). 한편, 홉스는 리바이어던(Leviathan) 제6장
의 제목에서 ‘passion’을 ‘자발적 운동의
’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아리
스토텔레스의 설명에 따라 ‘passion’을 ‘쾌락이나 고통을 수반하는 감정들’이
라고 정의한다면, 홉스는 ‘쾌락이나 고통을 수반하는 감정들’을 ‘자발적 운동

’로 규정한 것이다.

內的 端初

內的 端初

6) Thomas Hobbes, Leviathan, edited with an introduction by C.B. Macpherson, Penguin
Books, London, 1985, chap.6, 118∼120쪽 참조.
7) 이러한 맥락에서, 조긍호는 홉스의 정념을 ‘자기보전을 위한 이기적 욕구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자유의지를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한 바 있
다(조긍호, 사회관계론의 동⋅서 비교, 421쪽 참조).

자유주의의

人權論과 유교의 人倫論

39

미래의 불안(가난)을 고려해 욕망을 증대시키고,8) 한편으로는 자신을 방
어하고 타인과 공존(평화)하고자 타인과 동등하게 자신의 권리를 포기
(양도)하도록 하는 것이다.9)
홉스의 정념론과 이성론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의 정념 가운
데 핵심적인 것은 자기보존을 위한 이기적 욕망이다. 이기적 욕망은 자
연상태를 전쟁상태로 몰아넣는다. 이성은 욕망을 무한히 증대시키기도
하고, 자신의 권리를 포기시키기도 한다. 이성이 자신의 욕망을 증대시
키는 것도 더 큰 만족을 위한 것이지만, 이성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도
록 하는 것도 더 큰 만족(평화에 의해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는 것)을 위
한 것이다.
이상에서 홉스의 인간관을 개관했거니와, 인간의 본능적 욕망을 그
자체로 승인하는 것은 자유주의의 일반론이었다. 요컨대 근대의 자유주
의자들은 인간의 욕망 자체에 주권적 성격을 부여한 것이다. 아블라스
터(Anthony Arblaster)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간의 욕망이라는 개념은 인간 본성에 대한 자유주의적 개념 안에서 커다
란 힘을 갖는다. 홉스⋅흄⋅벤담에게 있어 욕망들은 일종의 주권적 독립성을
갖는다. 이것은 욕망들을 도덕의 영역 너머에 위치시킨다. 욕망은 본질적으로
인간성에 주어진 불변의 것으로, 도덕성은 그 자신을 욕망에 맞추어야 한다.10)

아블라스터에 의하면, 자유주의자들은 욕망에
욕망과 도덕성 사이의 전통적

主權을 부여함으로써,

主從 관계를 역전시킨 것이다. ‘욕망을 도

덕의 영역 너머에 위치시킴으로써’ 이기적 욕망을 그 자체로 긍정하는
것은 자유주의의 일반론이었거니와,11) 이러한 맥락에서 흄은 “이성은
8) Thomas Hobbes, Leviathan, chap.11, 160∼161쪽 참조.
9) Thomas Hobbes, Leviathan, chap.14, 190쪽 참조.
10) Anthony Arblaster, The Rise and Decline of Western Liberalism, Basil Blackwell Publisers
Ltd., Oxford, 1984, 28쪽.
11) 아블라스터는 “비판적 질문을 하고, 회의적 관점을 취하기를 좋아하는

自由

40

東洋文化硏究 第14輯

정념의 노예요, 오직 노예여야만 한다. 이성은 정념에게 시중들며 복종
하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떠한 직분도 절대로 가질 수 없다.”12)고 선언했
던 것이다.

이제 자유주의자들의 인권론을 살펴보자. 자유주의의 입헌정신은 ‘

然權’ 사상과 ‘社會契約’ 이론에 근거하거니와, 양자는 곧 자유주의 인권
론의 토대이기도 하다.
먼저 자연권 사상을 살펴보자. 홉스는 자연권을 “모든 사람이 자신의
본성, 곧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자기 뜻대로 힘을 사용할 수 있
는 자유, 즉 그 자신의 판단과 이성에 따라 가장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자유”13)라고 정의했고, 로크는 “자연의 이성은 인간이 일단 태어나
면 자신의 보존에 대한 권리, 따라서 고기와 음료, 기타 자연이 그들의
생존을 위해서 제공하는 것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가르친다.”14)고 주
장했다. 여기서 분명히 알 수 있듯이, 자유주의자들이 주창한

自然權이

란 ‘인간이 각자 자신의 본능적 욕구를 자유롭게 충족시킬 수 있는 권
리’로서, 그것은 ‘생존권(생명권)⋅자유권⋅소유권’으로 대별된다.
첫째,

生命權 또는 生存權에 대한 이론이다. 자유주의는 개인주의를

主義가 욕망에 대해서는 놀랍도록 무비판적이고 의문 없는 태도를 취한다”
고 꼬집은 바 있다. 자유주의는 암암리에 ‘인간의 욕망⋅願望⋅열망’이 단순
히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그것을 ‘인간의 본성’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Anthony Arblaster, The Rise and Decline of Western Liberalism, 29쪽 참조). 한편 월
린도
를 “인간이 본질적으로 합리적인 존재이며 그 행실은 실제로
이성에 의해 지배된다는 견해”로 간주하는 많은 학자들의 통념은 ‘상당한 오
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로크에서 시작해서 스미스, 흄, 공리주의
자들을 거치면서 확장된 자유주의 논자들은 반복해서 인간이 강한

지닌 피조물임을 강조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월린, 강정인⋅이지윤 역, 정
치와 비전 2, 후마니타스, 2009, 221쪽 참조).

自由主義

情念

12) David Hume, A Treatise of Human Nature, edited by L. A. Selby-Bigge, London,
Oxford University Press, 1958, 415쪽.
13) Thomas Hobbes, Leviathan, chap.14, 189쪽.
14) John Locke, Two Treatises of Government(The Second Treatises of Government) in Political
Writings, Penguin Books, London, 1993, chap.5, 273쪽.

자유주의의

人權論과 유교의 人倫論

41

바탕으로 삼고 있거니와, 이러한 맥락에서 개인의 생명권 또는 생존권
은 다른 어떤 권리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또한 자유권이나 재산권은 수
단적 권리 또는 수단과 목적을 겸하는 권리이지만, 생명권 또는 생존권
은 오로지 목적에 해당되는 권리이다. 따라서 자유주의자들은 생명권
또는 생존권을

至上命題로 천명하고, 자유권과 재산권으로 생명권을 뒷

받침한 것이다.

自由權에 대한 이론이다. 홉스는 ‘自由’를 ‘저항의 不在’라고 정
의하고, ‘自由人’이란 ‘스스로의 힘과 知力으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하
둘째,

여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을 방해받지 않는 인간’이라고 규정한 다음,
‘모든 인간은 날 때부터 평등하게 자유로운 존재’라고 설파했다.15) 이러

自由를 옹호
하는 논거는 둘로 집약된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자유가 ‘自我實現의 가
한 설명은 자유주의의 한결같은 지론이다. 자유주의자들이

능조건’이라는 것이다.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요, 행복은 자아실현과 궤
를 같이 하며, 자아실현의 관건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는 자유
라고 한다면, 우리는 자유의 정당성을 부인할 수 없게 된다.16) 사회적

進步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밀은 자유를 삶에 대

차원에서는 자유가 ‘

한 ‘다양한 실험’으로 이해하고, 이는 ‘행복의 주요한 요소’ 중의 하나
요, ‘개인과 사회발전의 핵심적 요소’라고 옹호했다.17) 이는 상호간의
자유로운 토론이나 경쟁 속에서 진리 또는 가장 좋은 것을 이룰 수 있
다는 주장이다.
셋째, 소유권 또는 재산권에 대한 이론이다. 자유주의의 소유권 이론
은 로크에 의해 체계화되었는데, 그것은 다음의 세 명제로 집약된다. 즉

萬人의 共有物’이라는 것이요, 자신의 몸

이 세계의 모든 사물은 본래 ‘
은 본래 ‘자신의

所有’라는 것이며, 공유물에 자신의 몸으로 노동을 가

15) Thomas Hobbes, Leviathan, chap.21, 261∼268쪽.
16) John Stuart Mill, On Liberty, edited by Elizabeth Rapaport, Hackett Publishing
Company, Inc., Indianapolis, 1979, 12쪽 참조.
17) John Stuart Mill, On Liberty, 53∼54쪽 참조.

42

東洋文化硏究 第14輯

私有物’이 된다는 것이다.

하면 그 산물은 ‘자신의

18)

나의 노동의 산물

自助의

은 나의 소유물이라는 주장은 자유주의의 지론이었거니와, 이는 ‘

원칙’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노동을 통해서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자조의 원칙’이었다.
이제 자유주의자들의

社會契約 이론을 살펴보자. 사회계약론은 ‘자연

상태’ 이론으로부터 도출된다. 자연상태는 각자의 자연권만 존재하는 상
태로서, 곧 공통의 권력이 없는 상태이다. 인간은 모두 이기적인 존재이
므로, 공통의 권력이 없는 상황에서는 결국 전쟁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들은 결국 각자의 자연적 권리의 일부를 양도하여
공통의 권력을 창출함으로써 나머지의 권리를 안전하게 보장받자는 데
합의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계약론에 의하면, 국가는 개인들 사이의 계약에 의해 성립하는

主權在民’ 사
상이 성립한다. 또 국가의 본래 주인은 개인이므로, 개인은 國政에 참여
것이다. 이로부터 국가의 본래 주인은 ‘개인(국민)’이라는 ‘

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니며, 국가를 대상으로 여러 사안들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만약 국가가 본래 주인인 국민의 권리를 무시한다면, 국민은
당연히 국가에 저항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유주의자들

參政權⋅請求權(請願權)⋅抵抗權 등의 정치적 권리를 개인의 기본적

인권으로 정당화했다.

人權論을 개관하였거니와, 이제 자유주의에서의
人倫 문제를 살펴보자. 인간관계에 있어서 특히 五倫을 중시하는 유교
이상에서 자유주의의

와 달리, 자유주의에서는 모든 인간관계를 서로 평등하고 독립적인 개
인과 개인의 관계로 규정하고, 그에 필요한 일반적 원칙만을 제시할 뿐
이다.19) 첫째는

公正原則으로, 누구든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권리를 누

18) John Locke, The Second Treatises of Government, chap.5, 274∼275쪽.
19) 자유주의에서는 개인을 기본적으로 ‘추상적 존재, 원자적 존재’로 인식하는
바, 따라서 자유주의에서는 ‘자식의 부모에 대한 도리, 남편의 아내에 대한
도리, 형의 아우에 대한 도리, 군주의 신하에 대한 도리’ 등을 별도로 문제삼

자유주의의

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人權論과 유교의 人倫論

43

無害原則으로, 나의 자유로운

행위가 남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유주의자들은 이 두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모든 행위가 자유롭게 허용(관용)되어야 한다
고 주장한다. 이는 실천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뜻한다.
첫째, 쾌락주의와 이기주의이다. 본능적 욕망을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
하고, 인간은 합리적 이기주의자라고 규정하면서 자유를 주창하는 것은
결국 ‘모든 사람들이 각자 자유롭게 자신의 쾌락을 추구하도록 허용해
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중립주의이다. 사회나 국가는 구성원들의 다양한 행위들에 대
해, 그것들이 각각 공정원칙과 무해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간섭하지
말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중립주의는 결국 ‘가치의 위계’나
‘가치의 객관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셋째,

正義 중심주의이다. 자유주의자들은 사회를 각각의 구성원들이

이기적으로 경쟁하는 공간으로 보거니와, 무해원칙과 공정원칙은 바로
그 경쟁을 규율하는 원칙이기도 하다. 자유주의는 무해원칙과 공정원칙
이 지켜지는 사회를 ‘정의로운 사회’로 규정한다. 윤리적 덕목은 ‘사랑’

正義’

과 ‘정의’로 대별할 수 있는바, 무해원칙과 공정원칙은 ‘사랑’보다 ‘
를 중시하는 것이다.20)
쾌락주의와 이기주의, 중립주의,

正義 중심주의는 자유주의 윤리의 핵

심적 요소들이다. 자유주의자들은 이러한 요소들만으로 만인의 행복을
보장하고자 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예컨대 사랑을 외면한 정의
중심주의는 ‘부익부 빈익빈’ 문제를 초래하고, 가치의 객관성을 부정하
는 중립주의는 ‘멋대로 자유(exousia)’나 ‘나르시시즘(narcissism)’을 조장하
여 개인의 참다운 자아실현을 어렵게 하며, 쾌락주의와 이기주의는 ‘추
잡한 삶’이나 ‘쾌락주의의 역리’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은 흔히 지적되는

지 않고, 모든 인간관계를 ‘남과 남의 관계’로 일반화시키는 것이다.
20) 박순성, 아담 스미스와 자유주의, 풀빛, 2003, 300∼305쪽 참조.

44

東洋文化硏究 第14輯

내용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모든 인간관계를 추상적이고 원자적인 개인
과 개인의 관계로 규정함으로써 고독과 불안 등

疎外의 문제를 야기한

父子, 夫婦, 兄弟’ 등 일차적 인간관계를 단순히 개인과 개인

다는 점, ‘

의 관계처럼 일반화함으로써 가족의 해체를 조장하게 된다는 점도 자주
지적되는 바이다.

3. 유교의

人倫論과 人權 문제

유교의 인륜론은 본성중심적 인간관을 전제로, 인간다움의 근거를 인
륜성에서 찾고, 이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생활의 가능근거를 찾
으려는 것이다. 먼저 유교의 인간관을 살펴보자.

性善說로 대변된다. 맹자 당시에 ‘性’이란 용
어는 ‘인간이 타고난 동물적 本能’을 지칭하기도 하고, ‘인간이 타고난
도덕적 本性’을 지칭하기도 했었다. 예컨대 맹자의 論敵이었던 告子는
“사람이 타고난 것 그 자체가 바로 本性”이라 하고, 보다 구체적으로는
“食色이 바로 인간의 本性”이라 하였다. 그러나 맹자는 ‘食色의 本能’
을 ‘仁義禮智의 本性’과 구분하고, “君子는 食色을 本性으로 여기지 않
는다”고 단언했다. 요컨대 君子는 오직 仁義禮智만을 本性으로 여긴다
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맹자는 仁義禮智야말로 사람과 금수를
유교의 인간관은 맹자의

21)

22)

구별해주는 ‘인간의 고유한 본성’이라고 규정했다.

仁義禮智의 본성은 우리의 삶에서 四端으로 드러난다. 맹자는 “惻隱
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요, 羞惡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辭讓
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요, 是非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라
23)

고 단언했다. 측은지심은 ‘남을 사랑하는 마음’ 특히 ‘곤경에 처한 사람

孟子 告子上 3∼4.
22) 孟子 盡心下 24.
23) 孟子 公孫丑上 6.
21) 

자유주의의

人權論과 유교의 人倫論

45

을 불쌍히 여기고 도와주려는 마음’이요, 수오지심은 ‘자신의 잘못을 부
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미워하는 마음’이며, 사양지심은 ‘자신을 낮추
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요, 시비지심은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

仁義禮智’는 모두 ‘인간의 사회성’과 관

음’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

련된 것이다. 요컨대 여타의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에게는 사회적 삶을
뒷받침하는 요소들이 본성적으로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道가 있거니와,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입으며 편
안히 살되 가르침이 없다면 곧 禽獸에 가깝게 된다. 聖人이 이를 근심하
시어, 契을 司徒로 삼아 人倫을 가르치게 하셨다.” 고 하였다. 衣食住의
맹자는 “사람에게는

24)

충족이라는 본능의 차원에서는 사람과 금수가 다르지 않으므로, 오직
인륜만이 사람과 금수를 구별해주는 준거가 된다는 것이다. 맹자는 또
한 “사람이
고,

禽獸와 다른 점은 거의 드물다. 庶民은 그 차이를 없애버리

君子는 그 차이를 보존한다.”

25)고도

하였다. 사람이 금수와 같은 점

食色 또는 衣食住의 욕망을 추구한다
는 점이요, 다른 점은 사람에게는 人倫이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禽獸
와 다른 점은 거의 드물다’는 말은 식색의 本能이 인의예지의 本性을 압
은 모두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도한다는 뜻이다. 맹자는 식색의 본능이 인의예지의 본성을 압도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금수와 구별해 주는 요
소, 즉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요소는 인의예지의 본성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이에 근거하여

性善說을 주창한 것이었다.

맹자가 말하는 ‘인륜적 삶’이란 바로 인의예지의 본성을 실현하는 삶
이다. 인의예지의 본성을 바탕으로 동물적 본능을 제어함으로써 사회적
삶을 바람직하게 이루어나가는 것이 바로 ‘인륜적 삶’이요 ‘인간다운
삶’이다. 맹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舜은 여러 사물에 밝았고, 人倫을 자세히 살피셨다. 이는 仁義에 말미암아 실
孟子 滕文公上 4.
25) 孟子 離婁下 19.
24) 

46

東洋文化硏究 第14輯

천하신 것이요,

仁義를 실천하신 것이 아니다.

26)

舜은 人倫을 자세히 살피어 비로소 五倫으로 구체화시킨 聖人이다.
그런데 舜이 정립한 五倫은 仁義禮智라는 인간의 本性으로부터 유래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五倫은 ‘父子, 君臣, 夫婦, 長幼, 朋友’를 인간관계의
다섯 가지 기본 유형으로 규정하고, 각각의 경우에 합당한 덕목들을 체
계화하여 제시한 것이다. 이 다섯 가지 기본 유형에 속하지 않는 일반적

論語의 ‘忠恕

인간관계, 즉 ‘남과 남의 관계’를 규율하는 원리로서는 

論’을 들 수 있다.
論語의 ‘仁’은 일반적으로 ‘사람을 사랑함’으로 풀이되거니와, 論
語에서는 ‘仁’을 다시 ‘孝⋅弟’로 설명하기도 하고 ‘忠⋅恕’로 설명하기
도 했다. 仁은 포괄적 개념으로서 ‘모든 종류의 사랑’을 전반적으로 지
칭하는 것이며, 孝⋅弟와 忠⋅恕는 仁의 구체적 내용을 두 가지로 대별
하여 제시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弟悌

일반적으로 ‘ ’는 자식이 부모를 봉양함을 말하고, ‘ ( )’는 아우가

孝⋅弟는 혈연을 매개로 하는 ‘본능적 사랑’이라
면, 忠⋅恕는 자기의 眞心을 매개로 일반인들에게까지 사랑을 확충시켜
형을 공경함을 말한다.

나가는 ‘이성적 사랑’이다. 그런데 본능적 사랑은 모든 생명체들이 공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사랑이

孝弟에 그친다면, 그것은 본능적 차

원에 머무는 것으로서,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존엄성을 주장할

忠⋅恕의 의의가 있다. 忠은 남을 돕기 위하
여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曾子는 “남을 위해 일을 도모함에 있
어서 忠하라” 고 했는데, 忠은 바로 ‘남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해 자
신의 최선을 다함’ 즉 ‘善의 作爲’에 해당되는 것이다. 恕는 ‘자신의 마
음을 미루어 남을 대하는 것’이다. 論語의 ‘恕’는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 는 말로 대표되는데, 이는 ‘남에 대한 害惡
여지가 없게 된다. 여기에
27)

28)

孟子 離婁下 19.
27) 論語 學而 4.
26) 

자유주의의

人權論과 유교의 人倫論

47

惡 不作爲’에 해당되는 것이다.
공자는 子貢이 종신토록 실천할 만한 한 마디 말을 청했을 때 ‘恕’라

의 금지’ 즉 ‘ 의

29)

고 대답하고, “자기가 원치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고 말해주었

恕는 우리가 항상 지켜야 하는 ‘준수사항’인 것이
한편, 주자는 “남을 위해 일을 도모함에 있어서 忠한다는 것은 또

다. 이것으로 본다면
다.30)

한 어려운 일이다. 대개 사람들은 자기를 위해 일을 도모할 때에는 최선
을 다하지만, 남을 위해 일을 도모할 때에는 반드시 최선을 다하지는 않
는다”31)고 했다. 타인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해 자기의 최선을 다함은

忠을 모든 사람이 반드시 준수해야 할 실천의
원리로 규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忠은 다만 ‘권장사항’에 해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면,
당되는 것이다.

人倫論을 개관하였거니와, 이제 유교에서의 人權 문
제를 살펴보자. 유교에는 ‘人權’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民主主義’라는 개
이상에서 유교의

념도 없었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은 전통 유교가 인권 그 자체를 부정
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誤解에 가깝다. 전통 유교에서는 물론

오늘날의 자유주의처럼 인권을 철저하게 옹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
리는 전통 유교가 추구한
추구하는

人倫共同體라는 관념 속에서 오늘날 우리가

人權論의 많은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요컨대 전통 유교는 단

순히 인권을 부정한 것이 아니요, 인륜을 통해서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
는 방식을 모색했던 것이다.

生命權과 신체의 자
유, 言論의 자유와 信仰의 자유, 財産權과 상속권, 參政權과 재판청구권
예컨대 유교 이념에 충실했던 조선시대의 경우,

論語 衛靈公 23.
29) 忠⋅恕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이상익, 儒敎傳統과 自由民主主義, 심산,
2004, 125∼131쪽 참조.
30) 恕는 무해원칙과 공정원칙을 동시에 포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1) 朱子語類 卷21(중화서국본 483쪽) : 爲人謀而忠 也自是難底事 大凡人爲己
謀便盡 爲人謀 便未必盡
28) 

48

東洋文化硏究 第14輯

등 오늘날 우리가 강조하는

基本權의 대부분을 충실히 보장했으며, 社

會的 弱者에 대해서는 더욱 각별한 보호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다만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자면 平等權과 私生活의 자유에 있어서는 여러 모
32)

로 부족한 점이 많았거니와, 이에 대해서는 곡진한 이해가 필요하다.
원리적으로 논하자면, 조선시대에 ‘평등권’과 ‘사생활의 자유’가 취약
했던 까닭은 본래 농경사회로서,
때문이다.

共同善을 추구하는 위계적 사회였기

共同善을 추구할수록 개인의 사생활의 자유는 축소되게 마련

이다. 또한 위계적 사회란 본래 상층계급에게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고
그에 상응하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사회로서, 이러한 사회에서는
상하의 차별이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것이다. 따라서 ‘평등권’과 ‘사생활
의 자유’가 취약했던 것을 두고 그 자체로 ‘본질적인 인권의 침해’라고
규정하는 것은 오늘날의 편견일 가능성이 높다.33)

嫡長子를 우대하여 가

족질서를 확립하며, 사회 복지를 기본적으로 가족의 차원에서 해결하며,
상하의 위화감을 예방하기 위해 사생활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들
은 오늘날 자유주의의 관점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라 하더라도,
조선시대의 인륜공동체 이념에서는 당연시 되었던 것이다.
더 많은 책임과 더 많은 권한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면 원리적으로 크
게 문제될 것은 없다. 문제는 그 실상을 보면 책임은 다하지 못하고 권
한만 많이 누린 경우가 많았다는 점, 그리고 위계적 사회에서는 불평등

人權 문제」, 53∼76쪽 참조.
33) 롤즈의 萬民法에서는 ‘자유주의 국가’와 ‘위계적 국가’가 萬民法을 공유할
수 있다고 보았다. 롤즈의 만민법은 만민이 ‘正義의 원칙’을 공유함으로써
전 세계 모든 인류의 인권을 보장하고 평화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
다. 그렇다면 자유주의 국가와 위계적 국가가 萬民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32)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이상익, 「조선시대의

은 위계적 국가에서도 인권이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롤
즈가 말하는 ‘위계적 국가’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개인)으로
간주되지 않는 국가로서, ‘
으로서의
’를 추구하는 국가이다(롤즈,
장동진 외 역, 만민법, 이끌리오, 2000, 116∼122쪽 참조). 이렇게 본다면,
조선시대야말로 바로 ‘
으로서의
’를 추구했던 ‘위계적 국가’였던
것이다.

共同善
共同善

正義
正義

자유주의의

人權論과 유교의 人倫論

49

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불평등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했다
는 점이다. 조선시대의

良⋅賤의 차별과 嫡⋅庶의 차별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는 조선시대의 인권의 실상에 대해서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양천의 차별과 적서의 차별은 우리의
근대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철폐의 대상으로 지목되었던 것이다.

4. ‘자유로운 삶’과 ‘인륜적 삶’
자유주의자들이 주창한 기본권을 ‘생존권, 재산권, 자유권’으로 요약
할 때, 생존권과 재산권은 전통 유교에서도 충분히 인정된 것이었다.
전통 유교에 크게 결여되었던 것은 자유권, 특히 ‘사생활의 자유’였
다.34) 자유주의에서 추구하는 ‘자유로운 삶’은 유교에서 추구한 ‘인륜
적 삶’과 상치되는 점이 많거니와, 이제 이 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논
해 보기로 하자.

1) 자유주의의 궁극적 이상: 자아실현
주지하듯이 자유주의는 개인주의와 궤를 같이 하는바, 루크스는 개인
주의를 구성하는 핵심 관념을 다음의 다섯 가지로 제시한 바 있다.
첫째는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관념이다. 이는 “모든 인간은 그 자체
로서 최고의 내재적 가치를 지닌다”는 관념으로서, 모든 개인주의 도덕
원칙의 출발점이 된다. 자유주의자들은 ‘인간’을 ‘각각의 개인’으로 분해
시키고, 각각의 개인들이 바로 최고의 내재적 가치를 지닌다고 규정하
34) 조긍호는 ‘사생활의 자유(privacy)’를 “개인이 사적 영역에서 외부의 간섭 없이
자기의 의지와 양심에 따라 삶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집행할 수 있는 자유”
라고 정의한 바 있다(조긍호, 이상적 인간형론의 동⋅서 비교, 지식산업사,
2006, 133쪽). 한편, 조선시대에는
도 취약했었지만, 평등권은 자유주
의보다는 사회주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본고에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하겠다.

平等權

50

東洋文化硏究 第14輯

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루소는 “인간은 단순히 남을 위한 도구로
봉사하기에는 너무나 고귀한 존재”라고 했고, 페인은 “공공선(public
good)은 개인의 이익과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다. 이와 반대로, 모든 개인
의 이익이 결집된 것이 공공선이다.”라고 했으며, 칸트는 “인간은, 그리
고 일반적으로 모든 이성적 존재는 그 자체가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요, 단순히 이러저러한 의지에 따라 마음대로 쓰일 수 있는 수단으로 존
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35)
둘째는 ‘자율성’이라는 관념이다. 이는 “개인의 사고와 행동은 그 자
신의 것으로서, 그의 통제 밖에 있는

作因이나 원인에 의해 지배되지 않

는다.”는 관념으로서, ‘자기결정’의 이상을 표현하는 말이다. 서구에서
자율성의 관념은 토마스 아퀴나스의 ‘모든 사람은

神이 주신 理性에 따

라 행동해야 한다’는 관념으로부터 발전한 것인바, 이러한 맥락에서 자
율성의 관념은 인간은 이성적 존재라는 관념과 표리를 이룬다. 루크스
는 자율성의 옹호자로서 스피노자와 칸트를 주목했거니와, 이들은 자유
란 바로 자율성을 뜻한다고 보았다. 자유와 자율성을 같은 맥락으로 파
악할 경우, 그 자유란 ‘소극적 자유’가 아니라 ‘적극적 자유’에 가까운
것으로서, 벌린(Isaiah Berlin)은 이를 ‘개인이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36)
35) S. Lukes, Individualism, New York, Harper & Row, 1973, 45∼49쪽 참조. 루크스에
의하면, 서양의 경우 ‘인간의 존엄성’의 관념은 기독교로부터 연원하는 것이
다. 기독교는 본래 인간의 존엄성을 옹호하는 사상이었던바, 오캄(William of
Ockham)의
(nominalism)을 거치면서 ‘인간의 존엄성’ 사상은 ‘개인의 존
엄성’ 사상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唯名論

36) S. Lukes, Individualism, 52∼55쪽 참조. 루크스는 자율성이 자유주의의 중심적
가치라고 보고, 스피노자와 칸트를 부각시킨 것이다. 그러나 아블라스터는
스피노자와 칸트를 자유주의의 주류에서 벗어난 예외적인 인물로 규정했다.
자유주의의 주류는 ‘이성을 통해 욕망을 절제하는 삶’이 아니라 ‘이성이 욕
망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추구했다는 것이다(서구 자유주의의 융성과 쇠퇴
, 87∼89쪽 참조). 벌린도 자유의 핵심을 ‘적극적 자유’가 아닌 ‘소극적 자
유’에서 찾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일 것이다(이사야 벌린, 박동천 역, 이사야

자유주의의

人權論과 유교의 人倫論

51

셋째는 ‘사생활의 자유(privacy)’라는 관념이다. 이는 “그 자신의 방법으
로 그 자신의

善(좋음)을 추구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남들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홀로 남겨져 있는 영역”을 보장받
아야 한다는 관념으로서, 벌린의 말로 표현하면 ‘소극적 자유’에 해당된
다. ‘사생활의 자유’는 밀의 “어떤 개인의 행위 가운데 사회에 복종해야
하는 유일한 부분은 남들과 관계된 부분이다. 단순히 자신과만 관계된
부분에서는 그는 당연히 절대적 독립성을 지닌다. 개인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즉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서 주권자이다. …… 비록 우리의 행
위가 그들의 눈에 바보스럽거나 기이하거나 잘못된 것으로 보일지라도,
우리가 하는 행동이 동포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그들로부터 방해
받지 않으면서 우리 자신의 개성에 적합한 인생 계획을 설계하고 초래될
결과를 감수한다는 조건하에,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행할 수 있는 자유
를 요구한다.”는 말에 그 취지가 잘 나타나 있다. 요컨대 ‘사생활의 자유’
란 사적인 영역에서는 누구나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관
념이다. 사생활의 자유는 ‘사유재산제도’와도 궤를 같이 한다.37)
넷째는 ‘자기 개발’이라는 관념이다. 이는 자신의 독특한 개성을 발견
하고 이를 개발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목적 그 자체로서, 궁극적 가치를
갖는다는 관념이다. 루소는 “나는 이제까지 내가 만난 어느 누구와도 다
른 사람이 되었다. 나는 과감하게 ‘나는 이 세계의 그 누구와도 다르다’
고 말할 것이다. 내가 그들보다 더 뛰어나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최소한
나는 그들과 다르다.”고 했고, 슐레겔(Friedrich Schlegel)은 “인간에게 근원
적이고도 영원한 요소는 바로 그의 개성이다. 이러한 개성을 형성하고
개발함을 예찬하는 것은 일종의 신성한 자기중심주의(egotism)이다.”라고
했으며, 밀은 “모든 사람은 자신의 개성을 개발하는 정도에 비례하여 자
신에게 더욱 가치있는 존재가 되며, 그리하여 남에게도 더욱 가치있는

벌린의 자유론, 아카넷, 2006, 129∼136쪽 참조).
37) S. Lukes, Individualism, 59∼65쪽 참조.

52

東洋文化硏究 第14輯

존재가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38) ‘자기 개발’의 궁극적 목표는 ‘자아실
현’에 있음은 물론이다.
다섯째는 ‘추상적 개인’이라는 관념이다. 이는 본능이든 능력이든 욕
구든 욕망이든 권리든 간에, 여러 개인적 특성들은 사회적 맥락과 독립
된 채 주어진 것이라고 가정함으로써, 개인을 사회⋅역사적 맥락과 무
관한 ‘추상적 존재’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념에 입각하면, 개인은
모든 일의 결정과 집행의 원천이요 주체인 것이며, 사회와 국가란 이러
한 개인의 요구에 맞추어 적절하게 반응하는 일련의 장치들인 것이다.
이러한 관념에 입각하면, 모든 형태의 사회생활(사회⋅정치적 규칙과 제
도들)은 개인들의 창조물로서, 개인들의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
라고 간주되는 것이다.39)
이상에서 개인주의의 다섯 가지의 핵심관념을 살펴보았거니와, 루크
스는 이 가운데 특히 ‘자기 개발’이라는 관념을 부각시켰다. 순수한 이
기주의(egoism)부터 강한 공동체주의에 이르기까지 ‘자기(self)’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자기 개발의
관념은 개인의 삶의 이상을 규정하는 가치”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자
기 개발은 목적 그 자체인 궁극적 가치의 지위를 갖는 이념”이라는 것
이다.40) 이렇게 본다면, 개인주의를 구성하는 여러 관념들은 결국 ‘자기
개발’을 통한 ‘자아실현’이라는 목표로 귀결되는 것이다.41)
38) S. Lukes, Individualism, 67∼72쪽 참조.
39) S. Lukes, Individualism, 73∼75쪽 참조. 루크스에 의하면, ‘인간의 존엄성, 자율
성, 사생활의 자유, 자기 개발’은 개인주의가 추구하는 가치나 이상을 표현하
는 관념인 반면, ‘추상적 개인’은 개인을 인식하는 방식을 표현하는 관념이
다. 또한 루크스가 말하는 ‘추상적 개인’은 개인을 흥미⋅욕구⋅목적⋅필요
⋅능력 등을 완비한 ‘자족적 존재’로 규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개인
을 외적 행위의 원인이 되는 모든 속성을 내적으로 완비한 존재로 규정함으
로써, 개인은 행위의 객체나 대상이 아니라 그 주체, 곧 원인 행위자로 부각
되는 것이다(조긍호, 이상적 인간형론의 동⋅서 비교, 122쪽 참조).
40) S. Lukes, Individualism, 71∼72쪽 참조.
41) ‘인간의 존엄성, 자율성, 사생활의 자유, 자기 개발, 추상적 개인’이라는 다섯

자유주의의

人權論과 유교의 人倫論

53

이상의 논의에서 잘 드러났듯이, 자유주의의 궁극적 이상은 ‘자아실
현’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자유주의의 여러 이념들이 때때로 자아실현
의 이상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철학자들이 종종 지적하는 바이거니와, 이제 이 문제를 살펴
보기로 하자.

2) 자아실현과 자유주의 원칙들 사이의 간극
오늘날 ‘자아실현’이라는 자유주의의 이상을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여러 철학자들도 ‘자아실현’
이라는 이상에 대해서는 모두 십분 긍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다만 자유
주의의 여러 원칙들이 자아실현이라는 이상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
다는 점을 지적하고 비판했던 것이다. 요컨대 자유주의의 여러 원칙들
은 ‘자아의 소외’나 ‘자아의 타락’을 초래하여, 오히려 ‘자아의 실현’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제 그 몇 가지의 예를 살펴보자.
먼저, 프롬(Erich Fromm)의 비판이다.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자유를 갈구하던 근대인들이 자유를 얻자마자 스스로 자유로부터 도피
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문제 삼았다. 프롬에 의하
면, 근대인에게 있어서 자유란 ‘자연의 지배, 교회의 지배, 국가의 지배’
등 외부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근대인에게 자유란
이중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근대인은 전통적 권위로부
터 해방되어 한 사람의 ‘개인’으로 되기는 했지만, 동시에 그는 고독하
고 무력한 존재로 되어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소외당하여

外的인 목적의 도구로 되었다는 것, 게다가 이러한 상태는 그의 자아를
남몰래 해쳐 그를 약화시키고 위협하여 그로 하여금 자진해서 새로운
속박에 복종하게끔 한다는 것”이다.42)
관념의 상호 관계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조긍호, 이상적 인간형론의 동⋅서
비교, 136∼143쪽 참조.

54

東洋文化硏究 第14輯

프롬에 의하면, 어린아이를 그의 어머니와 결연시키는 일, 원시사회의
성원을 그의 씨족과 자연에 결연시키는 일, 또는 중세의 인간을 교회와 그
사회적 계급에 결연시키는 일 등은 모두 인간 사회의 ‘시원적 결연관계
(primary ties)’에 속하는바, 시원적 결연관계는 한편으로는 개성과 자유를
억압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에게 안정감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따라서 개성화의 결과 개인이 시원적 결연관계로부터 자유롭
게 될 경우, 그는 동시에 고독과 불안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43)
프롬에 의하면, 개인이 고독과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에는 두 방향이
있다. 하나는 스스로 외부의 어떤 권위체에 복종하고 기꺼이 속박을 당
하는 것인바, 이것이 바로 ‘자유로부터의 도피’로서, 자아실현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랑’을 통하여 남과 새로운 관계를 맺
고, ‘창조적인 일(노동)’을 통하여 자연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인바, 이
것이 바로 진정한 자아실현의 길인 것이다.44)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사랑’이다. 프롬이 자아실현의 한 방법으로 ‘사
랑’을 거론하는 것은 바로 근대 자유주의의 ‘합리적 이기주의’를 비판하
는 데 초점이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 이기주의는 남을 소외시킴은 물론
자신마저도 소외시킨다는 것이 프롬의 지론이다.
프롬에 의하면, 근대의 이기주의는 진정한 자아를 상실한 데서 연유
한다. 프롬은 “근대 인간이

私利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다고 믿고 있으면

42) 에리히 프롬, 이극찬 역, 자유로부터의 도피, 전망사, 1980, 295쪽. 프롬은
이러한 관점에서 20세기 초 나찌즘(Nazism)이나 파시즘(Fascism)의 등장 배경
을 해명하였다. 요컨대 자유가 초래하는 불안과 고독을 극복하기 위하여 당
시 독일이나 이탈리아 국민들은 기꺼이 자유를 포기했다는 것이요, 이는 독
일과 이탈리아만의 문제가 아니었고 근대 민주국가가 한결같이 당면한 문제
였다는 것이다(자유로부터의 도피, 12∼14쪽 참조). 한편 근대의 자유주의
가 나찌즘⋅파시즘을 초래했다는 프롬의 주장은,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자
유에 대한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이

으로 타락시킨다는 플
라톤의 주장(국가 562c)을 상기시킨다.

民主政 僭主政

43)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35쪽 참조.
44)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285쪽 참조.

자유주의의

人權論과 유교의 人倫論

55

서도 사실상 그의 생활을 자기 이외의 목적에 바쳤다고 하는 모순에 빠
져 있었다.”고 지적하고, “이기주의는 바로 이와 같이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결여되어 있다는 데 그 뿌리를 박고 있다.”고 설명했다.45) 이는
이른바 ‘욕망의 노예가 되었다’는 말과 같은 맥락으로, 이것이 바로 이
기주의가 자신을 소외시키는 양상이다. 프롬은 이기주의가 타인을 소외
시키는 양상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개인과 개인과의 구체적 관계는 직접적이며 인간적인 성격을 잃어버리고, 교
묘한 속임수와 수단이라는 정신으로 가장되게 되었다. 일체의 사회적 및 개인
적인 관계에 있어서는 시장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다. 경쟁자들 사이의 관계는
상호간의 인간적인 무관심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 그들은 자
기네들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해 가기 위해 서로 상대방을 이용한다. 그들의 관
계는 그 어느 편도 모두 목적에 대한 수단의 관계이며, 서로가 타자의 도구로
되고 있다. …… 단지 경제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도 이와 같은 소외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인간적 존재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물건과 물
건과의 관계이다.46)

프롬이 지적한 것처럼 자유주의의 합리적 이기주의가 자신을 소외시키
고 남을 소외시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결국 자유주의의 궁극적 이상
인 자아실현을 방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프롬은 근대 자유주의의
합리적 이기주의를 비판하고, 그 대안으로 ‘사랑’을 내세운 것이다.47)

45)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134∼135쪽 참조.
46)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136∼137쪽.
47) 아블라스터는 ‘다른 사람을 수단으로 취급할 수 없다’는 인간존중의 원리가
자유주의(개인주의)의 핵심인 것은 분명하지만, 또한 자유주의의 이기주의⋅
쾌락주의에는 ‘다른 사람을 수단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내재한다’고 지적하
고, 이러한 점에서 자유주의는 ‘모순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서구 자유주
의의 융성과 쇠퇴, 82∼83쪽 참조). 한편, 조긍호는 자유주의의 ‘합리적 이기
주의’는 동물과 질적으로 다른 인간만의 특징을 설명할 수 없을 뿐만 아니
라, 공동체의 공익 추구의 근거를 찾기 어렵게 만든다고 비판한 바 있다(사
회관계론의 동⋅서 비교, 822∼827쪽 참조).

56

東洋文化硏究 第14輯

다음, 매킨타이어(Alasdair MacIntyre)의 비판이다. 매킨타이어는 자유주
의의 ‘추상적 개인관’을 비판하였다. 그에 의하면, 자유주의자들이 전제
하는 ‘원자적 개인’이란 허구적 개념일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공동체의
문화적 전통 속에서

自我의 正體性을 형성하고, 또한 공동체 속에서만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모두가 우리의 상황들을 하나의 특수한 사회적 정체성의 담지자로서
파악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누군가의 아들 또는 딸이고, 누군가의 사촌 또
는 삼촌이다. 나는 이 도시 또는 저 도시의 시민이며, 이 동업조합 또는 저 직
업집단의 구성원이다. 나는 이 씨족에 속하고, 저 부족에 속하며, 이 민족에 속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좋은 것은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누구에게나 좋
아야 한다. 이러한 역할의 담지자로서, 나는 나의 가족, 나의 도시, 나의 부족,
나의 민족으로부터 다양한 부채와 유산, 정당한 기대와 책무를 물려받는다. 그
것들은 나의 삶의 주어진 사실과 나의 도덕적 출발점을 구성한다.48)

매킨타이어의 말대로, 우리는 독립적 개인이기 전에 누군가의 아들⋅딸
로 존재하고, 누군가의 삼촌 또는 사촌으로 존재하며, 그밖에도 다양한
집단에 소속되어 여러 부류의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관계들
은 자연스럽게 나의 마땅한 역할 또는 책무를 규정하는바, 이것이 나의
도덕적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매킨타이어는 자유주의의 추상적 개인관은 결국 ‘ 의 상실’을 초래
했다고 비판한다.49) 그에 의하면,

德을 거론하려면 먼저 ‘사회 속에서 나

에게 부여된 역할’이 무엇인지, 더 나아가 ‘인간에게 좋은 삶’이 무엇인
지를 먼저 규명해야 한다. 덕을 실천한다는 것은 요컨대 “개인으로서,
그리고 아버지 또는 자식으로서, 또는 시민 및 어느 집단의 구성원으로
서, 또는 이 모든 것들의 몇 가지 역할로서 그에게 더 좋은 것을 행한다
48)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이진우 역, 덕의 상실, 문예출판사, 1997, 324쪽.

49) 매킨타이어는 ‘ ’을 “자유인이 자신의 역할을 하도록 지지해주는 특성들”이
요, 동시에 “그의 역할이 요구하는 행위들을 통해 드러나는 특성들”이라고
정의했다(덕의 상실, 184쪽).

자유주의의

人權論과 유교의 人倫論

57

는 것”을 의미한다.50) 그렇다면 개인을 원자적 존재로 규정할 경우, 덕
을 추구할 동기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다.
매킨타이어에 의하면, 덕의 상실은 두 가지 문제를 초래한다. 하나는
우리로 하여금 ‘내재적

善’을 외면하고 ‘외면적 善’에 집착하게 만드는

善’이란 어떤 행위를 수행함으로써 달성되는 ‘탁월성’
을 말하고, ‘외면적 善’이란 어떤 행위를 수행함으로써 얻어지는 ‘돈⋅명
예⋅권력’ 등을 말한다. 내재적 善은 그 결과가 공동체 전체를 이롭게
한다는 점이 특징이나, 외면적 善은 그 결과가 그것을 성취한 사람의 소
것이다. ‘내재적

유로 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돈⋅명예⋅권력 등은 어떤 사람이 그
것을 차지하면 할수록 다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은 더욱 줄어든다.
따라서 외면적 선만 인정하는 사회는 치열한 경쟁의 사회가 된다.51) 다
른 하나는 도덕의 영역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 또는 ‘미덕
(탁월성)을 발휘함’ 등을 배제하고, 도덕을 단순히 ‘규칙 준수’의 문제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자유주의의 또 다

情意主義’

른 특징인 ‘

52)로

인해 우리가 공통으로 지켜야 할 규칙에 대해

서조차 합치된 결론에 이를 수 없다는 점이다.53)
매킨타이어의 주장처럼 자유주의의 추상적 개인관은 덕의 상실을 초
래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추상적 개인관을 전제로 한 자아실현이란 치
열한 경쟁의 승리자가 되는 것이거나 자기의 욕망을 마음껏 충족시키는
50) 매킨타이어, 덕의 상실, 331쪽 참조.
51) 매킨타이어, 덕의 상실, 278∼290쪽 참조. 매킨타이어는 홉스가 말하는 ‘자
연상태’가 바로 외면적 들만 인정함으로써 야기되는 치열한 ‘경쟁의 상태’
에 해당된다고 보았다.

情意主義
選好

52) 매킨타이어는
를 “모든 가치평가적 판단 또는 더 정확하게 말하면
모든 도덕적 판단은
의 표현들, 태도 및 감정의 표현들과 다를 바 없다
는 학설”이라고 규정했다(덕의 상실, 32쪽). 자유주의의 지론처럼 사실과
가치를 별개로 분리시키고 나면, 도덕은 개인의 주관적 감정이나 선호의 표
현에 불과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
’ 윤리학이다.

情意主義

53) 매킨타이어, 덕의 상실, 359∼362쪽 참조. 매킨타이어는 그 대표적인 예로
에 관한 롤즈와 노직의 상반된 견해를 들었다.

正義

58

東洋文化硏究 第14輯

것에 불과하게 된다. 매킨타이어는 이를 진정한 자아실현이 못된다고
보고, 공동체 속에서의 개인의 본분을 상기시킨 것이다.
다음, 테일러(Charles Taylor)의 비판이다. 테일러는 자유주의자들이 주
장하는 ‘자기확신의 권리’를 문제로 삼았다. 우선 벌린의 다음과 같은
말을 보자.

自由의 精髓는 언제나 각자 선택하고 싶은 대로, 어떤 거창한 체계에 사로잡히
거나 강압이나 협박에 의해서가 아니라 각자 그렇게 원하기 때문에 선택하는 능
력 안에 들어 있다. 그리고 저항할 권리, 인기가 없어도 될 권리, 순전히 자기가
그렇게 확신한다는 이유 때문에 자기 확신을 신봉할 권리에 들어 있다.54)

벌린은 자유의 이름으로 ‘순전히 자기가 그렇게 확신한다는 이유 때
문에 자기 확신을 신봉할 권리’를 옹호했다. 다른 사람들의 일반적 가치
관이 어떻든 나는 나의 가치관이 옳다고 확신할 권리가 있다는 말은 바
로 ‘공통적(객관적) 가치의 척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유주의
자들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테일러는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내 삶의 의미는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데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자기 진실성은 실질적으로 자기결정의 자유에 근거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조차도 (오직 자기 선택만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객관적으로) 고상하고 용기 있는 어떤 것, 따라서 내 자신
의 삶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어떤 것이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 존 스튜어
트 밀이 자유론에서 단언하고 있듯이,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한다는 점이 중요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어떤 선택 사항이 객관적으로 볼 때 다른 것들 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면, 자기 선택이라는 관념은 그 자체만으로는 아주 하찮은 것이
되어 버려서 결국 선택의 의미가 자기 모순에 빠지게 된다.

理想으로서의 자기

선택은, 선택된 사항들이 다른 것들보다 (객관적으로) 더 유의미한 경우에만 의

54) Isaiah Berlin, Freedom and its Betrayal, Princeton University Press, London & Princeton,
2002, 103∼104쪽.

자유주의의

人權論과 유교의 人倫論

59

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55)

테일러에 의하면, 그저 ‘그렇고 그런 것들’ 중에서는 무엇을 선택하든
지 간에 선택이 의미있는 행위가 될 수 없다. 나의 선택이 의미있는 행
위가 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볼 때’ 더 귀중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만약 ‘덜 귀중한 것’과 ‘더 귀중한 것’을 각자가 주관적으로 결정하기로
한다면, 어떤 사항도 의미있는 것일 수가 없는 것이다.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자아실현’이란 ‘자기개발’의 결과인바, 자유
주의자들은 자기개발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자신의 독특한 개성’을 강조
했다.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자기확신의 권리’란 곧 자신의 독특한 가
치관을 확신할 권리인 것이다. 그러나 가치의 객관적 척도를 전제하지
않는다면, 자아실현은 종종 자아도취(narcissism)로 전락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테일러는 자유와 선택이 진정 의미있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가치의 척도’를 전제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56)
이상에서 몇몇 철학자들의 자유주의 비판을 살펴보았거니와, 그것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프롬은 자유주의의 ‘합리적 이기주의’를 비판하
고 그 대안으로 ‘사랑’을 내세운 것이요, 매킨타이어는 자유주의의 ‘추상
적 자아관’을 비판하고 구체적 관계 속에서의 인륜적 본분을 강조한 것
이며, 테일러는 자유주의의 ‘자기확신의 권리’를 비판하고 객관적 진리
에 근거한 삶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자아실현이라는 자유
주의의 이상을 부정하는 것인가?

3) 자아실현의 두 차원과 인륜적 삶의 요청
누구든 인생을 논하면서 자아실현의 이상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
55) 찰스 테일러, 송영배 역, 불안한 현대사회 ― 자기중심적인 현대문화의 곤경
과 이상, 이학사, 2001, 57∼58쪽.
56) 서병훈은 테일러와는 다른 맥락에서 가치의 객관적 척도를 강조하였다. 가치
의 객관적 척도를 외면하는 자유는 ‘멋대로 자유(exousia)’로 전락한다는 것이
다(서병훈, 자유의 미학, 나남출판, 2000, 162∼165쪽 참조).

60

東洋文化硏究 第14輯

이다. 더군다나 프롬⋅매킨타이어⋅테일러 등 20세기 자유주의 시대를
살았던 철학자들이 손쉽게 자아실현의 이상을 부정한다는 것은 더욱 상
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들의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은 어떻게 설명
해야 하는가? 이는 자아실현에는 본래 두 차원이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자아실현은 근대 자유주의자들만의 이상이었던 것이 아니라 동
서고금 모든 철학자들의 이상이었다. 다만 자아실현에 대해, 전근대의
철학자들은 ‘인간의 본성’의 실현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했고, 근대의 자
유주의자들은 ‘개인의 개성’의 실현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한 것이다. 근
대 자유주의자들이 ‘개인의 독특한 개성’을 추구했던 것에 대해서는 앞
에서 살폈으므로, 이제 전근대의 철학자들이 ‘인간의 보편적 본성’에 초
점을 두고 있었음만 확인해 보기로 하자.
주지하듯이, 소크라테스⋅플라톤은

本分의 실현’으로 설명했다.

57)

善(좋음,

훌륭한 삶)을 한결같이

이것을 보다 일반화시키면, 각각의 존재

자에게 있어서 그것이 해야 할 일은 그 존재자의 자연적 본성(physis) 그
자체에 의해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요, 따라서 어떤 존재자가

善(좋음)하

다는 것은 그것이 자기의 자연적 본성을 왜곡시키지 않고 온전하게 실
현한다는 뜻이다.58) 그런데 이러한 입장은 또한 전통 유교의 지론이기도

中庸의 다음과 같은 말을 보자.

했다. 

오직 천하의

至誠만이 그 본성을 다 발휘할 수 있으니, 그 본성을 다 발휘할

수 있으면 남의 본성도 다 발휘할 수 있고, 남의 본성을 다 발휘할 수 있으면 만

天⋅地
의 化育을 도울 수 있고, 天⋅地의 化育을 도울 수 있으면 天⋅地와 더불어 三
才가 될 수 있다.
물의 본성도 다 발휘할 수 있으며, 만물의 본성을 다 발휘할 수 있으면
59)

政體, 서광사, 1997, 433a∼435b 참조.

57) 플라톤, 박종현 역, 국가⋅

58) 김상봉, 호모 에티쿠스, 한길사, 2002, 67쪽, 229쪽 참조.

中庸章句 제22장.

59) 

자유주의의

人權論과 유교의 人倫論

61

위에 보이듯이, 유교에서도 ‘본성을 다 발휘한다’는 이상을 추구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 위의 인용문에서는 ‘자신의 본성을 다 발휘함’이

天⋅地의 化育을 돕는 길임은 물론 天⋅地와 더불어 三才가 되는 길이
라 했는데, 이는 소크라테스⋅플라톤이 ‘각자의 본분의 실현’을 통해서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보았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中庸의 내용은 大學의 ‘자신의 明德을 밝힘(明明
德), 백성을 새롭게 함(新民), 至善에 머묾(止於至善)’과 궤를 같이 한다.
대학에서는 止於至善의 예로, 임금이 되어서는 仁에 머물고, 신하가
되어서는 敬에 머물며, 자식이 되어서는 孝에 머물고, 부모가 되어서는
慈에 머물며, 國人과 사귈 때에는 信에 머문다는 것을 들었다. 여기서
위에서 소개한 

60)

알 수 있듯이, 자신의 본성을 다 발휘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인륜적 관계 속에서 요청되는 본분을 완수함을 뜻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하듯이, 사회성은 인간 본성의 핵심을 이
룬다. 또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은 결국 각자 사회적 역할을
나누어 맡는다는 뜻이니, 그러므로 인륜적 본분 또한 인간의 사회성에
서 도출되는 자연스러운 산물이다. 또한 인간의 본성은 동서고금을 통
해 보편적인 것이므로 가치의 객관적 척도가 될 수 있다. 이처럼 금수
와 인간을 구별해주는 인간만의 고유한 본질로서의 ‘인간의 본성’은
‘인간의 사회성’과 ‘인륜적 본분’ 그리고 ‘가치의 객관성’ 등을 담보하
는 개념이다.61) 이렇게 본다면, 프롬⋅매킨타이어⋅테일러 등의 자유주
의에 대한 비판은 단순히 ‘개인의 독특한 개성’만을 추구해서는 안 되
고, 동시에 ‘인간의 보편적 본성’에 기초한 자아실현을 추구해야 한다는

大學章句 傳3章 참조.

60) 

61) 피터 싱어는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으로서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는 점,
친족에 관한 관심을 지닌다는 점, 협조적 관계를 지향한다는 점, 상호적 의
무를 인지한다는 점, 위계 혹은 신분제도를 지향한다는 점, ⋅ 의 역할을
구분한다는 점 등을 거론한 바 있다(피터 싱어, 최정규 역, 다윈주의 좌파 :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은 있는가?, 이음, 2011, 65쪽 참조).

男 女

62

東洋文化硏究 第14輯

취지였던 것이다.
‘자아실현’이란 무엇보다도 ‘자기가 원하는 인간이 되는 것’ 또는 ‘자
기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인바, 따라서 자아실현의 핵심 조건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유라 하겠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우리는 자신만의 독
특한 개성을 실현하고자 원할 수도 있고, 인간의 보편적 본성을 실현하
고자 원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개인의 독특한 개성만을 강조하고 인간의
보편적 본성을 무시한다면, 그 때의 자아실현이란 ‘소외, 자아도취, 멋대
로 자유’ 등 각종 폐단을 야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의 보
편적 본성’에 기초하여 ‘개인의 독특한 개성’을 발휘할 때만이 참다운
자아실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보편적 본성’에 기초하여 ‘개인의 독특한 개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인륜의 한계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를 누린다는 뜻이요, 또한
가치의 객관적 척도를 존중한다는 뜻이다.62) 우리는 전통 유교가 인륜만
강조하고 개인의 자유를 외면했다고 보기 쉬우나, 유교의 진정한 이상

和而不同’이나

은 인륜과 자유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었다. 이는 공자의 ‘

從心所欲不踰矩’라는 말에 잘 나타나 있다.
‘和而不同’은 ‘남들과 조화를 이루되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는다’는

말이다. 남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공통의 규범을 존중하면서 자
신의 본분을 다해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는다’
고 했으니,

和而不同은 분명 인륜의 한계 안에서 자유를 누리는 것이
本性 仁義禮智
天理 周易

62) 전통 유교에서 가치의 객관적 척도로 ‘인간의 보편적
(
)’과 함께
흔히 거론된 것은 ‘자연의 영원한
(
)’이었다. 유교의 ‘
’는 

의 ‘
’로 대변되는데, 이는 ‘하나의 음과 하나의 양이 서로 교
감하는 것이 이다’라는 뜻과 ‘한 번은 음이 되고 한 번은 양이 되는 것이
이다’라는 뜻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런데 전통 유교(
)에서는 ‘
’라 하여 자연의 이법과 인간의 본성은 본질이 같은 것이라고 보았다(



이 서로 매개되는 논거에 대한 자세한 논
의는 이상익, 
의 길, 94∼95쪽 참조).

一陰一陽之謂道


卽理
義禮智 本性 一陰一陽 理法
朱子學

理法 天理

朱子學


자유주의의

人權論과 유교의 人倫論

63

從心所欲不踰矩’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았으나 법도에

라 하겠다. ‘

어긋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은 분명 ‘자유
를 만끽함’ 또는 ‘자아를 실현함’일 것인바, 그러면서도 ‘객관적인 법
도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하니, 이 역시 인륜의 한계 안에서 자유를 누
리는 것이다.

和而不同’이나 ‘從心所欲不踰矩’라는 말로 설명하자면, 기존의 자유
주의는 다분히 ‘和’를 외면한 채 ‘不同’을 강조하고 ‘不踰矩’를 외면한
채 ‘從心所欲’을 강조한 것이다. 반면에 프롬⋅매킨타이어⋅테일러 등
의 자유주의 비판은 ‘不同이 和와 함께 할 것’ 또는 ‘從心所欲이 不踰
矩와 함께 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그런데 ‘和’나 ‘不踰矩’는 인륜적

삶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이다. 이렇게 본다면, 프롬⋅매킨타이어⋅테
일러 등의 주장은 곧 ‘인륜의 한계 안에서 자유를 누리자’는 뜻으로 해
석할 수 있겠다.63)

5. 결 론

人權의 보장’으로 규정한다. 자유주의

자유주의에서는 정치의 과제를 ‘

自然權 이론을 통해서는 ‘생명권(생존권)⋅자유권⋅재산권(소유
권)’ 등을 정당화하고, 社會契約 이론을 통해서는 主權在民과 참정권을
자들은

정당화했다. 자유주의자들은 이러한 권리들이 ‘개인의 행복(복지)’을 증
진시키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역설한다. 반면에 전통 유교에서

人倫의 실현’으로 규정했다. 유교의 인륜론은

는 정치의 궁극적 과제를 ‘

63) 우리는 전통 유교의 인륜론이 모든 면에서 프롬⋅매킨타이어⋅테일러 등의
지론과 완전히 합치한다고 볼 수 없을 것이요, 또한 전통 유교의 인륜론을
오늘날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
’이나 ‘
’는 전통적 인륜론의 핵심적 내용이었다는 점, 그
리고 ‘
’이나 ‘
’를 추구한 점에 있어서는 전통 유교
나 프롬⋅매킨타이어⋅테일러 등이 궤를 같이 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
을 것이다.

從心所欲不踰矩
和而不同 從心所欲不踰矩

和而不

64

東洋文化硏究 第14輯

五倫論과 忠恕論으로 대변된다. 五倫論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관계를 다
섯 가지로 유형화하고 그에 따른 각자의 도리(本分)를 제시한 것이며, 忠
恕論은 五倫에 포섭되지 않는 일반적인 인간관계의 규범을 제시한 것이
다. 유교에서는 이러한 도리나 규범을 준수해야만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유교는 ‘본성중심적 인간관’에서 출발하여 ‘인륜적 삶’을 지향한 반
면, 자유주의는 ‘본능중심적 인간관’에서 출발하여 ‘개인의 행복’을 추
구하였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본성의 실현뿐만 아니라 본능적 욕구의
충족도 중요한 것이요, 또 아무리 인륜을 강조한다 하더라도 개인의 행
복도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유교와 자유주의는 서로 방향을
달리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두 방향은 기본적으로 서로 긍정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유교와 자유주의의 대립의 핵심은 ‘자아실현’에 대한 상이한 이해에
서 비롯되는 것이다. ‘자아실현’은 동서고금 누구나 원하는 간절한 소망
일 것이다. 문제는 ‘자아실현’란 본래 두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점
이다. 우리는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실현하고자 원할 수도 있고, 인간
의 보편적 본성을 실현하고자 원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개인의 독특한 개
성만을 강조하고 인간의 보편적 본성을 무시한다면, 그 때의 자아실현
이란 프롬⋅매킨타이어⋅테일러 등이 지적한 것처럼 ‘소외, 자아도취,
멋대로 자유’ 등 각종 폐단을 야기한다.64)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의 보

64) 기존의 인권론에 대한 레비나스(Emmanuel Lévinas)의 비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에 의하면, 근대의 인권은 오로지 ‘자기의 권리’에 집착한 것으로서
‘에고이즘(egoism)’을 보장하는 수단에 불과한 것이었다. 에고이즘에 입각한
나의 권리 요구는 결국 타자의 권리를 부정하게 됨으로써 ‘인권에서 출발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야기한다. 그렇다면 기존의 인권담론으로는 나
와 남의 평화적 관계가 요원한 것인바, 그리하여 레비나스는 ‘남의 권리’와
그에 대한 ‘나의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인권론을 재구성하고자 했다(김도형,
「레비나스의 인권론 연구 : 타인의 권리 그리고 타인의 인간주의에 관하여」,

 제60집, 대동철학회, 2012, 2∼6쪽 참조).

大同哲學

자유주의의

人權論과 유교의 人倫論

65

편적 본성’에 기초하여 ‘개인의 독특한 개성’을 발휘할 때만이 참다운
자아실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보편적 본성’에 기초하여
‘개인의 독특한 개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인륜의 한계를 넘지 않는 범위
에서 자유를 누린다는 뜻이요, 또한 가치의 객관적 척도를 존중한다는

和而不同’이나 ‘從心所欲不踰

뜻이다. 우리는 그 모범적 사례를 공자의 ‘

矩’에서 찾을 수 있다.

본고에서는 프롬⋅매킨타이어⋅테일러 등의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은
‘인륜의 한계 안에서 자유를 누리자’는 취지였다고 해석하였다. 프롬⋅매
킨타이어⋅테일러 등의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본래 정당한 것이요,

和而不同’이나

또 그들의 비판에 대한 본고의 이러한 해석이 옳다면, ‘

從心所欲不踰矩’는 유교와 자유주의가 서로 공유해야만 하는 이상인

것이다.
맹자는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입으며 편안히 살되 가르침이 없다면

禽獸에 가깝게 된다. 聖人이 이를 근심하시어, 契을 司徒로 삼아 人倫

을 가르치게 하셨다.”고 했거니와, 인륜은 ‘사람다운 삶’의 보루인 것이다.
오늘날 우리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통해 ‘결핍’과 ‘억압’의 문제를 대
부분 해결한 상태라고 한다. 그러면 이제는 ‘자유와 풍요’를 바탕으로 ‘사
람다운 삶’을 실현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마땅할 것이다.65)

 접수일: 13.04.25/ 심사개시일: 13.05.15/ 게재확정일: 1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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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洋文化硏究 第14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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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洋文化硏究 第14輯
Abstract
Liberalist human rights and the Confucian ethics of human relationships / Lee
Sang-ik(Busan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At the heart of the conflict between Confucianism and liberalism is their different
understandings of self-realization. Self-realization is keenly desired by everyone,
regardless of culture or era. The problem is that it can be understood in two
ways. Some of us may want to realize our own unique personalities; others may
want to realize universal human nature. If, however we emphasize only the
unique personality of the individual while ignoring universal human nature, the
self-realization that results will, as pointed out by Fromm, MacIntyre and Taylor,
cause alienation, narcissism and reckless freedom. If this is the case, we can only
achieve true self-realization by developing our unique, individual personalities
based on universal human nature. This means enjoying freedom within the
boundaries of Human Relations and respecting objective value yardsticks. We
can find perfect examples of this in Confucius’ notions of seeking harmony but
not uniformity and following what the heart desires without transgressing what
is right.
Key words: Confucianism, Liberalism, Human Rights, Human Relationships,
self-realization.